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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자연치아아끼기운동 공동대표·연세치대 교수] 작은 일에 충성하는 즐거움

기고

이승종  자연치아아끼기운동 공동대표·연세치대 교수


작은 일에 충성하는 즐거움

  

나는 크리스천은 아니지만 치과의사로서 가장 좋아하는 성경구절이 ‘작은 일에 충성하라’는 예수의 말씀이다. 이 구절은 마태복음의 달란트비유로 가장 유명하지만 누가복음에서도 작은 것에 충성되지 않는 자는 큰 것에도 충성되지 못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치과의사의 일은 큰일인가? 나는 늘 학생들에게 치과의사의 일을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크게 사회적인 임팩트를 줄 만한 일도 많지 않다. 그러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치과의사의 일은 단지 돈을 버는 수단 정도로 제쳐 놓고 그 돈을 가지고 사회사업이나 정치나 문화 활동 등을 하면서 보람을 찾는다. 분명히 치과의사 중에도 일부는 여러 방면의 사회활동에서 두각을 나타내야 하고 그럼으로써 전체 치과계의 위상을 높일 수 있겠지만 모든 치과의사들이 그렇게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 보면, 치과의사 만큼 자신의 일에서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직업도 그리 많지는 않다. 우선 우리는 진료 일선에서 거의 일대일로 환자와 마주 한다. 어쩌다 보면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와 개인적인 친분을 쌓아갈 때가 있다. 그 때마다 나에게는 일상적인 endo 환자였던 그 분이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인생의 경험과 소설과 같이 수많은 사연을 가진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라게 된다. 우리에게 오는 그 많은 사람들이 실은 단순한 endo 환자, filling 환자가 아니라 하나하나의 인격을 가진 인간이고 그렇게 소중한 인간들을 우리가 도와주고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얼마나 큰 축복인가. 물론 요즘 들어 잘못된 인터넷 지식으로 우리를 짜증나게 하는 환자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다수의 환자들은 우리의 성의 있고 진지한 서비스에 대해 고마워 한다. 성의 있고 진지한 서비스에는 우리가 당신의 치아를 건강하게 유지시키기 위해 얼마나 고심하고 있는가를 알려주려는 노력이 포함된다. 사실 환자들은 진료의 quality에 대해서 보다는 자신들의 불편과 고통에 대해 공감해 주고 쉽게 빼지 않고 유지시키려는 치과의사들의 노력에 대해 고마움을 느낀다. 그런데 그러한 환자와의 인간적인 공감이 이론적인 윤리교육으로 가능할까?


이제는 거의 환자를 보시지 않지만 늘 내가 치과의사의 사표로 삼아온 선배가 한분 계시다. 나 보다 15년이나 위이신 그분이 내 나이일 때에도 그 분은 늘 “I love dentistry"라는 말을 입에 달고 계셨다. 클리닉을 운영하다보면 어찌 좋은 환자들만 보겠는가? 그 분도 틀림없이 짜증스런 환자들로부터 시달림도 받으셨겠지만 마치 “I love dentistry"가 자신의 마음을 다잡는 주문이라도 되듯 끊임없이 자신의 마음을 추스르고 지친 기색 없이 후배들에게 치과의사로서의 보람을 일깨워 주셨던 고마운 분이다.


치과의사라는 직업을 호구지책으로만 여겨야 한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좁은 진료실에서 평생을 보내며 인체의 작은 부분을 다루고 있지만 나의 작은 일이 환자들에게 먹는 즐거움을 주고 사회생활에서 사람들의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을 돕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얼마나 보람있는 일인가. 네트워크치과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요즘 치과계 내에서 치과의사의 기본으로 돌아가려는 노력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진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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