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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의 가치

기  고

의료진의 가치


미국 Johns Hopkins 병원 보건대학원 (Bloomberg School of Public Health)의 Alfred Sommer 학장은 교수진과 학생들에게 연구하고 공부하는 의미를 한 문장으로 제시했다. ‘Save Millions at once’, 즉‘한 번에 수백만 명을 구한다’는 비전을 정하고 대학원 강의실과 복도 어디서나 읽고 생각할 수 있게 적어놓았다.


한 번에 한 명을 치료하는 임상 분야와 대비해 보건학 분야는 한 번의 중요한 발견으로 수백만 명의 인류를 동시에 구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나타낸 것이고, 이를 통해 학생들에게 시야를 넓게 해 자신의 삶의 목표와 연구 분야를 바라보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예컨대 1854년 콜레라가 창궐하던 시기에 이 질환이 수인성 전염병인 것을 발견해 물을 끓여서 마시라는 메시지를 인류에 전한 일이나 백신의 개발 등은 역사적으로 볼 때 실로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했다. 아마도 학생들은 힘든 과정을 거칠 때마다 그 의미를 가슴에 되새기며 힘을 얻었을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인간의 생명과 관련된 직업군은 실로 다양하며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은 복잡한 협업 과정을 통해 진료가 가능하도록 한 시스템의 일선에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Alfred Sommer 학장이 제시한 문구를 통해 볼 때 의료진의 가치는 한 번에 한 명의 환자를 구하는 일과 한 번에 수백만 명을 구하는 일 사이 어딘가에 위치해 있을 것이며 가치의 높고 낮음의 의미보다는 각 의료진이 갖는 고유의 가치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심각한 질병일수록 의료진의 능력에 의지하며 진료실과 수술실에서 자신을 치료해주는 섬세하고 따뜻한 손을 기대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의료진의 손은 한 번에 한 명을 치료할 수밖에 없으며 자신이 아는 분야를 감당하기에도 벅차다. 어찌 보면 이렇게 나약하고 한계를 가지는 개개의 의료진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은 각자의 가치에 충실한 사람들이 모여 이루는 협업의 결과일 것이다. 이는 사회의 어느 구조에서나 동일한 진실일 것이므로 능력 있으되 오만하거나 합력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조직은 중요한 가치를 이룰 수 없다.


결혼해 자식을 키우다 문득‘이 아이가 커서 어떤 가치를 이루며 살 것인가?’하는 기대 반 걱정 반의 질문을 하게 될 때가 있다. 의료진의 일부로서 우리가 속한 단체가 이루어가는 모습이 귀한 가치를 지닌다면 자식의 진로가 ‘부디 나와 같기를!’소망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제발 나와 다르기를!’바랄 것이다.


맑고 찬연한 봄에 다시금 우리가 갖는 고유의 가치를 정의하고 가꾸어나가는 지혜를 구해 본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영호
성균관대 의대교수
삼성서울병원 치과진료부 교정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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