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rning Point
박혜미
여주대학 치위생과 3학년
고등학교 때 진로학과를 선정할 땐 정말 멋모르고 선택했던 치위생과. 하지만 치위생과를 선택한 것이 나의 터닝 포인트라는 것은 학교를 1년씩이나 다니고 난후, 대학교 2학년이 돼서야 알게 되었다.
사실 1학년 때는 학과에 적응도 못하고 많은 방황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점차 치위생과의 매력을 느끼고, 치과위생사가 단순한 치과 진료실 업무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학과에 더 많은 애정을 쏟았던 것 같다.
치위생과에 다니면서 나는 평소에 하지 못했던 것들을 많이 배우고, 나의 생각에도 많은 변화가 온 것 같다. 그 중에 하나가 봉사활동에 관한 나의 생각들이다.
봉사활동은 귀찮은 일, 굳이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지금 생각해 보면 왜 이렇게 부끄럽고 손발이 오그라드는지 모르겠다. 초등학교 때, 중학교 때, 고등학교 때 봉사활동을 해보면서 지금까지 내가 했던 봉사활동은 가짜 봉사활동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 것 같다.
진짜 봉사활동을 하기 시작하면서 봉사활동은 내 인생 제2의 터닝 포인트가 된 것 같다.
아무것도 모르고 치위생과에 들어온 나를, 1학년 때 학교에서 방황하던 나를 잡아준 것이 바로 봉사활동이기 때문이다.
6·9제 행사 때 비를 맞으며 동네 어르신들께 자일리톨 사탕도 나눠 드렸고, 장애인 시설에 가서 움직이지 않도록 잡으면서 치석제거도 해보고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외국인분들과 바디랭귀지도 하면서 스케일링도 해보고 이가 군데군데 없으신 어르신분들을 모시고 칫솔질 교육도 해보고, 이런 경험들이 나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석들이 되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봉사활동 점수만 채우려고 했던 봉사활동이 점점 나의 학교생활의 일부로 자리매김 하고 있었다.
사실 범죄자들에게 사회봉사활동 집행유예가 떨어지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과연 그 사람들이 사회봉사활동으로 죄를 뉘우칠 수 있을까도 의문이었다. 하지만 비로소 내가 직접 봉사활동을 해보니, 봉사활동은 그 활동을 하는 그 자체에도 의미가 있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한다는 것에서 그 사람은 이미 죄를 뉘우친 거나 다름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사실 봉사활동의 의미만 잘 알고 있지 많이 부족하다. 봉사활동 지역이 먼 곳으로 잡히면 얼마나 가기가 귀찮은지… 그래도 가면 그 누구보다 봉사활동에 더 열정을 쏟고 상대방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게 된다.
화장실 들어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더니, 화장실 들어갈 때 내 마음은 아직 다른 사람의 화장실 들어갈 때의 마음하고 조금 다른가 보다.
외국인들, 장애인들의 스케일링 봉사활동을 하다보면 치석이 뚝뚝 떨어질 때마다 치석이 떨어진 만큼 나의 마음에는 정이 하나 둘씩 쌓이게 되는 거 같다.
20살 전까지만 해도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을 나는 지금 하고 있는 것이다. 20살에 찾아온 나의 터닝 포인트, 너무 소중하다.
다른 사람의 터닝 포인트는 어느 순간, 자신이 원하지 않아도 오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지금까지도 그랬듯, 내 제1의 터닝 포인트, 제2의 터닝 포인트 외에 앞으로 나에게 찾아올 수 많은 터닝 포인트를 스스로 만들어 갈 생각이다.
다시 또 20년이 지나서 마흔살이 되어 나의 과거를 살펴본다면, 나의 터닝 포인트들을 열거하면서 웃을 수 있을까? 웃을 수 있길 바라며 글을 줄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