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죽고 싶을 때 담배 한대 피울 거야" “나 담배 한대 피면 그 즉시 죽을 거야" 떨리고 무서운 마음 억지로 달래며 치과 치료의자에 앉자 오로지 처분만 바라는 심정으로 이제나저제나 치료가 끝나길 바라는데 치과선생님은 전화왔다고 노닥거리고 그러는 것까지는 참겠는데 원장실로 들어가는가 싶더니 매케한 담배 냄새와 함께 뿌연 담배연기가 치료실로 날아든다. 아니? 왠 담배! 치과의사 선생님이 아직도 담배를 핀단 말인가? 조금 있으니 아까보다 약간 삐뚤어진 마스크를 다시 고쳐 쓴 선생님이 미러를 잡고 입을 벌리라고 한다. 아니? 선생님! 담배 피우고 손도 안닦고 치료를 시작하시려구요? 씻지도 않은 손에서는 꼬린 담배 노린내가 코를 찌른다. 아니? 치과의사 선생님! 정말 너무 하지 않으신가요? 이상은 모 교수님께서 환자가 실제 겪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신 것이다. 담배를 끊은지 20년 가까이 되면서 이제는 담배필 때의 기억이 아련하지만 치료가 잘 안풀릴 때(사랑니가 잘 안나오고, root canal을 찾기 어려울 때 등) 막간에 한 개피 피우고 짜증을 잠시 식히고 나면 어렵던 치료가 술술 풀리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도 그땐 최소한 손은 씻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아무리 손을 깨끗이 씻더라도 막 담배를 피운 사람에게서 나는 역한 담배 냄새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에게는 여간 곤역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담배가 다른 사람에게만 역겹고 불쾌하고 해로운 것일까? 흡연자 본인에게는 더더욱 건강을 해치고 많은 해악을 가져다 준다. 그럼 어째서 이처럼 나쁜 담배를 굳이 피우는 걸까? 나도 한때는 하루에 한갑 이상씩 담배를 피우기도 했고 담배가 떨어지면 꽁초를 찾던 기억도 난다. 그런 흡연의 끈질긴 유혹은 왜 일어나는가? 한 마디로 말해서 담배가 있기에 피우는 걸까? 해롭지만 정신적으로 유익한 면도 있다는 등 따지는 것 조차 아무 의미가 없이 단지 있으니까 피운다는 걸까? 흡연자들의 주장처럼 몸에 해로운 것 피워서 없애자는 우스개 소리도 있지만 일반인이 아닌 전문치과의사로서 왠지 흡연에 대해 좀더 깊이 고찰해야 할 것이 있을 것만 같다. 그래서 몇몇 치과의사들이 금연운동을 새롭게 바라보고 함께 모여서 보다 적극적인 운동을 전개하려 한다. 우리 치과의사들의 금연운동은 사실 역사가 깊다. 서울대 치대 박태원 교수님께서는 벌써 30년 전부터 조직적인 금연운동을 하셨고 전 치협 회장님이신 윤흥렬 차기 FDI 회장님은 FDI 회장 선거 때 금연 캠페인에 대한 회장님의 정열과 아이디어가 세계 치과의사 대의원들에게 강력하게 어필하여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고 말씀하셨다. 이런 의미에서 전문의료인력으로서 국민들 대상의 금연운동 뿐만 아니라 우리치과의사들 자신들의 금연의식 확산에 대해 어떤 마음가짐과 자세로 임해야 할지 잠시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내가 담배를 일순간 끊으니까 “담배 끊는 지독한 놈하고는 상종하지 말아야겠다"고 하던 한 선배님의 말씀을 마지막으로 소개한다. 나는 담배를 84년 12월에 끊었는데 그후로는 한 개피도 피우지 않았다. 내가 어떻게 하루 아침에 딱 금연할 수 있었을까? 나는 당시에 이런 말을 하고 다녔고 이 말이 잠재의식 속에서 나의 흡연 의지를 잠재우며 금연 각오를 공고히 하게 한 것 같다. “나 죽고 싶을 때 담배 한대 피울 거야" “나 담배 한대 피면 그 즉시 죽을 거야" 이런 말들을 만나는 사람마다 또 같이 담배를 피우던 사람에게 부지런히 전했고 약속을 지키려 부단히 노력했다. 어느덧 이런 자기 최면은 뇌리 깊숙이 각인되면서 20년 가까이 금연에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