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trum
세상과 진정한 소통의 대화를 해야
내 치과는 시장 입구에 있다. 자연스레 시장상인분들이 많이 내원한다. 개원한지 15년이 넘었으니 그분들과는 어느정도 면식이 있는 편이다. 그런데, 원내에서 보는 그들과는 그저 사무적인 대화만으로 족해서 서먹함이 없지만, 시장통에서 우연히 만나 대하는 그들의 친근한 웃음은 쭈뼛쭈뼛하는 내 반응과 어울려 어색하기 짝이 없다. 솔직히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내 소심함 때문이려니 하다가도, 주변의 동료나 선후배를 보면 딱히 성격 탓도 아닌 것 같다. 우리들 치과의사들 사이에선 낯선 이들-직업이 다른-을 애써 만나야 하는 것을 불편해 하는 묘한 분위기가 있는 것 일까? 물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큰 어려움은 없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이렇게 낯가림 심한 내가 회무를 시작하며 맡은 일이 공보다. 일면식도 없는 기자들을 처음 만나던 날, 어찌나 긴장했던지 식사를 거의 하지 못했었다. 공통된 대화의 주제를 찾아 억지스레 친근함을 끄집어내고, 협회의 솔직한 입장을 전달하기란 얼마나 괴로운 일이던지…지방이지만 꼭 만나야 하는 언론사 기자들이 여섯군데니 그야말로 곤혹스러운 나날이었다. 그런데 그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그들이 우리에 대해 너무나 모르고 있다는데 적잖이 놀랐다. 치과의사협회는 어떤 분들이 가입하나? 대충 몇 퍼센트의 치과의사들이 가입해 있냐? 심지어, 치과의사회와의 만남이 처음이다 등등… 그런데 문제는 그들의 무관심을 아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데 있다.
작년에 낸 어느 통계에 우리국민 10명중 4명이 치과의사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기자들 조차 우리에 대해 저렇게 모르는데, 일반 국민들이야 오직할까 싶기도 하지만, 저 숫자가 가진 확실한 반감의 심각성을 그냥 넘기면 안될 것 같다. 생경스럽게 바라다 보는 기자들 눈에서 입에서 확연히 보고 들었다. 너무나 보수적인 우리들의 폐쇄성을. 대한민국이라는 큰 틀을 이루는 작은 구성원으로서, 여타 구성원과 동등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다른 구성원을 동료로서 받아 들이는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말이다. 단지 친교에 익숙치 못해 어울리지 못할 뿐이라고 스스로의 성격탓만 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돌이켜볼 일이다. 스스로를 직업적 ‘특별함’속에 가둬 ‘자존심’만 먹고 살진 않았는지 말이다. ‘다르다"와 ‘특별하다"의 미묘한 차이가 가져온 그들의 ‘반감"을 오히려 즐기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사회에서의 발전이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수평적인 관계속에서 함께 나아감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수직적인 관계를 만듦으로 상대로 하여금 대접해 주길 바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이는 상대로 하여금 반감을 갖게 만들게 되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들 중에서 많은 이들이 묵묵히 봉사의 손길을 보내, 다른 그들과 함께 아파하고 서로를 격려하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 그저 사랑과 격려를 나누고자 하는 소박한 바람이 너무나 존경스럽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것들이 집단과 집단이 대화를 나눌때 쓰는 우리들의 언어인 것 같다. 다수의 국민이 치과의사들이란 자기 배만 불리는데 혈안이된 사람들이란 오해를 하고 있으니 그들의 오해를 풀어야 한다. 같이 살아가고, 같이 고민하고, 같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작년 우리는 그간 우리가 사회에서 너무 동떨어져 생활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보여주는 사건이 있었다. 우리안의 갈등을 싸늘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던 그들에게 이제 우리가 우리의 언어로 말을 건네야 한다. 처음엔 어색하고 부끄럽기도 하겠지만, 우리를 표현하고 그들의 얘기를 듣는 진정한 소통의 대화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론에 대한 소심한 수동성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우리의 행동과 말이 그들을 통해 정확히 전달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만 알고 있는 것이 미덕의 전부가 아니다. 왼손이 오해하지 않도록 오른손이 하는 일을 알도록 해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 세 호
박세호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