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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예술가이자 과학자 -고 김일봉 박사님을 추모하며

특 / 별 / 기 / 고


진정한 예술가이자 과학자
 -고 김일봉 박사님을 추모하며


치의학은 예술이자 과학이라는 국제보건기구의 정의는 언제나 우리에게 경전과 같은 권위를 가진다.


예술가에게 요구되는 기본정신은 치열성에 둔다. 그와 유사한 말은 프로정신이다. 물론 그 반대는 아마추어 정신이 되겠다. 전문직인 우리 치과의사도 당연히 프로라는 것이다. 프로란 완벽성을 추구하는 정신 위에 세워진다. 원래 완벽, 완전 등 이런 개념은 그 경지에 인간으로는 도저히 다다를 수 없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곧 그런 말을 인간이 사용한다는 것은 실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그런 방향이나 지점을 추구한다는 뜻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런 위치란 대부분 관념적인 세계에 존재한다. 본질에 속하는 완전하고 완벽함이란 신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 


얼마 전 진정한 프로로 사신 고 김일봉 박사님의 갑작스런 이별 소식을 통해 더욱 그런 분들이 고맙고 동시에 애석해지는 것은 우리 주위에 돌아가는 세월이 매우 수상해서다.


고인의 전공은 치과교정학이다. 그 분야는 본래 치료목표는 부정교합을 정상교합으로 바꿔주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치과교정학은 단순한 치아의 배열에 한정된 개념이 아니다. 그것에서 한걸음 나아가 얼굴을 형성하고 있는 두개골과 그에 상응하는 악안면에 존재하는 연조직과의 전체를 다뤄 미적조화를 추구하고 있다. 미국교정학회지 용어가 Ortho dontics에서 Orthopedics라는 말이 추가된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런 다양한 분야까지 발전시킨 역사적인 인물들을 살펴 우리의 향후 방향을 추정해 보려면 지난 치의학사가 필요하다. 1907년 Dr. Angle부터 시작한 현대 치과교정학이 1960년대 초까지 국내에서는 아주 미미했다. 그것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시켜 주신 선구자의 사명을 감당하신 몇 분들이 계신다. 그 분 중 한 분을 꼽으라 하면 아무도 고 김일봉 박사님을 부정하거나 부인할 수 없다. 그분은 한국치의학사에 영원히 남을 치과교정학 분야의 몇 분 안 되시는 선각자이시다. 당시는 그런 학문을 접하기조차 어려운 시절이었다. 그러나 고인은 남들이 가지지 못한 세계를 품을 비전을 가지고 외국유학을 다녀와 당대 최고 수준의 교정학을 한국에 접목시킨 공로와 업적은 누구나 감사해야 할 일이다.


고인께 찾아볼 수 있는 크게 감동스러운 일은 일부 배타적인 학문의 영역을 과감히 개선시키며, 국제적인 협력관계를 통해 세계평화와 인류애를 실현하기 위해 대학 교수직을 용퇴하고, ‘사단법인 한국치과교정연구회’를 설립해 배움에 목마른 후진들에게 아낌없이 학문을 전수했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지도자를 많이 양성해 한국을 치과교정학의 국제적인 리더 국가로 반듯하게 세웠다. 예를 든다면, 중국(상해, 남경, 대련, 심양, 시안)과 러시아,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 우크라이나, 우즈베키스탄, 멀리 아프리카 나라 이집트까지 그 나라 대학과 연결해 그분의 학문적 기본철학인 edgewise philosophy를 바탕으로 한 치과교정학의 국제단체를 조직해 선진학문을 보급했다. 또한 지속으로 학문적인 유대관계를 가지기 위해서 여러 국내외에 지부를 조직했다. 심지어 치과교정학 본산인 미국지부까지 설립했다.


그 뿐만 아니다. 그분은 수십억의 자기 재산을 투자해 ‘재단법인 본국제치과교정장학회’를 만들었다. 그 모임을 통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가의 치과계를 아낌없이 지원했을 뿐만 아니라, 저개발국 치과계의 촉망되는 차세대 치과지도자들을 선정해 모든 비용을 부담해 체계적으로 이론과 연수를 시킨 외국치과의사들이 수백 명에 이른다.


한편 국내 후진들에게 치과계 문화와 정신교육을 시킬 목적으로 ‘사단법인 한국치과경영정보협의회(MIC)’를 창립해 한국치의학의 세계화를 위한 방법론과 치과의사가 필히 가져야 할 국제간의 윤리와 그에 해당하는 자세를 체계적으로 훈련해 왔다. 심지어 모든 공식행사에 치과의사들의 복장을 턱시도를 착용하도록 해, 치과의사들이 국제적으로 활동하는데 가져야 할 예전형식의 작은 부분까지 구체적으로 훈련을 시켰다. 작은 일 같지만 그와 같은 일은 국내 치과계문화가 세계적으로 앞서 나갈 수 있는 동기와 자신감의 바탕을 이루는 중요한 단초를 제공했다.


Dr. Beach의 Pd concept를 도입해 후배들 직업의 고단한 육체적 부담을 극소화 시키려 노력하고, 치과의사의 일생을 더욱 유익하게 보낼 수 있도록 친필을 보내 격려하고 설계해 주는 일 등은 어떤 사람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대한치과의사협회에서는 오래 전에 그분에게 학술적인 공로를 치하하기 위해 학술대상을 수여했다. 그 일은 더할 나위 없이 참 잘한 일이 됐다. 왜냐하면 일찍이 외국에서도 그 공로를 높이 보고 훈장과 명예박사와 명예교수 등의 영광스런 직분을 주었다. 고인은 협회 수상을 동료들의 격려로 받아들여 큰 힘을 얻었을 것이다.


고인의 발자취가 얼마나 위대했는가를 추론해 보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번에도 대한치과교정학회가 학회장으로 엄숙한 장례식을 거행해 정중한 예우를 갖추는 모습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지금 혼란스런 치과계를 돌이켜 보면 그분이 우리 곁에 계시지 않아 생기는 공백이 애석함을 넘어 두려움까지 느낀다.


이제 남은 우리 치과의사들은 고인같이 앞서간 선학들을 한번쯤 회상할 필요와 의무가 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그분들에게 빚진 자로, 직업의 윤리와 사명감을 다시 새롭게 북돋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예술가적인 프로 정신, 즉 치열한 직업정신을 교본으로 삼아야 할 때다. 치과계 발전을 위해서 치과의사가 가져야 할 고귀한 윤리와 정신을 이어받아 동료에 대한 신성한 관계를 바로 세우도록 해야겠다. 그분의 생애를 회상하면서 치과의사가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그런 치열한 정신과 자세를 다시 가다듬어야 할 시기라고 강조해 본다.

  

정재영 ICD 한국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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