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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치과에서

기고

 

치과에서


치아에 염증이 생겨 치과에 다녀온 후 나는 양치질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치아 치료는 경험이 없어 두렵고 더군다나 치과는 보험 적용이 별로 되지 않는다는데 내 치아 손상이 심해 고비용이 드는 것은 아닌지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생각이 복잡했다.


몸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지만 특히 치아는 예방이 중요하고 꾸준한 관리와 관심을 요한다.


나는 입을 벌리고 받아야 하는 치료에 거부감이 생기고 그간 통증이 없어 구태여 치과를 찾지 않았다.


요즘 젊은 엄마들은 자녀의 유치부터 관리하고 양치질을 가르친다.


내가 어릴 적 유치가 흔들리면 어른이 그 이에 실을 묶어 내 관심을 잠시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하고 순간적으로 잡아챘다. 뽑은 유치를 지붕에 던지며 ‘헌 이 줄께 새 이 다오’라며 영구치가 잘 나기를 바랐다.


그 시절에는  대개 그런 식으로 이갈이를 했기에 제때 제거 못한 유치 때문에 덧니가 생기는 경우도 많았다. 요즘은 어릴 적부터 치아 관리를 잘하기에 영구치가 비교적 고르고 치아교정을 하기도 한다.
나는 운이 좋아 충치나 잇몸 병 없이 지금껏 살아왔다.


병원에서의 진단은 치아 뿌리가 들어난 잇몸 사이로 균이 들어가 충치가 되었단다. 충치가 생긴 치아는 염증 치료 후 관을 씌우고 치아 뿌리가 보이는 곳은 충전 치료를 한단다.


 웃을 때 드러나는 희고 가지런한 치아는 모든 여성의 소망이리라. 예부터 맑은 눈, 흰 피부, 흰 이를 삼백이라 하여 미인의 기준으로 삼고, 명모호치라 했다.


한때 치아 미백을 심각하게 고민했을 정도로 내 치아는 황색이다. 치아는 겉면을 둘러 싼 법랑질은 흰색이지만 밑의 상아질은 약간 노란빛을 띈단다. 나이를 먹어 법랑질이 얇아져 상아질이 비치기도 하고 음식물에 의해 착색이 되어 법랑질의 흰색이 변한 것이라지만 흰 이에 대한 소망을 접을 수 없었다. 나는 양치질할 때 위 아랫니를 붙이고 칫솔을 한 번에 위아래 지그재그로 한다. 치석이 생기는 걸 막고 하얀 치아를 부러워하는 마음이 은연중 칫솔에 힘을 주어 눌러 닦는다. 마치 힘주어 닦으면 하얘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칫솔은 오래지 않아 마모되고 끝은 벌어진다.


구두를 보면 그 사람의 건강과 성격을 알 수 있다더니 닳아진 칫솔을 보면 내 성격이 보이는 듯하다. 어디 치아뿐일까. 힘주어 닦아야만 깨끗하게 닦인다고 생각되어 설거지 역시 수세미로 빡빡 힘주어 닦는다.  


치아 치료를 하는 동안 양치하는 방법은 다시 배웠다.


치료를 받을 때면  긴장한 나의 두 손에는 힘이 잔뜩 들어간다. 순간순간 긴장을 풀어야지 하다가도 어느새 두 손과 몸에 힘이 들어가 있다. 경직과 이완을 반복할 때마다 그 동안 누려온 건강이 고맙다.
치료 의자에 앉아 마취나 충전물이 굳기를, 치료가 진행되는 기다림의 시간이 몹시 불안하다. 환자의 불안한 심리나 지루함을 배려하여 치료 의자마다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나는 창밖으로 보이는 낯익은 은행과 교회 건물이며 가로수로 마음에 위안을 삼았다. 그런 의미에서 새벽, 어린이대공원으로 운동하러 다니던 길에 위치한 의원을 선택한 건 참 잘한 일이다.


치과를 처음 찾았을 때 노르스름한 빛으로 물들어가던 아메리카 플라타너스가 요즘엔 마른 갈색 잎을 드문드문 달고 있다. 겨울 가뭄에 단풍이 제대로 들지 못하고 잎이 말랐나 보다. 우듬지에는 바람 숭숭 통하는 새 둥지가 보인다. 왜 하필 차 소리로 종일 시끄럽고 매연이 심한 가로수에 집을 지었을까!  새 역시 스트레스가 심하면 새끼치기에 어려움이 많으리라는 생각에 나무 많아 공기 청정하고 조용한 길 건너 어린이 대공원으로 옮겨주고 싶다.


새들도 영역싸움을 하고 주류에서 벗어나면 변방으로 몰리기도 하는 걸까?


치료 횟수와 함께 겨울이 깊어지자 플라타너스 잎이 떨어졌다. 올해 새로 제멋대로 자란 가지를 그대로 드러낸 나무는 볼품없다. 마치 들쭉날쭉 생긴 덧니처럼 위로 뻗고 아래로 향한 채 자란 가지는 눈에 거슬린다. 잎이 무성 할 땐 그런대로 숨길 수 있었으련만 잎 떨어진 가지는 생긴 모습을 그대로 보여 준다.


전지되어 잘 가꾼 도시 나무에 익숙한 눈은 자연스럽다는 느낌보다 고집으로 보인다. 사람이나 자연이나 거스르지 않을 때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는가!  


치아 치료가 끝날 즈음 가로수는 전지가 되었다. 내 마음에 근심을 주었던 우듬지 끝의 새둥지도 없어지고 멋대로 자라 볼품없던 나무 가지도 잘려 나갔다.


잇몸은 비교적 깨끗하나 6개월 마다 내원하여 치과 관리를 받으라는 말과 함께 치료가 끝났다.


미와 기능을 모두 갖춘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부러워하기보다 내가 지닌 것에 대해 만족하며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동안 누려온 건강이 튼튼한 이 덕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황색 이지만 내 이가 고마울 뿐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조승연 수필가·한국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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