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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6)곡 우(穀雨)/황윤숙

황윤숙
한양여대 치위생과 교수

 

 

곡 우(穀雨)

 

참 신기하기도 하다.
그동안 가물었던 긴 시간은 어디로 보냈는지 곡우(穀雨)라는 절기에 딱 맞추어 비가 온다.
벼농사를 중심으로 하는 농경사회에서 24절기는 어찌 그리 정확한지….
아무리 추워도 입춘이 되면 나무들이 움을 티우고 곡우에는 비가 온다. 이 비 그치면 볍씨를 뿌려 모를 만들고 논에 물이 들어가면 한해 먹거리를 준비할 것이다.
비가 얼마나 필요하고 논에 얼마나 물이 필요한가는 어른들이 말씀하시던 이야기에서 엿볼 수 있다. 오죽 간절했으면 ‘세상에서 제일 듣기 좋은 소리가 배고픈 자식 목구멍에 밥 넘어가는 소리와 갈라진 논에 물들어가는 소리’라 했겠는가.

 

오랜만에 창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경쾌하기만 하다.
아마도 지난 겨울 내내 가뭄과 관련된 애타는 소식, 물 아끼기 캠페인 등의 영향인 듯하다.
화창해야 할 봄에 내린 비가 낙화를 촉진하겠구나. 봄옷이 하늘거리던 여자아이들 싫어하겠다보다는 이제 해갈되려나 하는 기대심리이기도 하다.


창가에서 빗소리를 듣다가 문득 1교시 시험 감독이 떠올라 혼자 입가에 씁쓸한 웃음을 떠올린다.
교육학이란 교과의 첫 번째 문제가 교육이란 단어의 한자를 쓰는 것이었다. 맹자(孟子)가 설문해자 진심편에서 이야기한 君子有三樂에서 이야기한 敎育을 설명하라는 것이 아니고 교육이란 단어를 한문으로 쓰란다. 요즈음 개그우먼의 표현에 의하면 ‘참 쉽지요 이~~잉" 이다.
그런데 마지막 문제는 그리스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를 통해 주장한 교육의 의미를 가지고 교사 철학을 논하란다. 이데아와 그림자를 설명해야하는 심오한 문제이다.
와우~ 이렇게 깊은 뜻이….
아마도 1번 문제는 교수님께서 특별히 아이들에게 주는 보너스 점수인 듯하다.
그런데 아이들은 첫 번째 문제는 교(敎)자만 쓰고 내내 번민한다. 하지만 마지막 문제는 어찌나 잘들 서술하는지… 이 무슨 괴이한 현상일까?

 

어느 날 지인이 보낸 글 중에 브라질 원주민(인디언)의 경우 “자네 몇 살인가?"라는 질문을 “자네는 봄을 몇 차례 보았는가?"라고 묻는다고 한다.

 

나이를 생리적 아니 달력에 의한 넘김에 의해 받아들이는 봄이 아니라 희망과 꿈의 봄은 몇 번 보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한다. 과연 난 봄을 몇 번이나 보았을까?
그리고 앞으로 봄을 몇 번이나 볼까?

 

학생들이 플라톤의 이야기를 길게 서술하면서 채워나가는 답지보다는 이 봄 식물의 성장에 물이 필요하고 자연은 그 시기에 맞춰 비를 나누어 주는 그런 지혜를 알고 실천하는 시민으로 필요한 지식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자신들이 서술하는 활자들이 의미를 알고 실천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농부에게 꼭 필요한 봄비 오는 곡우에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지식들이 상아탑에서 제공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