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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8)빵으로서의 문화

처음으로 비디오 아트를 한 점 구입하고 처와 간접적인 설전을 한 적이 있다. 처는 그 돈으로 아프리카의 굶주린 아이들을 수십 명 기아에서 구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이 말을 전해들은 미대교수 친구가 예술도 빵만큼 중요하다고 반론하면서 직접 대면하지는 않았지만 나를 매개체로 한 가벼운 논쟁이 있었다.


분명히 전공으로 미술을 하고 있는 프로페셔널 문화인인 친구에게는 문화가 빵과 동등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일반인은 어떤가. 영화 Moonstruck을 보면 니콜라스 케이지가 역을 맡은, 베이커리에서 화로에 밀가루 반죽을 넣는 직업을 가진 한쪽 손이 핸디캡드인 이 청년은 1년 내내 열악한 환경에서 지루한 일상을 보내다가 어느 날 턱시도를 입고 여주인공과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La Boheme)을 보러 간다. 이 영화 안에서는 이 한번의 ‘문화체험"이 몇 년간의 노동만큼의 값어치가 있어 보인다.


또 다른 예로 어렸을 때에 읽었던 벨기에의 동화 ‘플란다스의 개’에서 소년이 파트라슈를 껴안고 숨을 거둘 때에도 소원이었던 루벤스의 그림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미소를 짖는다. 어떤 때에는 단 한번의 문화체험이 매일매일의 빵보다도 더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유명한 일본의 수학자인 Heisuke Hironaka는 필즈상을 수상하는 자리에서 “창조하는 인생이야말로 최고의 인생이다"라고 하였다. 화가 모딜리아니는 말년의 고통 속에서도 “창조적인 인간은 결코 완전히 불행하게 되지는 않는다"라고 하였다. 아마 이 ‘크리에이티브함" 속에 어떤 빵과도 같은 에네르기가 있을지 모르겠다. 삼풍백화점 붕과사건 때 가장 오래 버티다가 생환된 사람이 암흑 속에서 손에 잡힌 장난감 기차를 가지고 하루종일 놀았다라고 인터뷰한 것을 기억한다. 분명 그는 나름대로 다양한 크리에이티브한 방법으로 손에 잡힌그 물체를 꽉 잡기도 하고 누르기도하고 쓰다듬기도 하면서 촉각을 즐겼을 것이다. 하지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돌아가는 매일 매일의 생활 속에서 크리에이티브함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일반인들에게 크리에이티브한 삶이란 크리에이티브한 문화를 체험하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필즈상을 받은 수학자의 이론이나 노벨상을 받은 천재과학자들의 연구를 우리 범인들은 이해할 수 없다.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공식인 E=mc2조차도 일반인들은 정확히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예술을 통하면 평범한 사람들도 문화체험을 통해서 천재들의 크리에이티브함을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차르트를 특히 좋아하는 나는 몇 년전 모차르트가 5세때 작곡한 퀘휄번호 1번 ‘피아노를 위한 안단테’로부터 35세때 작곡한 퀘휄 626번 ‘라퀴엠’까지 전곡을 한 CD점에 부탁하여 구입한 적이 있다. CD를 쌓아놓으면 약 2m 정도가 되는 분량이었다. 구입하고 나서 처음에는 그 반이 미사곡과 오페라인 것을 알고는 크게 후회하였다. 하지만 한번도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희귀 오페라를 들어 보고 나서는 마음이 달라졌다. 난생 처음 들어 보는 음악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선입관 없이 흘러 들어오는 선율들이 하나같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그 음악을 들으면서 어느 순간 모차르트라는 천재의 머리 속을 힐끗 엿본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 우리는 음악이라는 언어를 통해서 예술이라는 도구를 통해서 천재와도 소통할 수 있고 영감을 얻을 수도 있고 간접적으로 크리에이티브해 질 수도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경제, 경제"라고 외치는 시대를 맞이하여도 경기는 것 잡을 수 없이 바닥으로 내닫고 있다. 하지만 풍요함이란 꼭 ‘빵"으로 표현되는 물질만으로 표현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빵"으로 대변되는 물질은 미국 월가와 함께 추락한 이 불황의 가을을 맞이하여 물질로서의 라이프 스타일을 벗어나 문화를 즐기는 ‘슬로우 라이프"를 선택함이 어떠할까?
한번의 음악회를, 전시를 또는 공연을 즐기고 그것조차 부담이 될 때는 혼자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 ‘슬로우 라이프"를 즐겨보면 어떨까? 분명 다른 차원의 풍요함을 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