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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수필(852)>
그날의 그리움
강규(충북 충주시 강치과의원 원장)

“야~ 아빠! 감자야! 감자! 아빠감자, 엄마감자, 애기감자 줄줄이 나온다.” 너무나 좋아하는 아들의 모습이 봄에 흘린 땀들이 헛되지 않았음에 감사한다. 아빠! 감자야, 감자! 지난여름 아들이 흥분된 목소리로 던진 한마디다. 경기도 시흥, 서울....... 그리고 지금 이곳 충주에 자리잡은 지도 3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도시로부터의 탈출....... 결혼전부터의 나의 생각은 결혼해서 아이들이 생기면 시골 산자락에 조그만 집을 짓고 텃밭에서 상추, 오이, 고추, 감자 등을 직접 기르고 싶어했었다. 그래서 산과 논, 밭이 있고 개울이 있는 곳을 찾다보니 충주댐에서 얼마되지 않는 거리에 있는 면소재지에 둥지를 틀게 되었다. 그곳은 배밭과 사과밭을 낀 산과 논이 있고 그 앞으로는 개울이 있는 그런 곳이었다. 매년 봄, 여름, 가을, 좁은 편도 1차선 도로 위로 수 많은 관광버스들이 꼬리를 물고 지나가는 곳....... 이사온 지 몇 개월이 지난 첫해 봄 아내와 나는 집 주위 개울둑에 작은 텃밭을 만들기 위해 매주 주말 오후에 시간을 내어 개간을 하기 시작했다. 땀을 흘리며 돌을 캐고 잡나무들도 캐내고 하며 수주일을 그렇게 지내자 이곳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도 당신들의 마음의 벽을 허물고 한마디 한마디 말씀을 건네 오신다. 아들이 ‘소할아버지’라 부르는 이웃집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를 포함해서... 내가 고작 돈들인 것은 상추씨 한봉지인데 이곳 동네분들은 고추모종, 파, 가지, 옥수수, 등등 많은 것을 가져다 주셨다. 아마도 우리 부부를 마음으로 받아 주시는 것 같았다. 여름엔 개구리들이 개굴개굴 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아들과 나는 개울에서 물고기와 개구리를 잡으며 물속에 들어가 물장난을 치기도 했다. 간혹 외지에서 오는 차들은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우리가 놀던 개울에서 여름의 더위를 식히기도 한다. 늦여름 오늘은 아들을 데리고 봄에 감자씨눈을 심었던 텃밭으로 가서 함께 감자를 캐기로 했다. 호미를 쓰라는 나의 말을 들었는지 말았는지 있는 힘껏 두손으로 감자줄기를 잡아당긴다. “야~ 아빠! 감자야! 감자! 아빠감자, 엄마감자, 애기감자 줄줄이 나온다.” 너무나 좋아하는 아들의 모습이 봄에 흘린 땀들이 헛되지 않았음에 감사한다. 가을엔 노랗게 익어가는 볏잎들이 가을바람에 흔들리며 황금물결을 이룬다 뒷산에는 이름모를 단풍들로 온 산이 울긋불긋 물들어 있고 사과밭을 지나노라면 새콤달콤한 사과냄새가 코를 스치며 지나간다. 집 뒤 배밭에 가면 날 듯 말듯한 배냄새도 느낄수 있고 집뒤켠에 심었던 옥수수들은 밑거름을 주지 않은 탓으로 영양부족인지 알이 작았다. 그런데도 맛은 꽤 괜찮았다. 내년에는 밑거름을 잘 주어 알이 큰 옥수수를 거둘 수 있기를 바라며....... 겨울엔 집앞 개울이 어느덧 얼음옷으로 갈아입고 동네 아이들을 맞는다. 맑고 투명한 얼음밑 세상엔 작은 이름모를 고기들이 사람소리에 놀라 이리저리 왔다갔다한다. 집앞으로 펼쳐진 산위의 풍경은 눈이라도 내리면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채 겨울이 가기도 전에 아내의 성화에 떠밀려 시내의 아파트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사방이 콘크리트로 둘러쌓인 어떤 벽속에 갇힌 나의 모습이 마냥 답답하게 생각되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아마도 우리들 직업상 작은 입속만 들여다보며 좁은 진료실에서 지내서가 아닐지? 그림같은 집을 짓고 싶었던 나의 작은 소망을 언제 이룰 수 있을지....... 가을엔 작은 텃밭에서 수확의 기쁨을 맛볼 수 있고 겨울엔 어렸을적 만들어 봤던 그 썰매를 만들어 아들을 태운 채 그 넓은 논바닥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썰매자국을 그리며 놀던 일....... 다행히 아는 선배님이 가까운 곳에 밭이 있어 뜻이 같은 또다른 후배와 주말에 시간을 내어 식구들과 함께 자연속으로 들어가기로 한 약속을 위안 삼으며 마음속의 집을 지어본다. 그래 그날을 꼭 오게 될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