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30 새벽공기가 차다.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잠을 설쳐 눈은 다소 충혈되었지만 설렘과 긴장 때문에 가슴은 벅차오른다. 외과 앞에 준비해둔 9개의 거대한 짐을 차에 싣고 공항으로 향한다.
오늘 나는 베트남을 간다. 의료봉사단체의 일원으로서다. 정식명칭은 ‘2008년도 제14차 일구순구개열의료봉사후원회 베트남 의료봉사활동’이다. 서울대 구강악안면외과 민병일 교수님과 그 제자 및 구강악안면외과 출신의 치과의사들로 구성된 단체로서 민병일 교수님께서 오래전 베트남과 인연을 맺으신 이후 벌써 14년째 구순구개열 환자들에게 무료수술봉사를 하고 있다. 나는 치과대학 학생의 자격으로 이번 봉사활동에 참가한다. 학생의 참가는 이례적인 일이다. 너무나 좋은 기회가 주어진 것에 매우 감사하다. 학생이자 팀의 막내로서 내가 맡을 대부분의 일이 힘을 쓰는 일이 될 것이며 그저 성실하게 그리고 눈치 빠르게 움직이며 최대한 이번 봉사활동에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면 될 것이다. 뒤편에 놓인 엄청난 양의 짐들이 내가 담당한 첫 번째 임무이다. 막내의 부담감도 사실 그리 적지만은 않다.
차에서 짐을 내려 공항으로 옮겨놓고 잠시 숨을 돌리자 일행이 하나둘씩 도착한다. 일행은 총 10명인데 그중 7명이 선발로 출발하고 3명이 합류한다. 민병일 교수님, 최진영 교수님, 이진규 원장님, 팽준영 교수님, 신터전 선생님, 전승호 선생님, 김미연 간호사님, 그리고 내가 그 선발대이다. 일단 구성멤버들이 좋아서 마음이 놓인다. 특히 동아리 선배이신 승호형이 같이 가기에 한결 걱정이 놓인다. 교수님들을 비롯하여 다른 선생님들과도 병원에서, 수술장에서 안면이 있다. 즐거운 여행이 될 것이라 기대해 본다.
비행기가 떴다 내리고 우리는 베트남에 도착했다. 공항에는 우리가 수술을 하게 될 빈둥성 종합병원 관계자 분들이 마중 나와 계셨다. 차량 두 대에 짐과 함께 나눠 타고 우리는 곧바로 대한민국영사관으로 향했다. 차를 타고 가는 길. 어린 소녀에서부터 늙은 할아버지 까지 다양한 오토바이를 운전하며 어디론가 바삐 향하는 모습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생동감 있어 보이는 모습. 베트남인들이 우리나라사람들과 여러 면에서 닮았다고 하더니… 첫 모습부터 뭔가 통하는 느낌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랬다. 영사관에서 영사님을 만난 후 우리 일행은 허기를 이기지 못해 쌀국수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처음 맛본 베트남 쌀국수는 기대 이상이었다. 아무래도 향료나 국물 맛 등이 우리나라의 그것과는 많이 다를 것이라 생각했는데 독특한 향료와 어우러진 진한 국물맛 그리고 부드러운 면발의 쌀국수는 나를 한순간에 베트남을 더욱 사랑하게 만드는데 부족하지 않았다. 부른 배와 함께 기분이 좋아진 우리들은 숙소로 들어와 방을 배정받고 짐을 풀었다.
긴장된 탓에 다소 일찍 눈이 떠졌다. 여독이 아직 풀리지 않은 탓인지 몸은 다소 피곤하지만 설렘 덕에 정신은 또렷하다. 발코니로 나와 베트남의 아침공기를 마신다.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한 날씨인 베트남의 아침 공기는 참으로 상쾌하다. 공기만 들이마셔도 힘이 솟는 듯 하다.
아침의 여유도 잠시, 채비를 하고 방을 나선다. 로비에서 만난 일행들과 함께 아침식사를 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도착한 것이 아침 8시쯤인데 치과 외래 앞에 사람이 즐비하다. 대기석이 모자라 복도에 자리를 잡고 앉은 사람들이 복도를 채우고 있다. 한국에서 온 우리의 모습이 자신들과 약간 다르게 보이는 듯 경계심과 신기함이 섞인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모습이 참으로 순수해 보였다. 오늘은 구개구순열 수술을 희망하는 베트남환자들을 예진하는 날이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베트남인들에게 구개구순열 수술은 대단한 비용이 드는 일이다. 그렇기에 빈둥성 근처 사람들에게 14년째 봉사를 오는 일웅봉사회의 활동은 널리 알려져 있어, 일년에 한번 있는 한국치과의사들의 방문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의 기다림이 봉사활동이 오랜 시간동안 지속된 이유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