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의 이원화(醫療 二元化) (3)
덤핑과 대안(代案)
임철중 의장(전 치협 대의원총회)이 불법 네트워크 치과와 영리병원 해법으로 제시한 ‘의료의 이원화’에 대해 3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허생은 마누라 성화에 못 이겨 7년 공부를 접고 돈벌이에 나섰다. 먼저 제주도의 말총을 몽땅 사들인다. 의관정제를 생명으로 아는 양반사회에 난리가 날 때쯤에야 내다 판다. 갓을 만드는 원자재 말총은 몇 십 배의 값에도 불티나게 팔려 하루아침에 거금을 벌고, 다시 이 돈으로 밤과 대추를 매점매석하여 거부가 되었다.
수하직원이 이제는 쌀로 한탕하자고 건의하자 큰소리로 꾸짖는다. “갓은 양반의 외출용 의관이요 대추는 제사에 쓰는 허례지만, 쌀은 서민에게도 꼭 필요한 식량이요 이들이 가장 먼저 피해를 볼 터인데, 어찌 이를 가지고 장난을 친단 말이냐!”
‘허생전’은 잘 알려진 대로 정조 때 연암 박지원이 쓴 소설이다.
전통적인 경제교란 행위가 매점매석과 투매(dumping)다. 목적은 경쟁상대를 시장에서 배제하여 독점적 지위를 장악하는 것이다. 덤핑을 보자. 계절이 지난 제품을 처분하는 세일도 일종의 덤핑으로, 보관비절감과 자금회전에 유리하지만, 결국 차기 신상품의 브랜드가치를 잠식한다. 통상 덤핑에는 첫째, 질이 열등함을 스스로 인정한 싸구려 덤핑이 있다. 둘째, 후발업체가 지명도를 높이기 위한 상륙작전 형 출혈출하다. 셋째, 압도적인 자금으로 경쟁상대를 도산시키는 고사(枯死)전략 형 덤핑이다. 끝으로 주위의 덤핑에 대한 저항, 즉 고객을 뺏기지 않으려는 생계형(?) 덤핑도 있다. 가장 부끄러운 것은 실력보다 가격으로 승부하는 싸구려 덤핑이다. 국제무역에서 후진국의 저임금착취형 수출과 같다. 최근에‘양심을 담은 진료비’라는 신조어가 떴다. ‘선의의 2억원 지원’만큼이나 웃기는 말이다.
모든 덤핑은 결국 비호감 언어요 네가티브 행위이며, 시장파괴력이 매점매석보다 강하다. 후자는 정체가 쉽게 들어나지만, 덤핑은 흔히 선의의 탈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민건강에 관한 덤핑이라면, 피해가 쌀의 매점매석을 넘는 범죄행위다. 의료계에 덤핑경쟁이 심화되면 영세한 개인의원부터 도산한다. 다음은 수익일변도로 치어까지 싹쓸이한 어장처럼 시장이 초토화한다. 진료패턴이 비슷하고 규모가 작은 치과는 피해가 더 클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자본력을 무기로 한 시장독점에 대기업, 특히 보험 분야 기업이 뛰어든다. 제 살 깎아먹기에 바빴던 일부의 잘못으로, 전 의료계가 드디어 대기업에 종속된다. 건보의 저 수가에 시달려온 의료계는, 의료 이원화의 도입과 함께 새로운 숨통으로 기대했던 사 보험에서마저, 열악한 을의 위치로 전락한다. 일부 네트워크의 파행적인 운영을 경계하는 이유다. 오히려 이들이 대기업과 결탁하여, 서구열강이 중국경제를 잠식하던 근세 역사처럼, 매판(買辦)자본 식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이러한 파행과 불안의 원인은, 앞서 지적한 복지예산 중 건보의 우선순위 후퇴와 환자수의 절대감소와 의사의 과잉배출, 세 가지로 요약된다. 출구가 막힌 젊은 의사들은, 네트워크의 그럴듯한 조건들을 보고, 고마운 탈출구로 착각할 수도 있다.
대안마련이 절실하다. 그러나 외부의 눈에 의료계는 여전히 태평성대다. 심각한 경제위기로 두 자릿수를 넘어선 청년실업률 등 전 세계가 발등의 불끄기에 바빠서, 의료계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의료계가 뭉쳐 건보수가현실화와 과잉배출억제 요구에 앞장서야 할 이유다. 그리고 자신부터 내 맘속에 나쁜 네트워크는 없는지 반성하자. 현재 물의의 당사자들은,“네트워크가 달라졌어요”처럼 착한 네트워크로 변신하자. 명의(名義) 원장들을 독립시켜, 지시를 받는 입장이 아니라 국민건강 담당자로서 자존심을 살려주고, 점포는 점진적으로 분양하는 방법도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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