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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6)12월 아침에/김려수 원장


침 출근길에 문득 바라본 창밖 풍경이 어느새 겨울이다. 며칠 전까지도 눈길 닿는곳마다 온통 노랗게 물들던 은행나무들이 스산한 모습으로 겨울맞이를 하고 있다.
12월! 해마다 이때쯤이면 갑자기 다가온 겨울만큼이나 분주한 마음으로 한해를 정리하게 된다.
“이번에는…” 하고 시작해서 작년과 별반 다를 것도 없는 한 해를 보냈지만, 그래도 한해를 마무리하는 마음가짐은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내 나름대로 원칙을 정해놓고 지낸다.


 우선 ‘2008년 나와 우리 가족의 탑 뉴스 5가지’를 뽑아본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곰곰이 되짚어 보면 분명 좋았던 일, 아쉬웠던 일, 놀랐던 일이 떠오른다. 큰 애의 학교입학, 가족여행, 강아지 입양, 병치레…. 하나씩 기억을 더듬다 보면 자연스레 지나온 일 년이 고스란히 정리돼서 새해 계획도 가늠할 수 있게 된다.


다음으로 ‘한 해 동안 내가 받았던 선물’을 헤아려 본다. 생일이나 명절에 받은 크고 작은 선물도 많았지만, 또 다른 선물들도 많이 받았음을 새삼 깨닿게 된다. 바쁘고 지쳤을 때 받은 안부 전화, 힘들어 할 때 전해준 따뜻한 격려의 한마디, 차 한 잔과 함께 한 말없는 미소…. 하나 하나 되새겨본다. 그리고 12월엔 이렇게 나에게 선물을 주었던 이들에게 나의 감사함을 전해야겠다. 카드로, 이 메일로, 전화로, 간단한 문자 한 줄로 라도 해가 바뀌어도 여전히 힘이 되어줄 소중한 이들을 이렇게라도 챙기는 것이 나의 새해를 힘차게 시작할 수 있는 길임을 알기에 빠뜨릴 수 없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용서하는 마음으로 한해를 돌아보기’ 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잊혀지고  무디어 지는 일도 있지만, 마음 한켠에 숨어 있다가 불쑥 분노로 떠오르는 상처도 있다. 어렵지만 그런 일들, 그 상대방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다시 바라보자고 한다.


내 나이 50을 눈앞에 두고 이제는 주변에 부드러워지고 내 마음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할 때임을 느끼고 있다. 더불어 일 년 동안 나태했던 나 자신을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용서하려 한다.
내년 이맘때에도 나는 지금과 똑같은 후회와 반성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을 것이다. 후회하는 것은 상황을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적극적인 삶의 모습이라고 믿는다. 내가 지나온 지난 한해가 부족한대로, 아쉬운 대로, 내게 의미 있는 시간들 이었으리라고 생각한다. 
12월 아침,  한 장 남은 달력을 바라보며 내가 좋아하는 시인의 시로 나의 새해를 소망해본다.

 

 

밝음의 어둠과 깨끗함의 더러움과
배부름의 배고품을 알게 하시고
아름다움의 추함과 희망의 절망과
기쁨의 슬픔을 알게 하시고
이제는 사랑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소서


 - 정호승 ‘새벽기도’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