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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해외진료봉사를 다녀와서 (4)·끝] ‘봉사 열정’ 가슴에 새겨

인도네시아 해외진료봉사를 다녀와서  (4)·<끝>


‘봉사 열정’ 가슴에 새겨

<1965호에 이어 계속>

  

 

마지막 진료에 힘쓰다


어제까지 진료를 못했던 환자들이 많이 남아있다. 한명이라도 더 진료하기위해서 진료시간을 앞당겨 시작해본다. 오늘은 환자들 중 스케일링을 해달라는 사람들이 많다. 엊그제 치석제거를 받은 환자들이 좋다고 소문을 냈다고 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스케일링 장비를 좀 더 챙겨올 걸 그랬다. 정확한 현장 예비조사가 아쉬울 따름이다. 오후 3시부터 진료를 마감할 예정인데 임시틀니라도 만들고 싶어 하는 환자들이 오전 10시가 다되어서 왔다. 마음이 급하다.


일단 마취를 하고, 인상채득을 부탁하고, 다시 환자를 불러 발치를 한다. 라마단 기간이라 식사를 안 하니 기도실에서 쉬다가 오후에 치아를 장착하러 오라고 한다. 한명만 하다 보니 벌써 5명 째. 그러다보니 점심시간을 훨씬 넘겼다.


점심 먹으러 가는 길에 수줍게 다소곳이 앉아 있던 그제 토요일 점심시간과는 달리 공장여직원들이 여기저기 그늘진 땅바닥에 널부러져 있다. 해 떠있는 동안은 아무것도 먹지않아 힘들고 자기는 라마단을 잘 지키고 있다고 자랑한다는 의미란다. 사실 이들은 새벽 5시지만 아침은 먹었다 .


짧은 점심시간 너나 할 것 없이 발길은 벌써 진료실을 향한다. 마치 현지 원주민처럼 행동하는 박부장님의 인도네시아어가 이제는 정겨워진다. 파란 옷을 입은 직원들이 오면 ‘우리 얘들이에요! 안 아프게 잘 치료해주세요!’하며 손까지 꼭 잡아 주며 안 아프다고 나이 어린 아줌마들을 아이 대하듯 달래준다. 정말 마음이 따뜻한 분이다.


한쪽에서 봉사자들이 기증한 옷가지들로 바자회를 열었다. 어젯밤 잠깐 보기에 이슬람들이 입기엔 좀 과한 디자인의 옷들이 섞여 있었는데, 남자직원까지 참여하고 열기가 뜨거워져 4:1의 경쟁으로 제비뽑기로 옷을 나눠주었다.


아침 늦게 인상 채득한 환자들 임시틀니를 장착해주자 ‘cantik!’(예쁘다)와 Terima kasih(감사합니다)를 연발한다. 시간은 진료마감 예정이었던 오후 3시가 이미 넘었는데, 아직도 환자는 예약하지 않았던 현지인 몇 명과 중국동포들 몇 명이 남았다. 좀 늦으면 어떻습니까! 오늘은 끝나고 푹 쉴텐데. 그렇게 시간을 훨씬 넘겨서 3일간의 진료일정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는다.


짐을 꾸리는데도 우리회원들은 천부적인 능력을 발휘한다. ‘이것은 우리치과에서 가져온 것’ ‘이 기계는 이렇게 해체하고 이렇게 포장해야 되는 거야’ ‘약이랑 일회용품 남은 것은 이곳 의무실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게 사용방법과 주의사항 알려줘요.’이런저런 소리와 함께 청소까지 마무리하는 데 30분 만에 해치운다. 세계기록 감이다.

  

휴식과 위안의 시간을 갖다


간단한 기념사진을 찍고 회사에서 남쪽으로 1시간 반 거리의 반둥의 ciater (찌아뜰) 온천 휴양지로 그간의 피로를 풀기 위해 출발했다.


화산지대 이다보니 해발이 더 높고, 버스가 워낙 힘이 약해서, 경사 길을 오르는게 힘겨워 예상보다 한 시간 이상이 더 걸려 저녁 7시 30분이 넘어서 온천 방갈로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간단히 30분간 샤워를 겸해 온천욕을 하고 8시가 30분이 넘어서야 애저 바비큐와 회로 늦었지만 맛있는 식사를 하며 그간의 노고를 서로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인니에서의 마지막 밤이 화기애애하게 저물었다.


인도네시아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 7시도 안되었는데 회장님이 일어나라고 재촉하신다.


이사람 저사람 고맙다고 잔을 나누다보니 무리했나보다. 아침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버스에 올라 계단식으로 개간된 넓은 차밭을 지나 힘이 달리는 버스가 겨우 산비탈을 오른다. 국립공원인 듯 보이는 매표소입구에서 계산을 하고 주차장에서 다시 작은 승합차로 갈아타고 구불구불 산길을 10분정도 올라 해발 1830m의 Tangkuban Perahu(땅꾸판 쁘라후) 침몰하는 배라는 뜻의 활화산 정상에 올랐다. 커다란 분화구에선 유황냄새가 진동하고 연기가 피어오른다. 적도에 가깝지만 해발이 높아 피부에 와 닿는 바람이 시원하다. 아저씨 부대들이 기념품을 판다고 한국말로 호객행위를 한다. 내 옆에도 젊은 친구하나가 달라붙는다. 한국말도 곧 잘하고 영어도 조금은 한다. 안쓰러운 표정에 기념품을 몇개 사주었더니 영어와 한국어로 때로는 인도네시아말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친근하게 대한다. 결국은 물건을 더 팔아달란다. 알고보니 한개라도 물건을 산사람이 맘이 약하고 돈이 많다고 생각하고 끝가지 달라붙는다고 한다. 결국은 나도 처음산 기념품은 다 나눠주고, 기념품 두개를 더 사고 말았다. 화산정상에서 2Km 경사진 산길을 내려오니, kawah Domas(화산의 문)라고 불리는 섭씨 100도씨의 물이 치솟는 화산온천수가에 계란을 삶아 별미로 먹을 수 있었다. 그 이후로 약 20분간의 비교적 평탄한 산길 트레킹을 하여  버스를 타고 약 3시간 30분 거리의 자카르타로 출발할 수 있었다.


이제 집으로 간다는 생각에 긴장도 풀리고 피곤이 밀려온다. 연신 졸음이 온다. 중간에 마땅히 식사할 곳도 없어서 오이와 아침에 몰래 챙긴 빵 몇 조각으로 허기를 달래고 자르타로 강행군을 한다. 다행히 가는 길 노점에서 두리안과 망고스틴으로 맛있는 저녁을 기대해본다.

  

자카르타의 이중성을 보다


어제보다 두 배 정도의 거리를 거의 비슷한 시간만에 도착했다. 자카르타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사장님의 권유로 우리가 처음 도착해서 지나갔던 대형 쇼핑몰인 센트럴 프라자의 중식당에서 하기로 했다. 점심을 건너뛰고 손 큰 사장님 덕택에 푸짐한 저녁식사를 할 수 있었다.


돌아오는 비행기가 23시 40분 비행기라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쇼핑몰에서 자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평상시에 잘 보지 못하는 유명브랜드의 상점들과 여유롭게 그것을 만끽하는 잘 빼입은 사람들을 보면서 ‘여기가 과연 인도네시아인가?’ 하는 착각을 하게 된다. ‘여기서 몇 킬로만 나가면 나무로 해와 비만 겨우 가린 집들에서 허기를 때우며 어렵게 살고 있는 사람도 있는데’라는 생각에 내가 과연 여기에 온 이유가 혼동된다. 봉사활동 왔다면서 내가 너무 호사를 누렸다는 죄책감이 드니 소화가 잘되지 않는 것 같다.


수카르노-하타 공항으로 가는 길은 평일 저녁이라 한가해서 시원하게 뚫려있다. 공항 근처에 다다르자 인도네시아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초대 대통령 아흐메드 수카르노(Achmed Sukarno)와 초대 부대통령 모하마드 하타(Mohammad Hatta)의 동상이 우리를 배웅한다.

  

과연 나중에 우리가 여기에 또 올 수 있을까?


이번 해외진료는 사)열리치과의사회가 하나에서 열까지 단독으로 진행한 첫 번째 시도라는 점이 큰 의미가 있었고, 모든 진행과정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어서 차후에 해외진료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항공권 구매에서부터 진료지 선정, 재료준비, 심지어 봉사자들의 수화물 준비까지 하나하나 관심을 가지고 귀찮을 정도로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신덕재 선생님의 열정과 작년에 이어 청춘의 힘을 보여 주신 이수백 명예회장께도 존경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런 멋진 봉사활동지를 소개시켜주신 김성문 회장님과 미진한 준비 속에서도 휴가를 반납하고 열심히 진료해주신 장희수, 정돈영 선배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되도록 한사람이라도 틀니를 더 만들어 주기위해 늦은 시간 까지 밤잠을 설치며 기공물 제작에 힘써주신 김용희, 김창헌, 이용기, 서준식 기공사 선생님들께도 심심한 경의를 표합니다.


마지막으로 여성의 몸으로 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까지 봉사대열에 함께 해주신 14명의 고득남, 강은윤, 김순임, 박은영, 박종희, 양유미, 윤경숙, 이미영, 장은정, 장명혜, 장예슬, 장현남, 정선아, 황영은 선생님과 까다로운 입맛을 희생하면서 까지 참여하여 묵묵히 궂은 일 마다하지 않으신 박동규 사장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김민재
열린치과의사회 진료봉사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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