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건강사회운동본부 안산 외국인 노동자 구강검진을 다녀와서
작은 노력이 큰 나눔의 씨앗이 되기를 바라며
도움을 나누는 많은 모임들이 있고, 많은 선의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능력에 맞는 봉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나는 “빡빡한 전공의 생활이어서”라고 내 자신을 스스로 위로한 적이 많다. 그러다 치의신보에 난 작은 기사를 보게 되었다. (사)건강사회운동본부에서 주최하는 안산 외국인 근로자 구강검진에 대한 것이었는데, 뉴스와 기사 등을 통해 내가 일하는 원광대학교 치과대학 산본치과병원 근처에도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의 거주지역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최근 일이었다.
행사 주최 측과 병원에 참여 의사를 밝히고, 우리 원광대학교 산본치과병원에서는 3명의 전공의와 7명의 예비치과의사인 원내생들 자원으로 모임을 이루었다.
행사 당일 아침 짖궂게도 비가 와 행사가 무사히 진행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안고 안산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비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안산 외국인 주민센터 근처에 도착하자 많은 사람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모여 있었다.
이번 행사에서는 치과뿐 아니라, 양방, 그리고 한방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검진이 이루어졌다.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내가 가진 지식과 기술들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모인 치과의사들과 스탭들이었기에 점심 먹는 시간까지 빡빡했던 일정이지만 그 어떤 모임보다도 웃음이 많았다. 일을 미루기 보다는 진료를 하고 있는 서로서로에게 “힘들지 않느냐, 내가 하겠다” “괜찮다”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을 정도였다.
화가 나면 잇몸이 쑥쑥 쑤신다는 몽골 아주머니, 치아 파절로 인해서 보철물이 탈락해 오신 중국 아저씨, 충치로 치근만 남아 아픈 이를 빼달라고 온 우즈베키스탄의 청년, 불소 Tray를 물고 치료하는 엄마를 얌전히 기다리던 어린 여자아이까지 다양한 이유로 진료소를 찾은 환자들을 검진했다.
발치, pulpotomy, 간단한 치주치료 등을 당일에 시행했는데, 이러한 간단한 치료 외에 몇 번의 내원이 필요한 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단발성의 치료로는 불가하기 때문에 치과에 가셔야한다고 말씀드리면, 일하는 시간과 치과 진료시간이 겹쳐 내원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보건소에서 평일에 야간진료를 시행해 어느 정도는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지만, 더욱 많은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됐다.
몇 해에 걸쳐서 이런 행사가 진행됐는데, 작년에는 참여한 원장님들 말씀으로 3명의 치과의사가 1000명에 가까운 환자를 검진하고 치료를 했다고 한다. 올해는 참여한 인원이 늘어서 7명의 치과의사, 원내생, 그리고 다수의 치과 스탭이 참여했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에, 그리고 그 작은 나아감에 내가 보탬이 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해져왔다.
나의, 그리고 우리의 지금의 작은 노력이 앞으로 나 스스로에게, 그리고 다른 치과의사들에게 더 많은 나눔의 씨앗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고마움을 전하는 선물까지 받게 됐지만 나는 이런 기회를 준 그 날의 기사와 단체에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든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자은
원광치대 산본치과병원 소아치과 레지던트 2년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