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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택에서의 하룻밤(2) 서산 계암고택(김기현가옥) (11면)

9면에 이어 계속


“예로부터 선대 어른들은 일반 민초들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초당을 지어 이곳에서 생활해 보기도 했습니다. 그래야 그들의 생활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래등같은 기와집을 짓고 살면서 민초들의 마음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본 거지요. 그만큼 민초들을 살피는데 눈높이를 그들의 눈에 맞춘 거지요.”


초당 현판에는 ‘홍도촌사(紅稻村舍)’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이 글귀 역시 추사가 제주도에 9년간 귀양가 있는 동안 쓴 글씨다. 홍도(붉을홍, 벼도- 붉은 벼)는 ‘사랑’을 의미하고 촌사는 ‘시골 집’이란 의미다. 의역하면 ‘사랑이 있는 시골집’으로 작고 아름다운 느낌을 그대로 느낄수 있다.


사랑채는 추녀가 살짝 들린 팔작지붕 형태다. 구한말 러시아의 영향을 받아 러시아풍의 차양채를 세웠다. 근대식 건축풍이 혼재됐다. 고택의 각 칸은 조선시대 양식에 따라 건조돼 현대인이 생활하기에는 작은 느낌이다. 하지만 아늑하고 정겨운 느낌을 받는다.

  

장작 난방 황토구들장 체험 가능
옛날 가마솥·근대식 탁자 ‘조화’
가족·단체객만 ‘환영’ 예약 필수

  

또 작은 사랑방과 큰 사랑방은 장작으로 난방을 할 수 있어  황토구둘장 체험도 가능하다. 안채는 안방, 대청 건넌방이 있으며 안방부엌에는 옛날가마솥이 걸려 있고 부엌 식탁에는 근대식 탁자를 배치해 신·구의 미묘한 조화가 이채롭다.


고택입구는 특이하다. 원래는 동쪽 입구에 소슬대문 형태를 한 행랑채에 대문이 있어야 하지만 북쪽에 소슬대문을 세웠다. 아마도 원래는 7칸의 행랑채에 소슬대문이 있어 출입했을 것으로 보인다.


고택 소유자인 김기현선생은 “100여년 전에 풍수상 동쪽문을 운이 빠져나가는 형국이라 북쪽에 문을 내어 그것을 방지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그래서인지 북쪽으로 들어오는 소슬대문을 닫으면 고택 전체가 요새처럼 닫힌다.


화려한 사랑채는 외부인을 극진히 대접하기 위해 세워진듯하다. 이런 점으로 볼때 한다리 김씨 가문의 가풍은 상당히 외향적인 성격이 아닌었나 하는 생각이다.


그렇지만 사랑채는 다른 명문가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다. 여기에 딸린 정원 역시 몇 그루의 나무만 식재되어 있어 권세를 가졌지만 과시하지 않는 절제된 생활을 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고택 사랑채 뒤편에는 의미 있는 현액이 기둥에 걸려있다. 예서체로 쓰여진 7언절구의 한시(漢詩)는 고택 소유자의 선대 어른이기도 한 추사선생의 글이다.   


 대팽두부과강채(大烹豆腐瓜薑菜)
 고희부처아녀손(高會夫妻兒女孫)
 “좋은 반찬은 두부 오이 생강나물이요  
  훌륭한 모임은 부부와 아들딸 손자와의 만남이라”


이 글귀는 추사선생이 과천에 머물던 세상을 떠나기 전에 썼을 것으로 추정되는 명작이다. 양반가에 태어났지만 세상 풍파를 겪은 노학자의 소박하고 평범한 마음을 엿보게 한다. 핵가족화 되는 요즘 시대에 가족의 중요함을 일깨워 준다. 여기에 더해 2개의 현액이 더 걸려 있다.


 춘풍대아등용물(春風大雅能容物)
 추수문장불염진(秋水文章不染塵)
 “봄바람처럼 폭넓은 아량은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가을물처럼 맑은 문장은 먼지에 물들지 않는다”


올곧은 선비의 청렴한 지도자 철학이 돋보인다. 이 글귀를 자녀들에게 한번 들려주는 것만으로 계암고택에서의 하룻밤은 무의미하지 않을 듯하다.


고택의 선조였던 정순왕후의 왕비 간택이야기도 흥미를 끈다. 왕비간택 당시 질문 중에 하나가 “좋아하는 꽃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이 질문에 다른 이들은 화려한 꽃들을 열거했지만 정순왕후는 “목화”라고 대답했다. 이유는 그것으로 백성들의 옷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단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대답이 아닐 수 없다.


비대시설을 갖춘 수세식 화장실과 세면장도 마련돼 있는 고택은 펜션 못지 않게 깨끗하다. 고택이라 조금 불편할 수 있다는 일반인의 고정관념을 넘기 위해 고택 소유자인 김기현선생이 세심하게 신경 쓴 결과다.


고택은 깐깐하게 개방되고 있다. 고택 주인은 고택체험을 단순한 숙소개념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달갑지 않게 여긴다. 특히 젊은 남녀의 혼숙은 받아주지도 않는다. 가족단위나 단체가 고택에 깃든 소중한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방문한다면 주인양반은 더 많은 것을 내어줄 각오가 되어 있어 보였다.

여태동 / 고택칼럼니스트



#하룻밤 정보
고택의 소유자인 김기현선생이 안채에서 거주하며 고택체험자들을 받고 있다. 안채 문간방과 사랑채와 초당 행랑채 등 총 7개의 방을 개방하고 있다. 철저하게 예약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금액도 선불을 받고 있다.
요금은 평균 6만원에서 10만원 선으로 어른성인 1인당 3만원 정도다. 예약을 하면 아침식사도 가능하다. 고택의 안주인은 서산시가 지정한 종가집 음식 우수고택으로 지정돼 있어 음식은 기대해도 좋다.

  

#주변 볼거리
계암고택 주변에는 사시사철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풍성하다. 안면도에서 나오는 풍성한 해산물이 있고 수덕사, 개심사, 부석사 등 명찰이 있다. 철새도래지인 천수만이 인근에 있는 탐조대도 있고, 태안에는 유명한 해수욕장이 즐비하다. 특히 국내 최대의 모래언덕인 신두리 해수욕장에서 10Km에 달하는 모랫길이 펼쳐져 있어 이국적인 느낌마저 준다.
그밖에도 덕산온천, 마애존불(국보), 해미성지, 해미읍성과 서산 천문기상과학관이 있고 태안의 소나무 숲길은 트레킹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찾아가는 길
행정구역으로는 충남 서산시 응암면 한다리길 45번지다. 옛날주소는 응암면 유계리 465번지다. 서해안 고속도로 덕분에 서울에서 승용차로 가면 2시간도 걸리지 않는 거리다. 네비게이션에는 ‘김기현가옥’을 검색하면 된다.   
 서울지역에서는 서해대교와 서산 IC를 지나  해미 IC에서 대산서산방향 29번 국도로  6Km 정도 가다가 우측으로 400m 들어오면 고택 안내판이 있다. 목포 군산 방향에서는 해미IC에서 똑같이 대산서산 방향으로 가면 된다. 대중 버스를 이용할시에는 서산에서 시내에서 20분 간격으로 해미 방향버스가 있으며 유계 2리에서 하차하면 된다.계속했습니다. 본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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