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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다가 병드는 감정노동

웃다가 병드는 감정노동


최근 연달아 대기업 임원이 승무원을 폭행하는 사건, 모 베이커리 사장이 호텔직원을 폭행하는 사건 등이 일어나면서 그와 함께 감정노동자의 근로현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감정노동이란 말투나 표정, 몸짓 등 감정표현을 직무의 한 부분으로 이행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려 노력해야 하는 일을 뜻한다.


즉, 상대방으로부터 폭언이나 폭행 등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더라도 직업상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웃는 얼굴로 고객을 대해야 하는 것이다. 사실 일상생활을 살면서 모든 사람들은 어느 정도의 감정노동을 하며 살아간다. 썩 내키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도 하고 의사표현을 하지 못한 채 남의 의견에 끌려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자신의 감정표현을 하지 못한 채 오랫동안 쌓아두게 되면 많은 정신적 피로와 우울증 등을 야기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쌓인 감정이 폭발하여 더 큰 다툼이나 사고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 문제가 된 사건들과 관련해서 여러 뉴스와 기사를 읽다 보니 감정노동을 많이 하는 직업 순위에 치과의사가 꽤 높게 올라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학생 때 병원 실습에 들어오기 전에는 치과의사라는 직업이 마냥 환자에게 존경받고 의사로서 환자에게 일방적으로 진료를 제공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병원 실습, 인턴 생활을 하면서 치과병원에 있다 보니 진료라는 서비스를 제공받는 고객으로서 의사보다 더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환자들, 필요이상으로 심하게 컴플레인을 제기하거나 목소리를 높이는 환자들도 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아무래도 젊은 여성 의사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아가씨, 언니’ 등의 표현을 하면서 반말을 하셔서 언짢은 기분을 느낄 때도 있었다. 그런 환자분들을 만나면 불편한 기분이 들고 감정이 상하더라도 큰 문제를 야기하지 않기 위해 내 감정을 숨기고 웃는 얼굴로 대하면서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쌓일 때가 많다.


나의 정신건강을 위해 감정노동을 줄이기 위해서는 일단은 애초에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감이 잘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 대면에 환자에게 친절히 대하기는 쉽지만 일단 환자와의 관계가 틀어지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환자를 대면하는 것, 웃는 얼굴로 대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또한 도가 지나친 컴플레인, 폭언을 하는 환자들로부터 의사와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병원에서도 체계화된 제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본인도 병원에서 어느 정도 감정노동을 하는 사람의 입장이면서도 백화점, 서비스센터 등에서 고객이 된 입장이 되었을 때 다른 누군가에게 감정노동을 강요하지는 않았나 다시 한번 반성해본다. 살면서 언제나 서로의 갑을관계는 변할 수 있다.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한지희
단국대학교 치과병원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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