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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5번째) 추억 속의 보스톤 (상) / 김 창 욱

제1495번째


추억 속의 보스톤 (상)


삐삐삐삐…새벽의 어둠을 깨우는 알람소리에 눈을 떠보니 5시 30분. 어제 마신 막걸리의 숙취를 뒤로 하고 주섬주섬 운동복을 껴입고 성내천으로 나와 가볍게 스트레칭을 한 후, 실개천이 흐르는 성내천변을 따라 달리다보면 붉게 물든 단풍사이로 새벽안개가 자욱하게 걸려있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고 환상적이다.


고즈넉하고 조용한 새벽길이지만 거친호흡과 요동치는 심장소리 그리고 튼튼한 대퇴근을 자랑하는 두 다리가 나의 달림길을 함께하는 든든한 오랜 친구라 그리 외롭지만은 않다. 달리다보면 여러가지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희로애락’. 이 모든 것들이 뒤엉켜 살아 가는게 인생이지만, 힘들고 지칠때마다 나를 지켜주고 힘을 주는 원동력은 바로 마라톤여정의 추억들이다. 그중에 보스톤마라톤대회를 달렸던 기억은 평생 나에게 즐거움과 행복 그리고 설레임을 안겨주는 첫 사랑의 아련한 추억같은 것이다. 가슴 한켠에 고이 간직한 보스톤마라톤의 추억들을 설레임 가득안고 펼쳐본다.


평소처럼 새벽 4시30분 기상. 간단히 샤워를 한후 호텔밖으로 나오니 많은 분들이 스트레칭을 하고 계셔서 같이 가볍게 몸을 풀고 준비된 찰밥으로 아침식사를 한후에 버스를 이용해 hopkinton으로 출발.


보스톤은 미국 동부의 항구를 끼고 있는 도시로 자유를 위해 메이플라워를 타고 건너온 영국인들이 초기 거주한 지역으로 미국독립전쟁의 진원지였던 곳이다. 그래서 자유분방하고 현대적인 건물들이 즐비한 대도시의 느낌보다는 보수적이고 초기 전통적인 건물들이 많은 아담하고 조용한 도시라는 느낌이 들며 이곳에는 유명한 하버드나 MIT대학 등 170여개의 대학들이 있는 교육의 도시로서 미국을 이끌어가는 대통령을 많이 배출한 곳으로 상당한 자부심을 가진 곳이다.


우리나라의 현충일처럼 메사츄세스주에는 애국자의 날(patriot day)이 있어 이날은 4월19일로 혁명전쟁의 시작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다. 그래서 이날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보스톤마라톤대회를 4월19일날 개최하다가 1969년부터 매년 4월 셋째 월요일로 옮겨 대회가 개최되게 됐다.


마라톤의 시작점이 되는 hopkinton은 군인 동상이 서 있는 곳으로 출발점이 좁고 협소해 2만3000명이 뛰기엔 문제가 많지만 기록순으로 정확하게 라인을 만들어 출발시켜, 물이 흘러 가듯이 달리기 때문에 달리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8시30분에 도착해 간단히 몸을 풀고, 출발선에 있는 한인 장로교회의 잔디밭에 앉아 나눠준 떡을 먹고 주변을 돌아보니 이곳은 마치 신나는 페스티벌을 하는 것처럼 왁자지껄하고 무척이나 밝은 표정들이다. 햄버거와 아이스크림 파는 사람, 집 앞에 의자를 가져와 햇볕을 즐기며 구경하는 사람, 직접 쥬스를 만들어 집앞에 내다놓고 장사하는 꼬마 등 우리와 많이 다름에 신기하고 볼만한 구경거리가 많았다. 옷을 맡기는 곳은 동아대회처럼 번호순으로 차량을 정해 그차에 짐을 맡기면 나중에 찾을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옷을 맡기고 동욱이, 만영이, 총무님, 진황이형, 경준이형, 유환이형과 100회 마라톤동호회 기념 사진을 찍고 몸을 풀기위해 달려보니 벌써부터 땀이 나기 시작한다. 오늘 한낮의 날씨가 최고 32도까지 올라간다고 하는데 기록보다는 즐겁게 달리며 축제를 즐기기로 마음먹고 번호순으로 놓인 출발선으로 가보니 일일이 번호를 확인한후 들여보낸다. 이런 질서의식은 본받을 점이라 생각한다. 춘천대회에도 배번호순으로 라인을 정해 놓아도 지켜지지 않는 우리네 현실이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든다.


드디어 12시45초에 출발.
출발선부터 응원나온 시민들이 달리는 길가에 일렬로 서서 응원을 해주니 마치 프로선수같은 느낌이 든다. 인구 75만명중에 50만명이 나와 응원을 한다니 대단하다.
모두들 손을 내밀고 하이파이브를 해주고, 예쁜 꼬마들이 고사리같은 손에 오렌지를 올려놓고 먹으라고 소리지르며,비닐주머니에 얼음을 일일이 싸서 선수들에게 나눠주는 사람, 찬물을 손에 들고 서 있는 아가씨 등 모든 게 재미있고 신기했다.


그중에 압권은 장난기 가득한 십대소년이 손에 담배를 들고 “쓰리달러"하며 달리는 선수들에게 담배를 파는 유머스러움은 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로움일지도 모른다. 뛰다 웃음이 나서 한참을 웃으며 달렸다.
마일로 표시가 돼있어 2마일 표지를 보니 13분07초(1마일이 1.6km이므로) 1km를 4분5초에 달렸다. 빠르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같이 어울려 달리다보니 오버페이스 같아 속도를 조금은 늦춰 달리기로 했다. 3마일(19분 40초)을 지나니 5km표지판이 나온다. 5km lap time;20분21초 처음 5km는 계속되는 내리막이라고 고저도에 나와 있는데, 전체적으로 오르막 내리막이 있는 곳이라 생각보다 쉽지 않고 날씨가 더워 벌써부터 온몸에 땀이 흘러 선수들 모두 몸에 물을 뿌리고 마시는 등 정상적인 레이스를 펼치기 힘들 정도로 너무나 덥고 후텁지근한 날씨다.


5km이후 부터는 평지가 이어지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길가에 응원하는 사람들로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광적으로 응원해 조금 지나니 시끄러워 정신이 하나도 없다. 힘도 좋다. 그렇게 소리를 질러대니…5마일(8km);33분12초…빠르다. 6마일;40분06초 10km통과시간;41분35초, 오늘 펀런하기로 했는데. 5km마다 전자매트가 깔려있고, 마일마다 노란깃발을 들고있어 편했다. 10km부터 15km구간은 거의 평지지만 약간의 오르막 내리막이 있다. 한국참가자중 20명 가량은 서브-3주자들이고 다들 보스톤에서 신기록을 낼려고 준비한 분들이 많은데, 달리다 보니 거의 걷고 있다.
내리막을 쉽게 생각해 오버페이스를 한 것같고, 갑자기 더워진 날씨를 생각않는점, 그리고 11시간의 시차로 인해 적응이 안돼 한국시간으로 새벽 2시에 달리는 꼴이니 머리들이 몽롱하고 몸이 무거워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 것 같다.


나도 일요일 저녁에 코피가 난걸보면 모두들 정상적인 컨디션들은 아니다. 힘내라고 격려를 해주며 뛰어 보지만, 나역시 예외일수는 없는지라 초반인데도 30km를 지나온 몸처럼, 너무 무겁고 몸에선 물만 찾고 어지럽기 시작한다. 악으로 깡으로… 속도를 지금처럼 내면 안될것 같아, 힘들때하는 주법인 숏피치에 리듬을 타며 발목을 부드럽게 하여 달려나가니 힘이 덜든다.
이럴때 100회 회원이 유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번 풀코스만 뛰어 보니, 산전수전을 다 겪어 힘들고 지칠때 이걸 이겨내는 자기만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 다른분들보단 유리했다. 
 <다음호에 계속>

 

 김창욱
가브리엘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