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치아아끼기운동(4)
치과의사의 비전
청소년기를 지나 대학생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영화나 소설을 통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각인된 치과의사의 이미지는 어떤 모습일까 곰곰이 되새겨 본다. 그것은 치과의사 본연의 이미지 외에도 사기꾼, 노름꾼, 바람둥이, 예술기질과 의사상을 반반 가진 재주꾼, 기술자(쟁이) 등의 복합적인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치과의사가 된 지금 이 이미지들은 나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해 주고 있는가? 내 자신에게, 가족과 친지들에게, 그리고 접촉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멀게는 일반 사회구성원들에게 한국의 치과의사라는 공동체 전문집단은 어떤 이미지로 비쳐지고, 그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나 자신은 또 어떤 이미지를 심어 주면서 살아가고 있는가 깊이 생각해 볼 때가 있다. 나이가 들어 가면서 이러한 생각이 더 빈번해 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직업전문집단으로서의 치과의사는 사회의 리더집단을 구성한다는 점에 대해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전문적 직업행위가 수행되는 현장의 한 구석에서 일어나고 있는 바람직하지 못한 작태가 공동체 전체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 건전하고 긍정적인 치과의료문화를 이 사회에 구축해 나가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을 볼 때 어렸을 때부터 각인되어 왔던 치과의사에 대한 그 복합적 이미지가 머리에 스쳐 지나가면서 가슴에 스산한 바람이 분다.
한때 서울시장 후보를 염두에 두었다 접은 어느 저명한 인사가 심지어 대권후보로도 인구에 회자하는 것을 본다. 그 분의 원래 신분은 의사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알게 모르게 의사라는 (치과의사가 아닌) 전문집단이 사회에 그려주는 큰 밑그림에 일조하지 않았나 생뚱 맞은 생각에 접어든 적이 있다.
비전이란 ‘있는 현상에 대한 거룩한 분노요, 대안에 대한 진지한 추구’라고 존 스토트가 말한 것이 기억난다. 치과의료계의 일각에서 일어나고 있는 추한 행태에 대한 거룩한 분노도 좋으나, 이 거룩한 분노를 당당하게 표출할 수 있는 치과의사 역시 많아져야 할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치과의사의 아름다운 의료문화를 건축하는 대안을 진지하게 추구하는 자세가 절실히 요청되는 시대적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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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점일
부산대 치의학전문대학원 치주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