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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와인 즐기기

연말연시 와인 즐기기


연말을 맞아 모임이 많아지면서 와인을 함께하는 자리도 많아졌다. 와인을 사랑하는 사람 중 하나로 주위에 있는 동료들이 의외로 와인을 어렵게 생각하는 것을 보아왔다. 나도 와인에 대한 깊은 지식은 없지만 그래도 전문직업인으로서 살다 보면 저녁에 초대받거나 손님을 초대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기본적인 와인에 대한 상식 정도를 익혀두면 좋을 것 같아 그 동안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몇 가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 와인 선택
대개 게스트로 초대를 받으면 와인을 골라 달라는 부탁을 받는데, 격의 없는 자리라면 몰라도 점잖은 자리라면 일단 “그냥 하우스와인 (레스토랑에서 잔 와인으로 준비하는 와인)으로 하시죠”라고 하는 말하는 것이 겸손한 태도이다. 와인에 대해 좀 안다고 보르도 샤또 마고 몇 년산이 먹어보니까 좋던데… 어쩌구 하면 호스트 입장에서는 “짜식…” 하는 소리가 나올 거구 소믈리에 입장에서는 “오늘 봉 잡았구나”가 된다. 이 때 센스가 있는 호스트라면 “아 이 사람이 와인은 좋아하는데 겸손으로 그러는 구나”하고 금방 알아챈다. 이 때 호스트가 “그럼 그러죠”하고 금방 하우스와인을 주문 한다면 그날의 저녁 값이 아무리 비싼 것이라도 그날 저녁 값은 날라 가는 것이 되기 때문에 대개 호스트 입장에서는 한 번 더 권하는 것이 예의이다. 이 때 게스트가 정말 와인을 모르면 솔직히 “제가 와인을 잘 모르니까 오늘 음식에 맞게 소믈리에 한테 부탁하지요”하는 것이 가장 좋다. 만약 와인에 대한 특별한 취향이 있다면, 그 날의 음식을 확인하고 red 또는 화이트 정도를 선택하고 나머지는 소믈리에 한테 부탁하는 것도 좋다. 혹시 최소한의 선택을 한다면, 무거운 맛이냐 또는 중간 정도 body 감을 가진 와인이냐 정도로 충분하다. 개인적인 기호이기는 하지만 대개 기름진 음식일 수록 무거운 body 감을 가진 와인이 맞는다고 보면 된다.
와인의 종류는 식전 와인으로는 보통 white를, 메인와인으로는 red를 마시는데, 저녁 메뉴는 고기류가 많기 때문에 red에서 고르는 것이 무난하다. 보통 생선에는 white, 육류에는 red로 생각하지만 아주 비리거나 오래 묵은 고급와인이 아니면 red도 생선요리와 잘 어울린다. 따라서 자기가 생선을 주문 한다고 모두가 함께 마셔야 하는 자리에서 메인와인으로 white를 시킨다면 다른 사람들은 또 다른 red를 주문해야 하는 난처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대개의 경우 식전 와인은 호스트가 고르고 메인메뉴와 마실 red를 게스트에게 부탁하는 것이 통례이다.
선택하는 와인가격은 그날 1인 당 음식 값의 두 배 정도로 생각하면 적당하다. 겸손이 지나쳐 너무 싼 와인을 고르면 그 날의 저녁을 망칠 수 있고 너무 비싸면 예의에 벗어난다. 그러나 대충 와인을 골랐는데 호스트가 비슷한 종류에서 더 좋은 와인을 권한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다. 중요한 것은 모를 때는 소믈리에 한테 부탁하는 것이 좋고 이것이 절대로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 tasting
소믈리에가 와인을 가져오면 그 날의 게스트에게 먼저 tasting(testing이 아님)을 권하는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당연히 좋다고 하면 된다. 테이스팅을 할 때 와인을 물릴 수 있는 경우는 세 가지 이다. 가장 중요한 것이 온도가 안 맞을 때이다. 예를 들어 red를 가져 왔는데 차갑다든지, white나 샴페인을 가져 왔는데 미지근 하다면 자신있게 비토할 수 있다. 대개 red는 섭씨 18도 전후에서 마신다. 특히 red의 온도가 안 맞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이때는 소믈리에를 점잖게 불러서 “혹시 온도가 너무 차가운 것 아닌가요?” 정도로 이야기 하면 된다. 또 아주 좋은 숙성된 와인 같으면 decanting을 미리 부탁해도 된다. 좋은 와인은 decanting 여부에 따라 맛이 엄청나게 달라지기 때문에 식전 와인을 마실 때부터 미리 골라 놓고 미리 decanting 해서 충분한 시간이 지난 후 메인과 함께 마시면 최고의 향기를 즐길 수 있다.
두 번째 경우는 와인이 상한 경우이다. 소믈리에는 반드시 손님 앞에서 코르크를 따서 게스트에게 보여 주기 때문에 게스트는 코르크를 받아서 가볍게 냄새를 맡아보고 혹시 곰팡이 냄새가 나지 않는지 혹은 코르크에 곰팡이가 피어있지 않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이런 불량 코르크의 경우라면 당연히 소믈리에가 사과하고 다른 와인으로 가져온다.
세 번째 경우는 와인에 혼탁물이 보이거나 이상한 신맛이 나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도 자기의 입맛이 잘 못될 수도 있기 때문에 소믈리에 의견을 구하는 것이 좋다.
중요한 것은 자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맛이 없다고 와인을 비토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그 와인을 선택한 손님의 잘못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 날의 호스트에게 좋은 말로 와인을 칭찬해야 하는데, 이게 사실은 제일 어려운 장면이다. 다음 몇 가지만 외워두면 쓸모가 많다. 당연히 red의 경우로 껍질이 두꺼운 캐버네쏘비뇽 계통이면 맛이 깊네요. 묵직 하네요. 잘 삭았네요. 부엽토 또는 버섯 향기가 좋네요. 껍질이 얇은 피노누아나 메르롯 계통이면 깔끔하네요. 꿀 향기가 좋네요 등등.

  

■ 따르고 받기
와인을 받을 때는 와인잔을 손으로 들거나 기울이지 않는다. 그냥 와인잔 base를 손으로 가볍게 눌러서 따르는 사람이 움직이지 않게 도와주는 정도로 충분하다. 따를 때에는 한손으로 따르고 와인병의 레이블이 위로 향하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인 예의이다. 주량이 적을 때는 받을 때 조금만 받도록 하고 남의 잔에 너무 많이 따르지 않도록 한다. 식사가 끝난 후 먹지도 않고 남은 와인을 보면 얻어 먹는 내 마음도 아픈데, 돈을 내는 호스트의 마음은 얼마나 아프겠는가? 테이블에 나온 와인은 한 방울도 남기지 않는 것이 예의이다. 간혹 마음 깊은 손님은 아주 좋은 와인을 시켰을 때 반 잔 정도를 병에 남겨 놓는데, 그것은 소믈리에를 위한 몫이다. 소믈리에라고 모든 와인을 매일 먹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한번 맛을 보라고 배려를 해 주는 것이다.

  

이승종

연세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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