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환자’ 우습게 봤다간 ‘낭패’
신도시 대단지 아파트 상가에 치과를 개원한 지 3년째. 최근 들어 대기실엔 파리 한 마리조차 찾아 볼 수 없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A 원장의 속은 하루하루 까맣게 타들어만 간다. 워낙 경기가 좋지 않다고는 하지만 단순 경기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뭔가 다른 문제가 있지 않나 싶을 정도로 환자는 나날이 줄어만 간다.
그러던 어느 날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병원 아래층 아파트 상가 식당을 찾은 A 원장은 테이블 뒤편의 대화를 우연찮게 듣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이가 아파서 치과에 가려고 하는데 OO치과 어때?”, “OO치과는 절대로 가면 안 돼, 비싸기만 하고 얼마나 불친절한데 치료도 못해”
몇 달전 치과 스탭과 진료비 문제로 한참을 실갱이를 하고 돌아간 아주머니 환자의 목소리였다.
방관땐 입소문 타고 환자 감소 치명타
불만 파악후 환자 성향에 맞춰 대처해야
■ 강내경 소장, 불만환자 4가지 대처 유형 소개
단순히 ‘나쁜 평판’만을 100% 환자 감소의 원인으로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소견이다.
해당 아주머니 환자 뿐만 아니라 몇몇 환자들이 진료비 문제로 스탭과 언쟁을 한후 ‘직원들이 참 불친절하다’며 넌지시 의견을 건넸었지만 A 원장은 그때마다 진상환자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겨왔다. 하지만 이 같은 방관이 결국 불씨를 키운 셈이 됐다.
# 지역민 불만 표출 파급 효과 커
전문가들은 치과를 운영하는데 있어 ‘불만환자’는 오히려 ‘고마운 환자’로 여기고 잘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치과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고 이를 고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불만환자’와 ‘불량환자’(일명 블랙 컨슈머)는 구별이 된다.
일부 통계에 따르면 불만환자 10명 중 1명만이 해당직원이나 담당의사에게 불만을 털어 놓고 10명중 6명은 병원 밖에서 불만을 표시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더군다나 대부분 불만이 있을 경우 발길을 끊어 버리는 것으로 사안을 종결하기 때문에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때문에 병원 내부에서 불만을 털어 놓는 환자는 오히려 고마운 존재로 생각해야 한다.
모 컨설팅회사 조사결과 병원에 대한 불만은 대학병원 급인 경우 온라인을 통해서, 개인병원이나 의원급의 경우 오프라인 즉 ‘입소문’을 통해서 표출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입소문의 특성상 온라인에서처럼 광범위하게 전달되지는 않지만 지역주민들 사이에서 회자가 되는 만큼 병원운영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더 클 수밖에 없다.
또 인터넷 등을 통한 불만은 즉각 파악이 가능해 대처가 가능하지만 입소문은 결국 심한 타격을 받아야만 그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대응방법·해결책 등 매뉴얼화 필요
그렇다면 병원의 불만환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건치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면서 치과 환자관리 및 리더십 교육 등을 진행해온 강내경 소장((주)위캔HRD)이 지난 10여 년간 병원 모니터링 등의 결과를 바탕으로 환자들과의 갈등을 관리하는 방법과 치과원장들이 가장 까다롭게 생각하는 불만환자를 4가지 유형으로 정리,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강 소장은 우선 환자와의 갈등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병원내부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불만사항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이에 대한 대응방법과 해결책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매뉴얼화하고 규정을 명시해 문제발생시 프로세스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불만요인이 병원의 문제가 아닌 환자의 문제일 경우 무조건 이를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단, 법적인 근거는 마련해야 한다.
특히 환자와의 갈등관리시에는 프로세스를 그대로 적용하기 보다는 환자마다 각자의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성향에 따라 초점을 달리해 대응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강 소장은 불만환자의 성향을 ▲공격적인 환자 ▲빈정거리는 환자 ▲짜증내는 환자 ▲논리적인 환자 등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하고 해결책을 제시했다<왼쪽 그림 참조>.
강 소장은 “일부 병원에서는 환자응대 매뉴얼을 만들어 놓고 이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도 하는데 환자들 마다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이 같은 대응이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면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는 문제가 아닌 ‘사람’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네 가지 유형의 환자를 잘 파악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 소장은 또 “최근 블랙컨슈머 일명 ‘진상환자’들로 인해 건전한(?) 불만환자들까지 진상으로 매도, 이들의 의견을 간과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잘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4가지 불만 환자별 대응 방안
환자 유형 |
대응법 |
공격적인 환자 실질적인 해결에 관심이 높다 |
확실히 듣는다 (Back Tracking) 간단하게 질문한다 |
빈정거리는 환자 |
비난은 절대 금물이다 정중하게 질문한다 공감을 표시한다 |
짜증내는환자 주목 받고 싶다 |
말하도록 유도한다 공감 또는 맞장구를 친다 감사를 표시한다 |
논리적인 환자 과시하고 싶다 |
추켜세워준다 하나씩 해결한다 이유를 설명한다 |
강은정 기자 human@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