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고
老兵은 …
“노병(老兵)은 죽지 않고 사라져 갈뿐” (Old Soldier never die, Only fade away!)
맥아더 장군이 전역하면서 고별사로 남긴 말이다.
지난 3월 31일 연세대 치과대학병원에서 구강보건학회 총회겸 학술세미나가 있었는데 본인이 구강보건대상을 받은 자리에서 불현듯 떠오른 말이기도 하다.
상을 받게 된 동기를 살펴보면 본인이 국회에 있을 적에 구강보건법을 제정하고 보건복지부(당시명칭)내에 구강보건과를 신설한 것이 동기가 됐을 것이다.
1960년에 치과의사 면허를 받고 치과 인으로 반세기를 살아오는 동안 치과계에서는 표창이나 상을 받아 본적이 별로 없었는데 10여년 지난 일로 큰 상을 받게 되니 짐짓 감회가 무량하다.
박덕영 교수(강릉치과대학장, 구강보건학회장)로부터 수상자로 결정됐으니 참여해 달라는 전갈을 받고 적이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국회는 새로운 법을 제정하기도 하고 개, 수정하기도 하는 것이 주 임무이다.
그러나 15대 국회 보건복지위원 15명중 의료인(의사 5명, 약사 및 제약관련 5명)이 10명이었는데 구강보건법을 새로이 제정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욱이나 법사위원회에서의 거부반응은 상식을 초월할 지경이었다.
어느 곳에서든 별로 도움을 받지 못하던 상황에서 오직 건치(건강한치과의사모임)의 젊은 치과의사들만이 적극적으로 나서 주었다.
구강보건법의 틀을 보건복지전문위원과 같이 마련하고 초독회, 재독회, 삼독회를 거치면서 기본조항을 정리했다.
그 어려웠던 시기에 같이 참여했던 건치 멤버들이 현금(現今)에 구강보건학회의 중진으로 활동하면서 본인을 추억해 낸 것으로 짐작된다.
회의장 말석에 앉아서 묘한 상념에 젖어 들었다. 우선 세미나의 내용이 충실함을 느끼게 되고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의식에 감탄했다. 더욱이 의아한 것은 젊고 예쁜 Lady Dentist가 절반이 넘는 자리를 차지한 장면이었다.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으랴.
공자의 말씀 중에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탓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아보지 못함을 근심하라”(不患人之不己知 , 患不知人也)는 금언이 있다.
10여년이 지나간 일이기는 하지만은 근래 치과계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즈음에 좋은 세미나에 참석도 하고 옛일을 알아주는 일이 생겼으니 어찌 괴이한 행복이 아니겠는가?
공동체론에 공익사회라는 말이 있다. 어느 공동체에 속하던 자신에게도 이롭고 공동체 전체에게도 이익이 되게 하는 것이 상생(相生)의 도리요 원칙이다.
요즘 사회상을 살펴보면 공동체의 일원이면서도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 할뿐 공동체의식을 저버리는 경우가 많이 있다. 특히 정치권이 대표적인 이익집단의 표본이 아닌가?
치과계에 표출된 현상을 살펴 보더라도 너무나 이기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일부가 있음을 부끄러이 생각지 않을 수 없다. 공동체 의식으로 발심해 10년 후 20년 후에라도 실효가 잊혀지지 않는 자리이타(自利利他)의 공익(共益)정신으로 공존공영(共存共榮)해야 하는 것이다.
오랜만에 묘한 감회에 젖어 부질없는 일인 줄 알면서도 노병(Aged Dentist)의 일언(一言)을 부연하는 바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황규선
치과의사·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