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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의무기록의 불편한 진실을 넘어서 (상)

기 고
전자의무기록의 불편한 진실을 넘어서 (상)


검은 백조라는 ‘폭탄’은 늘 우리 주변에 있다


“사람들은 백조를 희다고 믿는다. 그러나 수백만 마리의 백조 가운데 한 마리는 검은 백조이다. 확률적으로 너무 적기 때문에 백조가 희다고 믿는 사람들은 검은 백조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검은 백조는 분명히 존재한다.” -나심 탈레브의 ‘블랙스완’ 중에서-

  

검은 백조의 존재는 백조가 희다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불편한 진실이 될 수 있다. 누구나 자기가 확신하고 있던 사실을 부정하고자 할 때 불안감 이나 불편한 심기를 갖게 마련이다.


지금까지 별다른 불편 없이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을 잘 사용하던 치과의사·치과위생사들에게 당신이 사용하는 시스템에는 위험한 폭탄이 있다고 말하면 과연 좋아할까? 지금까지 그 폭탄이 터지지는 않았지만, 언제가 그 폭탄은 터질 수 있다고 한다면 믿을 수 있을까? 그들에게 검은 백조의 존재를 밝히는 일은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니다.


치과의원에서 사용하는 EMR 시스템에는 엄청난 양의 자료가 있다. 이런 디지털 자료에 대해 법적으로 책임 규정을 두고 있다. 이 시스템에 저장된 ‘정보는 그 개인의 허락 없이 탐지하거나 누출, 변조, 훼손하여서는 안된다’라고 의료법 제23조 3항은 규정하고 있다. 의료법 제40조 2항에는 의료기관을 폐업할 때에는 개인의 의료정보는 보건소의 소장에게 넘기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국 치과의원이 가지고 있는 디지털자료는 치과의사가 관리하고 있지만, 결국 법적 규정에 의해 관리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 소중한 자료들이 어느 날 갑자기 모두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간과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난 10년 동안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믿는다. 마치 지금까지 검은 백조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백조는 희다’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그러나 검은 백조는 나타난다. 지금까지 보다 자주 나타날 수도 있다.  EMR 시스템에 있는 정보는 노출될 수도 있고 변조될 수도 있고 통째로 사라질 수도 있다. 이런 사건이 발생한다면 이에 대한 책임은 의료법에 따라 개업의가 감당해야 한다. 그런 일을 당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 참담함이 어떠한지 헤아리지 못한다. 간혹 그러한 일을 당하고도 그런 일의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고 있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분들은 그런 사건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그다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보험청구를 못해서 잃는 손실이 고작이라고 축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당국에서 법적 책임을 묻는 경우도 드물다.


그러나 앞으로는 다르다. 법적 책임은 더욱 엄격해 질 것이고 경제적 피해 규모도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 의료기관 간에 그리고 환자에게 의료정보를 주고 받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는 디지털 자료의 훼손·변조·누출을 막을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정보공유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하여 이미 십여 년 전부터 정부는 준비해 오고 있다. 필자도 그런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환자가 치과를 이리 저리 옮겨 다니지만 자기의 구강진료기록부를 일정한 형태로 각각의 치과에서 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정보공유가 일반화되면 자료의 훼손·변조·노출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물론 그에 따르는 법적 책임과 경제적 피해 가능성도 더욱 증가하게 마련이다.


지금도‘개인정보 훼손·변조·노출’이라는 폭탄은 여기 저기 널려 있다. 모든 폭탄을 다 피해갈 수는 없다. 때로는 폭탄이 터지기도 한다. 폭탄이 하나도 안 터지게 하려면 그 시스템은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시스템 구축 비용도 크고 운영 비용도 엄청나게 많이 든다.  폭탄이 터지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폭탄으로 파손된 자료를 쉽게 복구할 수 있으면 된다. 폭탄이 터진다는 사실을 기정 사실화한다면, 그에 대한 대응책으로 완벽하게 그리고 적은 비용으로 복구할 수 있으면 된다. 즉 자료 백업 시스템이다. 누구나 자료 백업을 쉽게 할 수 있다면,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된다. 그런데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다음호에 계속>

  

김명기

ㆍ서울대치의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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