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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전 치협 대의원총회 의장>
백년만의 인재 ‘안철수’
안철수 교수에게는 신비의 아우라가 있다. 젊은 나이에 아무도 꿈꾸기 힘든 많은 업적을 이루었다. 서울의대 수석은 세계 어디를 가도 수석이다. 의대 학과장을 27세, 벤처기업 CEO를 33세, 10년 뒤 60억의 주식을 전 직원에게 무상증자하고 미국 유학, KAIST 석좌교수를 거쳐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전문대학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전 국민이 그의 백신 덕을 보는, 빌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부럽지 않은 한국의 자랑이다.
이제 불혹의 고개를 넘는 나이에, 시골의사 박경철과 함께 전국 대학을 돌아다니며 연 4백회 넘는 강연을 소화한다. 시혜·특혜 속에 최대의 수익을 올리며 중견기업의 성장을 억눌러온 대기업 및 기득권층에 대한 과보호 속에서, IT산업은 선진국에 밀리고 계층 간 격차는 심화되어, 젊은이는 절망하고 사회전반이 뒷걸음질 하는 현실을 바로잡자는 주장에 동의한다. 그런 신념에서 젊은이들은‘도전정신’을 잃지 말라는 격려는 값진 행보지만,“참된 인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함께 살아가는 데 기여하는 사람”하는 식의 좀 아슬아슬한 대답도 많다.
그가 전국의 젊은이들과 맺은 스킨십의 에너지는, 어떤 정치인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쌓여서, 신비의 아우라에 날개까지 달았다. 서울시장 출마선언이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준 이유요, 정치권은 아직도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차기 대선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것으로 점쳐진다. 그는 “한나라당을 응징해야 한다” 또는 “한나라당에는 희망이 없고 민주당에는 대안이 없다”라고 말했는데, 정작 안 교수에게는 해답이 없다. 물론 문제제기는 의제설정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지만, 해결사 즉 정치지도자의 자질로는 2% 아니 5% 쯤 부족하다. 아마도 스스로를 잘 아는 그가 막판에 사퇴한 까닭일 것이다. 사퇴는 신선한 양보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그의 정치적인 상품가치를 더욱 높였다. 그러나 그의 정치행보에는 문제가 많다. 첫째, 백년에 한 사람 쯤의 귀한 인재를 정치판에 끌어들여 낭비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둘째, 국가장래와 청년들을 위하여 2년 넘게 공들인 순례강연이, 그 누구도 착안하지 못했던 신종‘사전 선거운동’으로 평가절하 당할 수 있다. 셋째, 양보란 박빙의 승부, 또는 현격히 뒤쳐진 자가 1등에게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십 대 일의 압도적인 우위에서 양보는, 극적인 효과를 위한 사전 담합이나, 뒷날 더 큰 무대를(대선) 겨냥한 일종의 티저광고로 오해받을 수도 있다.
어느 경우도 선량한 안 교수의 이미지에 흠집으로 남는다. 앞서 지적한대로 장애물 앞에서 우뚝 서버린(shy) 경주마처럼, 너무나 뜨거운 지지율에 놀라 물러섰다면, 차라리 연구실을 지키며 정치인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후원자로서 국가에 기여함이 옳다. 천재는 대통령보다 특급참모 자리에 더욱 적격이요 빛이 난다.
하늘은 한 사람에게 모든 재주를 주지는 않는다 하고, 사람을 알려면 그 친구를 보라고 했다. 안 교수는 김제동과 탤런트 김여진을 자신의 멘토로 꼽았다. 이 한마디로 그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갈렸다. 사람을 보는 안목에 대한 얘기다.
YS조차 인사는 만사라 했고 MB도 인사를 그르쳐 신뢰를 상실했다고 평가한다. 기업과는 달리 정치 CEO는 결단 외에 다양하고 수많은 인물에 대한 인사가 직무의 거의 전부다. 안 교수는 전 국민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고 개혁의 물고를 텄다는 사실만으로 차고 넘치는 기여를 했다. 이제 연구실을 지키며, 도나 개나 떴다 하면 자나 깨나 정치판만 넘보는 고질병, 정치중독증 예방백신의 개발을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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