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을 잃지 않는 것. 그것도 25년간 25년전 웃음을 잃지 않고 웃을 수 있다는 것. 25년 세월이 얼굴에 겹겹이 그려져도 마음은 25년전 테니스코트에서 함께 땀 흘리며 어우러졌던 우정이나 환희 열정을 지금까지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 눈치를 보지 않고, 눈치 볼 필요도 없으며 혼자도 아니고 12명이 함께 웃음 폭탄을 터뜨릴 수 있는 모임. 웃음이란 묘약을 마신 집단. 일정회(日庭會). 그래서 매월 4번째 금요일 밤이면 부산 어느 곳에서든지 웃음 폭탄으로 지붕이 내려앉는 음식점이 한 곳씩 생기는 사건이 일어나고.
일정회(日庭會) 우리들 이름이다. 테니스를 치든, 골프를 치든, 등산을 하든, 일요일에 만나든, 금요일에 만나든, 25년간 변함없는, 초심을 잃지 않는 우리들 이름이다. 이름 그대로 시작은 일요일에 모임 갖는 치과의사 테니스 동호회였다. 25년전 1984년에 태동되었다. 공생의 함박웃음을 공유하기 위해서. 개원초기 치과의사라는 직업병을 치유하기 위해서, 웃음이 필요했고 체력단련으로 웃음을 공유하는 법을 알기 시작했다.
우리들은 그 당시 비슷하게 개원한 30대 초반 햇병아리 치과의사들이였다. 11명의 치과의사와 1명의 짝퉁 치과의사. 현재 평균 연령 55세. 고향이나 출신대학 등은 상관없이 연령이나 선후배도 관계없이 웃음을 공유한 치과의사라는 직업동료. 그 중 한명은 짝퉁이지만. 물론 세월따라 유행따라 체력단련도 골프나 등산, 혹은 당구 등으로 바뀌기도 하였고, 부득불한 사정으로 2~3명이 교체되었지만 일정회 이름은 변함이 없다. 현재는 각자 취향과 체력에 따라 체력단련을 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매월 4번째 금요일은 우리들 폭소대잔치 날임은 변함없다.
모이는 장소 결정은 철저히 봉사정신으로 무장한 회장(일명 계오야임)의 절대적인 몫인데 계절마다 입맛 따라 몇 군데 단골 음식점이 있어서 순회하는 편이다. 오후 7시 이후 출석률 99% 수다가 서서히 시작된다. 맛깔스런 안주와 소주 한 잔이 찌르르 목젖을 젖히면 누구나 할 것 없이 우리들 일상을 거침없이 토하기 시작한다. 온갖 잡다한 수다가 굿판 하듯 떠들썩거린다. 날렵하거나 후덕하거나, 포효하거나, 느릿하거나, 말투는 개성 따라 다양하다. 그러나 스스럼없는 말투라는 것. 말투 끝에 온갖 웃음이 후렴처럼 붙어 다닌다는 것. 깔깔, 키들키들, 으하하, 흐흐흐. 온갖 웃음소리로 범벅이 된 방안이 들썩거리기 시작한다. 이미 궁둥이는 방바닥에 찰싹 붙어서 음식점 주인 눈치도 아랑곳없이 마지막 손님으로 항상 남게 된다.
어느 누가 남자들이 묵직하다고 했는가? 회장의 농간이 섞인 곗돈 행방이 정해지면 웃음폭탄이 음식점 지붕을 꽝 때리며 일차 금요모임은 겨우 끝난다. 모두 얼굴에 보살 같은 미소를 지으면서.
일정회는 짝퉁끼리 섞인 12명의 치과의사들의 평범하고 소박한 친목모임일 뿐이다. 하지만 80년대 함께 개원하여 25년간 동고동락하며 동변상련의 심정을 체력단련과 웃음 섞인 수다로 지혜롭게 서로서로 다독거려 왔다. 뇌락(磊落)한 웃음을 서로서로에게서 배우면서 서로서로 기력을 북돋워 주면서 그래서 아직도 일정회 25살 나이만큼 젊은 혈기로 부산 지역 구강보건을 위해 뇌락(磊落)한 웃음으로 봉사 할 수 있는 것이다.
세월이 흐르는 한 매월 4번째 금요일 밤에 뇌락(磊落)한 웃음은 계속 터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