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중 칼럼
<전 치협 대의원총회 의장>
마지막 불장난
대통령 특사 때마다 영세 상인이(동네의원 포함) 시달리던 시절이 있었다. 머리 박박 깎고 팔뚝에 문신한 사내들이 험악한 얼굴로 가게(대기실)에 들어선다. 금품갈취는 범죄임을 아니까 먼저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 “내가 별이 몇 갠지 알아?"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면 손님(환자)이 다 달아난다. 다급한 주인(원장)이 알아서 금일봉을 쥐어주면 가게는 비로소 ‘평화"를 찾는다. 쉽게 줄수록 소문이 나서 방문은 잦고 액수는 올라간다.
북한 김씨 일가는 대대로 국민 먹여 살리기에는 무능하고 오로지 칼 가는 재주만 익혔다. 칼만 팔아서는 벌이도 시원찮은데, 국제사회가 평화를 위협하는 칼 거래를 단속하니, 국민이 굶기를 밥 먹듯 한다. 어느 날 남한정권이 바뀌더니 으름장을 놓기도 전에 돈 보따리를 싸들고 와서 “그저 한번 만나만 주세요”애걸한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화수분이다. 본시 퍼주기만 하는 것은 거지에게도 못할 짓이다. 자립의지를 꺾어 돈 떨어지면 앉아서 굶고, 공돈은 헤퍼서 갈수록 씀씀이만 늘어난다. 동냥을 계속 올려 받는 비법이 있다. 가끔 한 번씩 행패를 부리고 겁을 주어 물주가 꼼짝 못하게 길들이는 것이다. 그것도 조금씩 공갈 수위를 높여간다. 여기까지는 아직 견딜 만하다.
핵폭탄도 130만 북한군도 남쪽 주민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궤변을 늘어놓는 위인들이다. 다음은 전래동화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에 나오는 호랑이처럼, 마피아식 국방비부담(Protection Money)을 요구할 것이다. 부담이 크다고 항의하면 “우리가 지켜주는데 남쪽에 왜 군대가 필요하냐. 그리 어려우면 국군을 해산하라”한다. 금품요구가 너무 커져 “더 이상 세금을 거둘 수 없다”고 하면, “거 봐라, 썩어빠진 자본주의식으로는 안돼. 우리식으로 할 테니 조세업무를 넘겨라. 한 천만 명쯤 굶겨죽이면 반동 불평분자 소탕도 되고 항의도 사라진다” 가상 시나리오 “대한민국 해체"다.
일제는 만주경영을 위하여 북쪽의 산업시설에 집중투자 하였다. 발전소와 비료·화약과 제철·제련 공장 및 광산 그리고 기반시설 등. 남쪽에는 고무신·냄비 같은 경공업뿐이었다. 6·25의 피해도 침략을 ‘당한" 남측이 컸다. 해방 후 훨씬 유리하게 출발한 북한 GNP를 남한이 따라 잡은 것이 1970년인데, 현재 남북 경제규모 격차는 약 250배라고 한다. 김정일은 북한이 천국이요 남한은 ‘거지 나라"로 국민을 속여 왔으나 개방되면 더 이상 정보차단이 불가능해진다. 북한 동포들은 첫째, 공산주의 천국의 원조 소련이 해체된 지 이미 20년이라는 사실에 놀라리라.
둘째, 주인 어른 중국이 벌써 제6대 통치자 시진핑을 선출했다는 소식에 놀라고, 반대로 북한만이 몇 백 년을 ‘후퇴"한 원시적 통치형태, 유일한 3대째 세습의 왕조 독재국가라는 사실에 동요할 것이다. 그들이 즐겨 쓰는 말‘반동’은 다름 아니라 “역사를 거스른다"는 뜻 아닌가?
북한정권이 공개하기 두려운 세 번째 진실은 바로 대한민국의 번영이다. 똑같은 유전자로 태어나 지도자 명령대로 등골이 휘도록 일만 했는데, 저 건강한 체격과 넘치는 풍요에 비하여 강냉이라도 자루 채 놓고 먹어보는 것이 소원인 비참한 현실과 피그미 같은 자신을 돌아보며, 그 긴 세월 통치자의 무능과 거짓에 속아온 것이 분하여 치가 떨리지 않을까? “공존은 결국 패배" 라는 인식하에, 북한정권은 대한민국 해체를 노린 ‘마지막 불장난"을 할 것이다.
그러나 이 행패는 오로지 김정일과 소수 집권층만을 위한 것이지 북한 동포에게는 지옥의 연장전일 뿐이다. 피해를 각오하고라도 이겨내야 한다. 권력이 극단적으로 집중된 독재국가는 독사와 같아서 머리만 잘라내면 된다. 오랜 세뇌교육 탓에 북한주민들이 한동안은 혼란스럽겠지만, 동구(東歐)에서 보듯 안정은 시간문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