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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멈춤(쉼)

눈 멈춤(쉼)

 

언제부턴가 날이 차가와지면 어느 산에 눈이 많이 오나?
휴일까지 그대로 쌓여 있으려나? 설산행의 설렘이 있었는데…

2010년 첫 출근 날, 하얀 눈이 경인년 ‘하양 호랑이해’를 열어 주려는 듯 하루 종일 내렸다. 기록적인 도시의 폭설은 도로의 마비, 스키용자들의 출몰, 지하철사고 등 많은 뉴스거리들을 만들어 냈고, 같이 일하는 직원들은 전날 밤(1월 3일) 저녁부터 제설대책 1단계 비상근무를 시작으로 4조로 나누어 24시간 작업, 12일에야 겨우 제설작업 보강근무가 해제된 상태다. 고요와 침묵을 닮은 희디 흰 눈은 잘 쌓이는데 그 아름다움이 있다고는 하지만, 동심으로 돌아가게 하기에는 너무 많이 내렸고, 이틀 뒤엔 한차례의 눈이 또 예고되어 있다.

 

며칠 전 H신문의 공감이 가는 기사가 있었다.
“폭설로 비효율적인 하루를 예상하면서도, 쉽게 ‘휴무’를 결정하지 못함은 휴식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누군가 ‘오늘은 그냥 모두 쉬자’고 이야기 할 수 없었을까? 그런데 그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다. 우리의 삶의 일터 종속성은 엄청난 수준으로 사회 전체가 ‘과로’를 미덕으로 삼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운영되는 이유다. 최근의 경제학은 과로의 미덕을 일방적으로 예찬하지는 않으며, 지속적 성장에는 노동의 추가 투입보다는 성찰과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필요하다. 또한 경제의 질적 도약에는 획기적인 신상품 창출이 필요하며 이는 기존 생산에 투입되는 노동으로부터가 아니고 휴식(쉼)에서 나올 수 있다. 쉼은 도약에 필요한 자산이자, 새로운 사회를 꿈꾸는 상상력의 밑천!”

 

그 날 휴무를 결정했다면 물론 예외는 있지만 출퇴근 하느라 진을 빼지도 않았을 것이고, 100년 만의 폭설을 감상하며(?) 일이 있거나 없는 자, 노숙자, 수험생도 모두 함께 모든 걸 멈추고, 쉼을. 눈 그친 뒤 이웃과 함께 자기 집 앞, 도로의 눈들을 치워냈다면 무지막지한 양의 염화칼슘 살포도, 직원들이 며칠간 출근해 제설작업만 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눈 치우고 나서 뭐라도 한 잔 나누며 피치 못할 사정(?) 이 있었겠지만 안 나온 이들을 안주삼아 이웃간의 정분도 쌓았을 것이다.


이런저런 일로 시끄럽기만 하다. 거기다 폭설까지. 방송에선 이런 혹한에 밤새 안녕하기 힘든 이들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눈 치우는 얘기만 무성하다. 균형잡힌 천재 예술가 미켈란젤로도 햇빛을 머금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자연의 황홀한 창작물-에 좌절했다는데 여기도 저기도 자꾸 손대려는지, 선과 색 하나도 더하지 않고 끝내야 할 시점, 멈춤, 쉼….
인디언 달력엔 12월은 무소유의 달, 1월은 마음 깊은 곳에 머무르는 달이란다. 눈 때문에 더 시끄럽게 시작한 2010년, 우리 설은 아직 넉넉하게 남았으니 ‘쉼’을 많이 가지며 무너진 가치와 신념을 가슴 깊은 곳에서 끄집어 내자. 

 

김 미 경

서울 영등포구보건소 치과과장

대한공공치의학회 총무기획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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