齒&通
“전문의제도 경과규정은 시행돼야”
헌법재판소에서는 1998년 7월 전문의 자격시험제도를 시행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1999년 8월 대한치과의사협회 임시대의원총회에서는 전문의 제도의 시행 방법으로 ‘기존 치과의사중에 임상경험이 일정기간 경과된 자에게는 희망하는 과목에 한해 소정의 절차를 거쳐 자격증을 부여’하고 경과조치 이후 배출되는 치과의사들은 전공의 수련과정을 거친 소수에게만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하는 방법을 결의했습니다.
기존 치과의사들에 비해 불리한 조건을 가지게 되었다 생각한 전국 치과대학 학생들의 수업거부사태 등으로 인해 이 안은 폐기되고 2001년 4월 대의원총회에서 새로운 안이 만들어졌으며, 내용은 1. 1차진료기관 표방금지, 2. 의료전달체계의 확립, 3. 소수정예 (그 해 8월에 8%로 결정됨), 4. 기존 치과의사는 기득권 포기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에 전문의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많은 선진국들 중에 기존에 진료를 하고 있었던 의료인들에게는 전문의 취득 자격을 박탈하고 새로 배출되는 의료인들에게만 전문의 자격의 취득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만든 전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문의를 취득할 수 있는 스스로의 권리를 포기하기로 결의하게 된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아마도 개원환경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을 다수의 회원들이 두려워했기 때문에 모두가 전문의가 됨으로써 변화를 막아보려 했으나 학생들의 반대가 심하니, 1차진료기관에서는 아예 보이지 않게 함으로써 변화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셨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어찌됐건 당시 결의된 대로 제도가 시행이 되었다면 1차진료기관에서는 전문의 자격이나 전문과목 표방이 불가능해지므로 개원가에는 혼란이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어떤가요?
가장 핵심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는 1차진료기관의 표방금지는 애초에 법을 만드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한시적으로 막고는 있었지만 2014년 1월1일부터 가능해집니다. 지금까지 매년 졸업생의 38%정도가 전문의자격을 취득해 왔고, 이 추세대로라면 글을 읽고 계시는 모든 분들 주위에 적지 않은 전문의들이 개원을 하게 될 것입니다.
교정과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개원한 사람들 중에는 오랜 기간 지역사회에서 주위 선후배 선생님들께 의뢰를 받아 교정진료만 해온 사람들이 있는데, 수는 많지 않지만 이 상태로 2014년을 맞게 되면 이런 회원들은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마치 전문가인 것처럼 진료를 해왔던 것이 환자들에게는 위선처럼 여겨질 것이고, 전문의는 해당 전공과목만 진료하게 되어있는 현행 규정은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지 못한 상황에서 전공과목만 진료해왔던 회원들에게는 법적인 올가미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문제에 봉착하게된 수백여명의 교정과 수련을 마친 치협 회원들은 지금까지 협회에서 뭔가 적절한 보완책을 만들어 시행해 주실 것을 믿으며 기다려왔습니다만, 이제 2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임에도 일방적으로 받게 될 피해에 대해 아무런 대책을 마련해주시지 않아 답답한 마음입니다.
정말 소수정예가 아주 중요한 지향점이라고 생각하셔서 경과규정의 시행을 꺼려하신다면, 전공의 과정을 갓 마치고 아직 충분히 진료에 대한 경험과 능력이 갖추어지지 않은 후배들에게 뿐 아니라 더 많은 임상경험과 지식, 더 뛰어난 치료능력을 가지고 있는 기존의 개원의들에게 최소한 누가 더 ‘소수정예’에 적합한지 판단을 받아볼 기회를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치과계 전체가 원하는 것이 소수의 인원에게만 전문의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라면 교정학회에서는 미국식 증례시험을 통해 정기적으로 전문의자격을 갱신하도록 함으로써 교정전문의의 수를 최소한으로 유지하는 방법도 시행할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단순한 한번의 필기 자격시험을 통해 숫자를 조절하기는 어렵지만, 아주 잘 치료된 환자들의 증례를 자세한 자료들과 함께 준비해 제출하는 일을 계속 요구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숫자는 줄어들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 교정전공의 과정을 마쳤지만 임상증례시험을 통과하지 못해 전문의자격을 취득하지 못하는 사람이 절반이 넘습니다.
전공의 과정을 거치지 못하는 학생들이나 기존의 회원분들을 위해 AGD를 발전시키거나 가정의학과와 유사한 과를 만들어 전문의를 주는 방식으로 문호를 대폭 개방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할 대안이라 생각합니다. 대다수의 개원의 치과의사들이 개원한 이후에도 많은 시간 강의를 듣고 공부하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 전문의자격이 없어서 일반 의사들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국민들에게 인식되어져 왔던 문제가 문호를 크게 넓힘으로써 해소가 가능할 것입니다.
잘못된 제도로 인해 부당하게 권리를 침해받게 된 많은 개원의 회원들이 교정학회에 걱정과 우려, 항의를 여러가지 방법으로 전달하고 있고, 교정학회는 이 문제로 인해 심각한 혼란에 봉착해 있습니다. 기존의 치과의사들에게 부당한 권리의 침해를 가져오는 현행 제도는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고 생각하며, 어떤 형태로든지 경과규정이 시행돼 이러한 문제가 개선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부탁드립니다.
‘치&통’ 지면은 회원들의 소중한 목소리로 꾸며지는 소통의 장입니다. 치과계 정책, 임상, 사회, 문화 등에 관한 다양한 정보 공유, 현안 찬반토론 등 의견을 적극 개진해주시기 바랍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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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호
·대한치과교정학회 기획이사
·아너스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