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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8번째)작은 것이 아름답다 / 변 영 남

Relay Essay


제1488번째


변 영 남
성신치과의원 원장

 

작은 것이 아름답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크고 화려한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작아서 그냥 지나치기 쉽고, 하찮은 것 가운데서도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는 것들도 많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산꽃, 들꽃, 산풀, 들풀(山野花草)이 아닌가 한다.
사람 눈에 띄지 않는 호젓한 산기슭에 이슬을 머금고 함초롱히 피어 있는 이름 모를 여러 산들꽃과 산들풀은 화려하지도 크지도 않다. 누가 보든 말든 안 보든, 찾아 주든 찾아주지 않든 아랑곳 하지 않는다.


피고 지고 열매 맺고 씨앗 남기는 자기 역할만 충실히 할 뿐이고 나름대로의 소박한 모습을 흐트리지 아니하며 조용한 자태(姿態)를 갖고 있는 산야화초들이다. 마치 民草들의 모습과 같다. 이름 모를 작은 토종 들꽃들은 우리의 마음을 곱고 순수하게 하고 찌들린 삶을 위로하고 치유시켜 주는 힘을 주기도 한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우리는 자연과 대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시골 산과들에 늘 접했던 작고 아름다운 들꽃들, 이를테면 엉겅퀴나 들국화, 제비꽃 등 그 외 이름 모르는 산들꽃들과의 접촉 기회가 적어 까마득하고 점점 멀어져만 가고 있는 것이다. 더욱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상실한 채 거칠게 파괴되고, 더 더욱 시멘트 구조물로 삭막해져 가고 있다 하겠다. 잡다한 일상의 생활에서 여러 가지 억눌림과 제약, 세속의 시달림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상실하고, 자기를 잃어버리고 허둥대며 살고 있는 우리네의 하루하루. 자칫 人生의 無常과 무의미한 절망 속에 빠지기 쉬운 나날.


이럴 때 일수록 우리들의 길동무였던 이름 모를 작은 산들꽃, 풀들을 찾아 잃어버린 자신을 되찾아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하겠다.
또 하나, 작은 것이 아름다운 것은 작은 것과의 나눔이다. 우리는 작은 나눔으로 감동을 느끼고 오래 기억되는 경우가 많다.


어렸을 적 붕어빵 하나 사주었던 친척의 얼굴, 눈깔사탕이나 아이스케키 한 개 얻어먹었던 기억이 너무 생생하다. 우리는 큰 것을 한꺼번에 주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작은 것을 나누는 것은 쉽다.
치료 뒤 고맙다고 사들고 온 비닐봉지속의 홍시 몇 개가 정감스럽고 마음에 남는 선물이다. 머리속에 남는 것은 큰 것보다 마음이 담겨진 작은 선물이다.


해군 군의관 시절, 신안군일대 섬에 낙도기동 홍보단으로 활동하며 무료 진료하던 중 도초도(都草島)라는 조그만 섬 부둣가에 다 쓰러져가는 시골 구멍가게(가게라야 먼지 묻은 과자 나부랭이 몇 개 있는)아주머니가 준 선물이 생각난다. 사위가 원두막에서 자다가 벼락 맞아 죽고 스무 살에 청상과부 된 딸과 살고 있었는데, 너무 딱해서 신발 옷 몇 가지 등 위문품을 주고 썩은니 몇 개 뽑아 주었다. 그 얼마 뒤 잊고 있었는데 떠나는 단정 뱃머리에 달려 나와 전해준, 신문지에 꽁꽁 두루만 깨엿 몇 개가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 선물중의 하나이다. 고마움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손을 흔들어 주던 그 모습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고 선하다. 마음이 담겨진 선물이었다.
큰 것을 나누는 것은 어렵다. 작은 것을 나누는 것은 그렇게 크게 어렵지 않다. 작은 것이 모여 큰 기쁨이 되기 때문에 우리는 작은 것에 대한 아름다움을 찾아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