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낮은 곳’으로 임한 40년
한센인 있는 한 계속 진료 봉사
유동수 (사) 한국구라봉사회 회장
69년 소록도 나병원 시작
연 3만여명 구강건강 돌봐
무려 40년간 한센인들의 구강건강을 오롯이 보살펴 온 치과의사들의 모임이 있다.
지난달 24일 창립 40주년 기념식을 개최한 (사)한국구라봉사회의 유동수 회장은 “아무도 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우리가 해야 했던 일”이라고 역설적으로 40년 봉사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지난 1969년 7월 여름 방학을 이용해 뜻을 같이하는 몇 사람의 치과의사와 치대생들이 전남 고흥군 소록도 소재 국립나병원에서 일본 오사카치과대학 구라봉사단과 합류, 공동치과진료봉사활동을 실시한 것이 이른바 구라봉사활동의 첫 시발이었다.
구라봉사회가 지난 40년간 치료한 한센인은 연인원으로 3만1248명, 진료일수도 757일에 이른다. 제공한 틀니만 해도 4200개. 참여한 인원은 치과의사 1711명, 학생 2675명, 치과기공사 370명 등 연인원 기준으로 4700명이 넘는다.
유 회장은 “처음 한센인을 위해 치과진료봉사를 펼쳤을 때만 해도 일반 개원가에서 나환자를 치료했다고 소문이 나면 아예 치과 문을 닫아야 할 정도였다. 우리의 손길이 아니면 아무도 그들의 아픈 이를 치료해 주고 없는 이를 해 넣어 주는 사람이 없던 시절이었다”고 회고했다.
그 40년 동안 구라봉사회는 소록도 국립나병원을 시작으로 여수 애양재활병원, 익산 익산농장, 산청 성심인애병원, 나주 호혜원, 안동 성좌원 등 전국의 한센인 진료 시설 및 정착촌을 내 집처럼 드나들었다.
특히 한센병은 발병 이후의 즉시 치료와 함께 섭생이 중요한 질환이다. 그런데 병변의 특성상 또는 생활환경 등에 의해 치아 손실이 많다. 따라서 음식섭취를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치과진료는 이들에게는 삶에 대한 자신감과 먹는 즐거움을 줄 뿐 아니라 이 병의 치유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만큼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유 회장의 설명이다.
특히 유 회장은 “만약 누가 대신 할 사람이 있었다면 이렇게 40년이나 계속할 수 없었을 지 모른다”면서 “지금까지도 정부나 지자체 등 누구 하나 이 문제에 책임을 가지고 관심을 가져주는 주체가 없다”고 진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래서 구라봉사회는 이제까지 정부의 지원금을 단 10원도 받지 않고 유류파동, IMF 등의 험난한 역경을 헤쳐 왔다.
유 회장은 “진정한 NGO라면 정부의 지원금 없이 민간 지원금만으로 운영할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해 왔다. 이 같은 신념을 지킬 수 있게 도와 준 다수의 독지가 및 후원단체에 감사한 마음 뿐”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40년의 세월을 회원들과 함께 봉사에 매진해 왔지만 유 회장의 여전한 바람은 ‘대한민국에서 한센병 환자가 없어지는 그날까지 봉사진료를 계속하는 것’이다.
그 이후의 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유 회장은 “그렇다면 해외 원정 진료를 가야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며 아주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