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trum]
끄트머리 치과 2012
우리말은 자주하지만 뜻을 새겨보면 더 친근해지는 것이 많다.
그 중 끄트머리란 끝자락, 마지막, 끝 등으로 표현되는 어떻게 보면 좋은 뜻은 아닌 듯도 하다. 그러나 나 나름대로 이 말을 좋아한다. ‘끝+머리’라는 합성어쯤으로 생각한다. 풀어보면 끝과 머리가 함께하는 아주 깊은 뜻이 있다.
즉 끝이 곧 머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머리와 끝이 함께하는 언제든지 자리바꿈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는 끝이다.
우리 치과계는 요즘 이사회에서 끄트머리에 와 있는 느낌이다. 언급하기조차 힘든 상황의 연속들이다. 이제는 어디서부터 바로 잡아야할지 실마리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우리는 다시 일어나야 한다. 그것도 우리 힘으로 보란 듯이 바로 똑바로 세워야 한다.
오늘날 우리 치과계의 현실을 보면 재료는 좋은데 요리솜씨가 별로인 맛없는 비빔밥에 비유하고 싶다.
비빔밥은 재료 하나하나가 식품 영양학적으로 너무나 좋은 음식임에 틀림이 없다. 무공해 채소, 영양만점, 전통기법 등, 한류에 힘입어 우리 음식의 재평가와 더불어 여러 가지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렇게 좋은 비빔밥에다 우리 치과계를 비유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치과 역사상 지금처럼 치아의 중요성, 다양한 치료 술식, 치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와 아울러 치과 기자재의 발달과 편리성 등 좋은 점을 나열하기조차 벅차도록 많다. 또한 치과대학 지망생들의 우수성은 더 이상의 언급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이다. 전국 고졸학생의 약 1% 내의 상위성적의 학생들만이 입학이 가능하다. 이런 우수학생이 치과의사가 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사회에서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이토록 치과를 둘러싼 조건이 분에 넘칠 정도로 잘 갖추어져 있다. 이것을 조화롭게 잘 다루어야 할 우리 치과의사들이 역할을 제대로 못한 결과일 것이다. 즉 요리사의 조리 기술이 부족하여 재료는 좋으나 비빔밥의 맛을 제대로 못 내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있을 수만은 없다. 올해에는 이 모든 악몽을 뒤로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법적인 테두리로만 보면 자율징계권과 얼마 전에 통과된 1인1개소 개원원칙이 바로 그것이다. 터질 대로 터진 만신창이가 된 치과계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기회이다.
이런 기회가 앞으로 다시 오기는 어렵다. 또 다시 공공의 적(?)이 되지 말자. 모든 원인은 우리 내부에 있다.
우리나라가 이만큼 잘 살게 된 것 중 기억에 남는 것이 바로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라는 것이 생각난다. 5년이건 10년이건 계획을 세우자. 이제 협회는 물론 개인치과나 병원이 나서서 치과라는 공동체의 순기능을 위한 합동 마케팅의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
시간이 없다. 국민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우리 치과의사 한 사람 한 사람도 주변 정리를 잘 하여 우리 사회의 모범생활인으로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이웃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어떤 것이든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자.
끝과 머리는 항상 닿아있다. 끄트머리 치과를 벗어날 수 있는 2012년은 시작되었다.
나성식
나전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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