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경영 123
<3>
소득공제 or 비과세, 그것이 문제로다
2020년, 57세인 치과 개원의 김원장은 친한 후배에게 일찍 병원을 넘겨주고 은퇴해서 일주일에 하루만 병원에 출근한다. 병원 소득과 국민연금, 보험회사 연금과 부동산 월세 등을 포함해서 매달 7백만원 정도 들어오기 때문에 쓰고 남아 저축할 정도로 넉넉한 편이다. 그러나 지난 5월 종합 소득세 신고 후에 2천만원 가까운 세금이 부과돼 저축하던 돈을 몽땅 세금으로 내고는 걱정이 늘었다. 예상치 못한 세금으로 실질 소득이 매월 5백만원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김원장은 늘어난 세금을 더 내느니 좀더 일찍 병원을 그만두고 쉬기로 결정했다.
올해부터 소득공제 한도가 4백만원으로 인상돼 발 빠른 개원의들은 1월에 추가로 증액하는 등 한도를 맞추고 있지만 김원장의 경우와 같이 정작 먼 훗날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당장 최고세율 38.5%로 매년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상황에서 소득공제로 절세되는 백만원도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거기에 최근 개인사업자인 개원의들이 추가로 3백만원 소득공제가 가능한 중소기업중앙회 노란우산공제의 가입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노란우산공제는 연금전환 기능이 없고 60세 이후에 목돈으로만 수령 가능하다. 이때 이자소득세(15.4%)가 원천 징수되고 다른 금융소득과 합산해서 4천만원 초과시 종합소득 합산과세에 해당하므로 주식이나 채권 투자 등으로 인한 금융소득 배당시기와 겹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이러한 소득공제 상품은 공제혜택 대신 추후 이자소득세를 과세하며 연금 전환 시에도 소득세를 부과하는 과세 이연효과를 기반으로 한다. 반면 비과세 상품은 소득공제 혜택은 없지만 이자뿐만 아니라 연금 전환 시에도 비과세가 적용되기 때문에 소득이 많지 않은 노후에 상대적으로 효과가 크다. 그럼에도 비과세 상품은 일반적으로 보험사에서 판매하여 보험설계사들이 강하게 계약을 권유하는 일이 많았고, 10년 이상의 긴 유지기간으로 인해 개원의들의 인식이 좋지 않다.
문제는 국민연금이다. 대다수 개원의가 기준월소득액 최고상한선 360만원의 9%인 32만4000원의 국민연금을 매월 납부하고 있다. 2009년에 국민연금에 최초 가입해서 이와 같은 최고구간으로 납부한다 하더라도 노후에 매월 60만원 정도를 수령하게 된다. 대다수 개원의들이 노후에 국민연금으로만 최소 연 6백만원 이상 수령하게 된다. 이러한 국민연금을 포함해서 연 6백만원을 초과하는 연금 수령액에 대해서는 종합소득세에 합산 과세되기 때문에, 일반 소득공제 상품을 포함한 연금상품에서 나오는 연금소득은 대부분 종합소득에 포함되게 된다. 연금규모 자체가 큰 경우 연금소득에 대한 공제를 적용하고도 남은 상당규모가 종합과세 되기 때문에 종합소득에 포함되지 않고 비과세 적용되는 연금이 중요해진다.
위의 김원장의 경우 이러한 소득공제와 비과세 상품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고, 보험상품의 연금소득 수령 시기를 적절히 조정하지 못해 예상보다 소득세가 많이 부과되었다. 매월 7백만원 정도의 소득 중에서 비과세 되는 항목이 없었던 것이다. 특히 보험회사 연금상품이 계약일 기준 10년 이후 연금으로 전환해야 비과세가 적용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계약 후 10년이 되지 않았는데 연금 전환 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적립금이 원금보다 더 커질 경우 연금전환을 할 수 있다는 보험회사의 말만 믿고 무작정 신청했다가 이로 인해 전체 연금소득의 2/3 가까이 종합소득에 합산돼 낭패를 본 것이다. 그리고 월세가 나오는 부동산의 경우는 사전에 배우자의 명의로 적절히 분산해 소득세율 구간을 낮췄다면 예상치 못한 세금 때문에 병원을 그렇게 빨리 그만두지 않았어도 되는 상황이었다.
매년 노란우산공제와 연금저축의 납부금액 7백만원을 한도로 약 2백만원의 세금이 절세되지만, 이러한 상품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준비와 계획 없이 노후를 맞이 하는 경우 오히려 납부하는 동안의 절세규모보다 수령 시점에서 세금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손실이 더 큰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소득공제 상품이 불필요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가입하되 각 상품특성에 맞게 수령시기와 방법을 조정해야 세금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은퇴전과 달리 노후에는 같은 소득에 대한 세금이라도 상대적으로 더 크게 느껴진다. 그리고 노후는 언제부터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지게 된다. 잔칫날 잘 먹기 위해 사흘을 굶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잔치도 잘 준비하지 않으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게 없다는 말이 현실이 될 수도 있음에 유의하자.
문의 : 프라임밸류에셋(주), 010-5663-7329
임은지
프라임밸류에셋(주)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