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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빨강 라이방

명사시선

임철중 칼럼

<전 치협 대의원총회 의장>

빨강 라이방

  

무역량이 세계 10위 내에 들고 GDP도 높아 잘 살게 됐다는데, 어인 일로 삶은 더 팍팍해지고, 치열한 경쟁 속에 낙오자가 늘어난다. 파산선고 후 버티고 버티다가 홈리스로 몰려 일 년쯤 지나면, 멘탈이 비가역적으로 황폐해진다고 한다. 이들이 서울역 대합실 벤치에 앉아있으면, 열차 이용객들은 슬금슬금 피해간다. 불결과 냄새보다는 막연한 불편감이 더 크리라. 택시 승강장에서 대놓고 금품을 요구하는 강심장도 있다. 그래도 개중에는 자신만 아는 행복한 세계로 도피한 소수가 있다. 비교적 깨끗한 옷차림에 미소를 잃지 않고, 마주치는 사람에게 알아듣지 못할 방언도 한다. 정신과 의사가 어떤 진단을 내리던 간에 필자는 이들을 ‘예도네’(예쁘게 돈[미친] 예언자)라고 이름 지었다. 며칠 전 지하도 입구에서 마주친 40대의 ‘예도네"가 생글생글 웃으며 한마디 날린다. “선생님, 무엇이 부끄러워 색안경을 쓰셨나요?” 죽비로 얻어맞은 듯 한동안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방금 내가 화두(話頭) 하나를 받은 것은 아닐까."


백척간두에서 대한민국을 구해낸 인천상륙작전 당시, 맥아더 원수는 초록빛 안경알에 금테를 두른 선글라스를 썼다. 그 뒤로 높은 분이나 멋쟁이의 상징처럼 유행한 색안경 ‘라이방"은 미군에 납품하던 Ray Ban의 일본식 발음이다. 고공의 강렬한 자외선으로부터 조종사 눈을 보호하는 ‘광선 차단"이라는 의미다. 태양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지만 강한 빛에 장기간 노출되면 암에 걸릴 수도 있다. 고산 등반에 색안경이 없으면 설맹을, 보통 빛에도 장기간 노출되면 백내장을 일으킨다.


간질 환자에게는 발작을, 감기환자에 기침을, 노인에 어지럼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얼굴을 들어내고 싶지 않은 연예인, 유명인사로부터 도피중인 채무자나 지명수배자, 또는 안과 등 수술환자도 있다. 이들 모두가 “부끄러워” 하지는 않는다.  많은 사람에게 색안경은 멋도 사치도 부끄럼 덮개도 아니요 그저 생활필수품일 뿐이다.


‘예도네"는 혹시 사회로부터 숨고 싶은 자신의 속내를 나에게 투사한 것이 아닐까?


동물원의 인기스타 원숭이는 움직임 하나하나가 신기한 재롱이다. 그러나 우리 안에서 바라보면, 침팬지가 우리 밖의 인간을 감상하는 주인공일 수도 있다. 우리가 보는 재롱은 인간의 시선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그들의 ‘일상생활"일 따름이다.


창살을 경계로 안팎의 생각이 이리 다르니 색안경을 끼고 본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념의 오염이 두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고, 최고학력 엘리트의 터무니없이 편향된 시각과 독설은 이런 방정식으로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선글라스를 비웃는 예도네 스스로가 어린애처럼 단순한 멘탈과 저준위 상식의 색안경을 썼다면, 좌편향 엘리트들은 160년 묵은 자폐성 사회주의의 붉은 안경으로 세상을 본다.


가슴 뜨거운 청년이 좌익사상에 빠지지 않으면 바보요, 인생의 연륜을 쌓고도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면 더 바보라고 한다. 자궁을 너무 일찍 나온 미숙아는 보육기로 키우지만, 저 머리 허연 ‘미백공"(未白共: 미성숙한 白頭의 공산주의자)들의 붉은 라이방은 누가 벗겨줄까? 정답은 저자신의 손이다. 그리해야 대한민국이 답답한 정체(停滯)의 덫을 벗어난다. 김정일·김정은은 국내 미백공보다도 후순위다.


혹시 도움이 될까 하여 쿠바의 예를 들어본다. 모든 것이 국가소유로 ‘세금’없는 나라, 자본주의의 상징인 고급시가가 수출 10%를 차지하는 나라, 담배농가 수익의 절반을 국가가 가져가는 나라다. 자본주의국가라면 소득세 50%는 강도다. 공상으로 만들어낸 공산주의이론은 눈물겹도록 아름답지만 현실화가 불가능한 꿈이다. 빨강 라이방을 벗지 않는 한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 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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