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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렐레이수필(848)>
It"s take about 34 years
안창택(연세치대 2회 졸업)

인생이 무엇인가, 바로 태어나는 것이 인생이고 살아서 숨을 쉬고 있는 것만도 덩실덩실 춤을 출 만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향 땅을 떠난지 34년의 세월이 지났다. 빡빡 깍은 머리를 조금이라도 더 길러 보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고 3의 마지막 해를 보내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기분을 내려고 했던 기억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34년의 미국 생활을 접으면서 내 사무실에 있는 필요한 물건을 박스에 챙기면서 왠지 슬퍼지는 느낌이 들었다. 모세가 가나안 땅에 들어가려고 40년의 세월을 광야에서 방황했지만, 결국 약속의 땅을 지천에 두고도 못 들어갔다. 그것에 비하면 나는 정말 행복한 놈이다. 6년이나 단축했고, 나는 고향 땅에 벌써 근거를 마련하려고 한다. 그동안 나는 타국인 미국에 살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인생이 무엇이라는 것도 배웠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카톨릭 신앙을 좀더 심도 있게 알 수 있었던 것이 기쁘다. 그리고 술을 많이 마실 기회가 없어서 아직도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즐거운 일이다. 나는 김국환이란 가수가 부른 ‘타타타’라는 노래가 정말 우리들에게 용기를 주는 가사라고 여기고 있다. 인생이 무엇인가, 바로 태어나는 것이 인생이고 살아서 숨을 쉬고 있는 것만도 덩실덩실 춤을 출 만하다. 나에게는 지금 가진 것이 참 많다. 2남 1녀의 아이들이 건강하고 참되게 커가고 있고, 그래도 남에게 손내밀지 않을 만큼 먹을 것이 있다. 나에게는 정말 친구도 되고, 어머니도 되고, 때로는 누님도 되어 나를 너무 즐겁게 해 주는 여동생이 있지 않은가. 그리고 나에게는 아직도 나를 기억해 주고, 정을 듬뿍 실어주면서 반갑게 맞아주는 대학 친구와 고등학교 친구들이 있어서 정말 외롭지가 않다. 더욱이 고향이 이북이 아니라서 고향을 찾을 수 있는 남쪽에 있는 것이 너무 반가운 일이다. 심적으로 힘이 들면 언제나 ‘나의 품으로 오라’고 하시는 성전이 제주도 땅에 곳곳에 있으니, 정말 나는 행복한 놈이다. 그래 이제 나는 그들에게 나의 뭉클한 가슴을 줄 차례다. 지금까진 미국에서 내가 그동안 배웠던 댓가로 환자들에게 나의 하찮은 치료를 해 줬다. 그렇지만 이제부턴 한국의 착한 동족들에게 나의 ‘인술’을 베풀어 보고 싶다. 내가 본과 다닐 때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물어오는 것이 있었지만 아직도 나의 뇌리 속에 박혀 있는 말이 바로 ‘어떻게 환자를 대할 것인가?’라는 말이다. 나는 이제야 ‘인술’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래 그래야 돼 . 내가 베풀어야 돼. 그리고, 상대방이 나를 평가하게 해야돼. 그 길이 바로 쓰러졌던 우리 집안을 일으켜 세우는 길이다. 내가 제주도 가는 이유가 이것이라면 너무 이유가 초라한가? 2002년 4월 24일 짐을 싸면서 안창택(연세치대 2회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