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김영구 서울치대 구강내과 교수
나는 과연 서울치대 교수인가?
나는 서울치대에 32년째 근무하며 내년에 정년을 앞두고 있는 소위 말하는 원로교수에 속한다. 서울치대 교수직은 사회적으로나 치과계에서도 좋은 직장으로 ‘신의 직장’이라고도 불리어 왔고 나도 그렇게 생각해왔다.
그러나 요즈음 이 직장을 빨리 그만두고 싶은 심정이다. 이유는 다름아닌 서울치대의 4+4제(전문대학원제) 잔류 결정 때문이다.
2010년 2+4제(예과제)로 서울치대 교수회의서 결정하고 본부 학장회의, 평의원회를 거쳐 총장명의로 교육부에 제출된 안이 외부의 압력에 의해서라지만 1년만에 이처럼 쉽게 바뀐다는 사실에 황당함을 금치 못한다.
하긴 4+4제의 잔류는 일시적이고 정원이 확보 되는대로 2+4제(예과제)로 전환함을 전제로 치대 교수회의에서 결정했으나 어찌됐든 4+4제(전문대학원제) 잔류는 잔류인 것이다. 이미 4+4제가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은 것은 치과계나 의과계 뿐만 아니라 이공계에서도 널리 인지하고 있어 일일이 열거할 필요도 없으나 중요한 사항만 지적해보면 다음과 같다.
치의학전문대학원(4+4제)의 문제점
·비싼등록금, 치전원 입시에 따른 높은 사교육비 부담
·이공계 졸업생의 탈 이공계 심화
·치전원 입시에 따른 이공계 교육 파행
·기초 치의학 박사 기피 현상
·군필자 증가로 공공의료 공백(지방병원 수련의 부족)
·고령화로 인한 조기 개원 선호 경향
최근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인 반값 등록금 논쟁은 고려대 김예슬 양이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이고 자퇴한 사건이나 여대생 대표들의 삭발식이 불씨가 됐다.
조선시대 신숙주는 6명의 임금을 모신 조선의 최고의 학자로 한글 창제에도 크게 기여했으나 동료를 배반하고 세조찬탈에 가담한 관계로 역사의 뒤안길에서 배반자로 비겁자로 역사에 남지 않았나. 그러나 신숙주의 후손인 신규식은 조선말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을사 5적을 없애려고 동분서주 했으며, 한일 합방이 되자 자살을 시도했지만 사망하지 않고 애꾸가 되는 불행을 맞았으나 상해 임시정부에서 독립운동에 일생을 바친 선각자가 아닌가.
우리 서울치대 교수들이 아무리 외압, 환경에 휘둘린다 해도 교수회의, 학장회의, 평의원회를 통과한 학제(2+4제, 예과제)를 이렇게 쉽게 바뀌게 할 수 있단 말인가.
물론 여론에 따라 향후 2+4제(예과제)로 환원될 것으로 믿지만 빠른 시일내에 예과제로 회귀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행정처리의 잘못을 관계기관에 제기하는 한편 교과부와 본부에 눈을 부릅뜨고 가서 빼앗긴 정원 45명을 찾아와야 할 것이다.
너무 너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순리대로 풀리지 않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너무 높은 벽에 부딪힐때 정당성을 표현하는 방법중 하나로 자신의 한 몸을 던지는 방법이 있을 수 있겠다.
할복자살, 분신자살, 단식투쟁, 삭발등 수단에 따라 여러 방법이 있겠으나 이들 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있거나 선각자적인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된다. 이것저것 생각하며 여러 생각에 잠기면 실행할 수 없다.
이런 용기가 없는 나는 내 자신이 너무 싫어졌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서울치대 학제 변경 관련 경과 개요
2002년(교육개혁 일환으로) 치의학전문대학원(4+4제) 체제로 전환 결의
* 단 2009년(2010년)에 재평가 후 4+4제 확정 또는 2+4제로 회귀를 최종 결정키로 함.
2003년 치의예과 폐지(정원 90명 감축):
대학본부로 정원(90명)을 반환시 2009년 재논의에 대비해 반납한 정원의 회수에 대한 행정서류를 확보하지 않음. (타 치과대학은 전환 당시 정원 재확보를 기 확보함으로써 현재 예과제로 회귀에 문제가 없음)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학부정원 45명을 서울대학교에 배정했고 본부에서 타 단과 대학에 임의로 배정했음. (서울치대는 치대 정원임을 인지 못함)
2010년 5월 교수정례 회의:
(교육부에서 정원을 45명으로 줄인다고 통보하기 이전)
학제 확정 교수회의 (총 73명 투표)
1안) 4+4제(치전원): 6표
2안) 2+4제(예과제): 45표
3안) 1안과 2안의 절충 6년제 전문대학원제 (고교생입학 + 4년제 편입생): 22표
* 투표결과 정원 90명의 2+4제(예과제)로 회귀함을 본부에 통보하고 학장회의, 평의원 회의를 거쳐 총장명의로 교과부로 결과 송부
2010년 10월 교육부 통보:
학제를 2+4제(예과제)로 회귀시 기존 90명의 정원 중 45명 밖에 배정 할 수 없다.
(2009년에 정원 45명을 서울대에 이미 배정했으므로)
즉, 2+4제(예과제)를 선택하면 서울치대는 입학생 정원 45명의 치과대학이 됨.
2011년 6월 7일 임시교수 회의:
교수들 대다수의 의견은 2+4제(예과제)이나, 정원 45명으로는 치과대학을 유지할 수가 없으므로 정원 90명이 확보 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4+4제를 선택하기로 결의.
정원 90명의 2+4제의 관철을 위해 계속 노력하기로 함. (본부로 간 45명 정원을 되찾는 것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