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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수필(제833번째)>
그것은 꿈이었을까?
정효경/ 부산 정효경치과원장

한순간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어떠한 고통도 감내 하리라는 그녀는 이미 욕망의 포로였다. 백발이 성성한 노부부가 대기실에서 다정스레 앉아있는 모습을 보는 것이 한 동안 치과에서의 낙이었다. 그 마지막날 할머니께서 틀니를 장착하고 체어에서 내려오자 당신께선 정작 체어에 오르길 거부하셨던 할아버지께서 진료실로 들어오셔서 주름진 두 손을 쭈글쭈글한 할머니의 두 뺨에 대고 부벼대면서 어린 아이처럼 기뻐하신다. “어쩌면 이렇게 예쁠까?” “원장님 고맙습니다. 우리 할망구 이렇게 젊고 예쁘게 만들어 주셔서”하며 연신 큰절을 한다. 정작 할아버지의 주름진 그 얼굴에 아름다움이 넘쳤다. “하나만 물어볼께요. 모랄이 뭐죠?” 그는 아침햇살이 쏟아지는 창을 뒤로하고 하지 말아야 할 잘못을 저지른 어린애가 엄마 앞에 항변하는 듯한 억양으로 자신에게 다가와 막 자리를 잡으려는 그녀에게 눈을 맞추며 오랜 단절의 시간을 밀어내려 했다. 그녀는 그가 밤새워 부산으로 달려와 해운대 바닷가에서아침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술기운을 빌려 그녀에게 전화했음을 알아차렸다 “나는 모랄을 몰라.” 동시에 그녀는 ‘모랄은 집에 두고 왔지!’ 하며 되뇌인다. “안돼, 어디든 가서 쉬었다가 돌아가!”라고 말하고 수화기를 놓았지만 그녀는 이미 그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마치 지난 6개월 동안 이날만을 기다렸다는 듯. 한순간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어떠한 고통도 감내 하리라는 그녀는 이미 욕망의 포로였다. 그 동안의 자신과의 싸움을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녀는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던 예수처럼 ‘주여 이 잔을 제게서 치우소서, 비켜가게 해주소서.’ 기원했었다. 그녀는 그 달콤한 유혹을 떨쳐내기엔 너무 지쳐있었던 것이다. “나는 섹스파트너를 원해! 근데 너 아냐!” 그녀가 비 현실을 둥둥 떠다닌 일 주일 끝에 그녀의 마음을, 그를 정리하려고 했다. 그것도 폭력적으로. 곧잘 1,2,3,4 나열하기를 잘하는 그녀답게 몇 가지 이유를 대며. 사랑이 진실하다면 반드시 방법은 찾겨질 거라는 그를 냉소하듯 위악을 떨며 돌아선 이후 지난 6개월 동안 그녀는 모랄과 그리움과 씨름하고 있었다. “난 이혼할거야” 그녀는 단호한 그의 목소리가 절망적인 자기존재에 대한 반항일거라고, 나 때문이 아닐꺼 라고, 또한 그렇게 할 위인도 못된다고 생각했다. ‘나 때문이라 하지마. 알량한 죄의식에서 벗어나고 싶어 주위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거라면 말어’ 그녀는 숨막히는 고통속 에서 벗어나는 길은 이혼이라고 생각하는 자신을 향해 외쳤다. ‘진실이란 게 꼭 아름다운건 아냐!’ “괜찮으세요? 다친 데 없으세요?” 그는 그녀가 낸 첫 번째이자 마지막인 충돌사고의 피해차량의 운전자로 다가왔다. 옆구리가 움푹 들어간 자주색 낡은 엘란트라는 광주 번호판을 달고 있었다.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표정으로 서울로 가는 길인데 고속도로 진입로를 물어보고는 연락해달라며 폰 넘버를 내밀었다. 망연자실해 있던 그녀도 언제든 배상을 해주겠다며 그녀의 폰 넘버를 넘겨주었다. 구서 IC를 막 지날 무렵 벨소리가 울렸다. 그에게서 온 감사의 전화였다. 그녀는 웃음이 나왔다. ‘받지마! 제발 받지마!’ 그녀는 신호음을 들으며 통제되지 않은 행위가 부재중 전화로 될 때 비로소 한동안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말씀하세요!" 그녀는 짧은 침묵을 두고 수화기를 놓는다. 그 침묵 속에 그의 숨소리가, ‘나 땜에 힘들죠. 고통은 점차 사라질 거예요. 의젓하게 살아요.’ 라는 그의 메시지가 전해져 온다. ‘한번만 더 걸면 널 자르고 말겠어.’ 그녀는 그녀의 손가락에게 명했었다. 시퍼런 도끼 날이 그녀의 손가락위로 쏟아진다. “으악!” “여보 웬 늦잠.” 남편의 아침 상 차리는 소리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아침햇살에 튕겨온다. ‘꿈이었구나. 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