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음률의 흐름이 가슴을 흔들고 정신을 명료하게 하는데 그 사이에 졸음이 끼어들 틈이 없는 겁니다.
학생들이 음악을 틀어놓고 공부를 하면 비효율적일까? 학창 시절 책을 펴놓고 밤늦게까지 버티는데 나에겐 음악 방송이 큰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음률의 흐름이 가슴을 흔들고 정신을 명료하게 하는데 그 사이에 졸음이 끼어들 틈이 없는 겁니다.
클래식 음악은 물론이고 옛날의 팝 음악은 지금처럼 요란하지 않아서 수학이나 과학 문제 등에 집중하는데 오히려 도움을 주었습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이에겐 고운 음률이 백그라운드로 깔리면 정신 운동에 오히려 효과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가축들이나 식물들도 음악을 틀면 성장 홀몬을 자극하여 결과가 좋다는 이야기도 여기에 합당한 근거가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치과의사가 음악에 심취하면 그것에 몰입하여 진료 중에 환자의 입안을 상하게 할까봐 걱정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음악을 듣다가 환자의 입술이나 협점막을 긁어놓으면 낭패겠지요. 요즘같이 드센 환자들한테 실수를 했다간 정말 본전도 못 찾습니다.
그래서 정말 그럴까 하고 강한 비트의 하드록을 틀어놓고 치료를 해봤었답니다. 대단히 시끄러운 종류의 음악인데도 진료 도중엔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답니다. 치과치료의 공포와 불안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들은 바싹 긴장하는데 그러한 표정이 환자의 얼굴에 비치면 치과의사에게도 그 심리가 전이되어 서로 함께 긴장하게 됩니다. 온 신경을 치료에 쏟게 되므로 `딥퍼플(Deep Purple)"의 자극적인 사운드도 안 들리더라 이겁니다.
Deep Purple의 이런 곡이 있습니다. Concerto for Group and Orchestra. 여느 콘첼토처럼 3악장으로 구성되었는데 딥퍼플이라는 록 밴드와 정규 오케스트라가 협연을 합니다.
딥퍼플 그룹중의 오르가니스트인 `죤 로드"가 작곡을 한 록(rock)과 클래식 음악이 크로스오버(crossover)된 명곡입니다.
영국의 `로열 앨버트 홀"에서 `말콤 아놀드" 지휘의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딥퍼플과 협연을 해서 1969년 당시에 화제가 되었습니다.
최근에 이들은 같은 음악을 비약적으로 진보한 녹음 기술로 재녹음하여 출반하였습니다. 딥퍼플은 한때 가장 강한 소리를 내는 록그룹으로서 그 시대의 공연중에서 가장 높은 데시벨을 기록하기도 했답니다. 시끄러운 대중음악과 고상한 클래식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었지만 그 후로 이 녹음은 록 팬들의 명반으로 알려져 왔답니다.
이 곡이 그 날 우리 환자들이 들은 레퍼토리중의 하나였는데 그분들이 좋아했는지 아닌지는 나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치과에서는 쓰레시 메탈(Thrash Metal)의 제왕이라는 `메탈리카"를 틀어 놓았었답니다.
메탈리카의 헤비 메탈은 딥퍼플의 하드 록보다 사운드가 더 강렬합니다. 속주 기타에 그럼 비트가 맹렬한 위용(?)을 자랑합니다. 그러나 그분의 환자중에 마침 메탈리카 팬이 있어서 진료하는 날 그와 의기투합하여 저녁식사까지 같이 하는 동지애(?)를 맛보았답니다. 의사와 환자간의 바람직한 우호관계를 증진시킨 일례입니다.
그렇다고 튀는 록음악들을 치과 BGM으로 추천하고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어쩌다 들어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지 치과를 헤비메탈 음악실로 만들자는 것은 아니지요. 하루의 대부분은 잔잔한 음악들을 치과에서 틀고 있는 편입니다.
지금은 쿠프랭(L Couperin)의 고음악을 틀어놓고 즐기고 있지요. 진료실에서 틀 음악의 레퍼터리 선정은 전적으로 원장 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