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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수필(825)>
의료분쟁과 가을단풍
최용석(대전 최용석치과의원 원장)

올해 나에게 일어난 분쟁들이 나의 삶의 단풍을 예년 보다 선명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올해, 지구촌의 한쪽에서는 테러와 그 보복으로 인한 분쟁을 겪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 올해 우리나라는 단풍이 유난히 선명하고 아름답습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여러 기상 분쟁(?)들이 단풍을 예년과 다르게 아름답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2001년은 내게는 잊지 못할 경험을 가져다 준 한 해이기도 합니다. 개원하는 평생 동안 한번이나 겪을까 말까한 환자와의 심한 분쟁을 두 번이나 치루어 냈기 때문입니다. 첫 번의 일은 년 초에 있었습니다. 22세 여자 환자로 발치 후 10개월이 지나서 내원했으며 요점은 사랑니를 빼지 않고 제 2대구치를 뺏다고 주장하며 해결해 달라는 요구였습니다. 챠트는 8번 발치로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결국 환자 측은 5천만 원을 요구했고, 결론은 금전적 보상 없이 해결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7월에 있었습니다. 하악의 보철을 원한 40세 남자 환자였습니다. 근관 치료 후 prep을 하고 temp. Br를 해주었는데 이때부터 temp.Br를 끼기만 하면 아프다고 하기 시작하였고, 드디어는 temp. Br를 5번, 최종 보철물을 4번 각각 다시 제작하였고, 두 곳의 2차 기관에 의뢰하고, 경찰을 4번 부르고, 하루는 병원을 도중에 닫았고, 마침내는 환자가 대기실에서 드러눕는 것까지 보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결과는 보철을 위해 나에게 주었던 비용 전액과 다른 치료비등의 명목으로 20만원을 환자가 더 요구했고 그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몇 개월 동안의 마음 고생과 경과는 생략하겠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가운 입지 않은 사람들이 부러웠었습니다. 하지만 이 두 번의 분쟁은 내 안에 잠자고 있던 많은 다른 부분들을 다시 보게하는 계기를 주었고, 또한 대학 6년 과정과 대학원 과정 어디에서도 배우지 못했던 ‘환자와의 분쟁을 가장 슬기롭게 해결하는 법’을 피부로 경험하게 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경험은 유쾌하지 않은 것이라서 나를 마지막으로 이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간접 경험을 위해 몇 가지 경험을 요약해 보려합니다. 첫째, 평상시나 분쟁시 모두 당당하게 임해야 합니다. 환자 측과도 그러하지만 특히 자신에게 자신감을 주어야 합니다. 이런 일을 겪을 때 자신이 제일 많이 힘들어하기 때문입니다. 죄인이나 가해자 입장이 되어서는 절대 해결되지 않습니다. 분명한 것은 환자를 의도적으로 불편을 주려고 한 적이 추호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둘째, 지역의 회장에게 알리고 상의합니다. 천군만마를 얻을 것입니다. 셋째, refer할 경우, 보낼 곳에 근무하는 치과의사의 능력을 확인해야만 합니다. 주변 동료들의 평판이 반드시 있습니다 . 2차 기관이라도 나보다 경험이 부족하다면, 차라리 1차 기관 쪽에서 해당 분야의 ‘인품 있는 의사’를 찾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refer하고 나서 문제가 더 커졌었습니다. ) 넷째, 기록이 힘입니다. 다섯째, 환자 당사자를 대할 때는 감정은 최대한 자제하되 할 말은 반드시 해야 합니다. 만일 당사자가 아니라면 응대가 불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수양을 힘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평상시 몸을 단련하고 마음을 수양하면 분쟁은 생기지도 않을 것입니다. 치과의사의 장점 중 최고의 것은 나의 몸가짐, 마음가짐을 환자들이 보고 느끼고 배운다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지역 사회의 리더라는 것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몸과 마음의 수양을 부지런히 해서 감정을 자제할 수 있고, 항상 당당한 자신감이 있으며, 주변 동료 선후배들과 유대가 좋은, 지역 사회의 리더로서의 치과의사가 될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해 봅니다. 올해 나에게 일어난 분쟁들이 나의 삶의 단풍을 예년 보다 선명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더 나아가 현재 지구촌 일부의 혼란이 우리 지구촌의 가을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역할을 할 것을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