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y Essay
제1862번째
치과의사의 사회활동
동아건설의 최 회장님과 인연을 맺은지 어언 20년째에 접어든다. 컬럼비아대학에서 페리오 전문의 과정을 마치고 서울에 귀국하여 동문들과 함께 공동개원하고 있을 때, 환자와 치과의사로 인연을 맺었다. 최 회장님이 이사장으로 계신 동아예술방송대학의 사외이사를 6년째 역임하고 있었는데, 올해 이사회의 감사자리가 공석이 되어 그 자리에 천거 받고 보니 어깨가 무겁기도 하고 책임감도 막중하게 느껴진다. 치과의사가 방송예술대학의 재단법인에 관해 얼마나 알기에 그런 일을 맡았을까 의아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오랜 세월 쌓아온 믿음과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감히 짐작하여 본다. 대단한 소명이 아닐지 모르지만 최선을 다하리라 다짐한다.
흔히들 치과의사는 남의 아픈 입 속을 들여다보며 그 고통을 해결하고 치료해주는 사람이라 여기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겠으나, 환자가 내원하여 상담을 할 때, 나는 그 사람의 구강문제뿐아니라 식습관, 버릇, 고민에 대해서도 질문을 한다. 환자를 전인격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치료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간혹 이야기가 길어지다 보면 그분의 사회활동과 그에 따른 고민을 나누게도 되고 때론 나에게 조언을 구하는 사이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경제, 역사, 종교, 철학 등에 관심이 많아 나는 평소에 이에 관련된 서적을 많이 읽는 편인데 인문학적 소양이 세상을 보는 지혜를 깨닫게 해주고 다른 이들과 소통하는데 도움을 준다. 동아방송예술대학 재단일 외에 로타리 봉사활동과 CQ 국제활동 모임에 참가하고 있다. 치과에 앉아서 환자만 보다보면 자칫 운신의 폭이 줄어들기 십상인데, 나는 후배들에게 밖으로 나가 사람들을 많이 만나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개원에 직접적인 도움을 받기라기보다는 각자의 역량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좋은 영감도 받게 되고 긍정적인 자극을 받아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아예 업종변경을 하여 정치나 사업 쪽으로 성공하여 활동하시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오랜 시간 공부하고 갈고 닦은 본업인 치과진료에 충실 하면서도 사회전반에 걸쳐 역량을 키워나갈 수가 있다고 본다. 우리사회에서 갖는 치과의사들에 대한 인식(치과에 국한되어 전문직으로 끝나는, 그러나 사회적 영향력은 좀 약해보이는)을 개선하고 사회에서 꼭 필요하고 영향력 있는 그룹으로서의 활동을 기대하고 싶다.
늘 비슷하게 반복되는 쳇바퀴 생활을 하다보면 매너리즘에 빠지는 경험도 종종하게 된다. 그럴 때 마다 나는 새로운 일에 도전을 한다. 주로 몸을 쓰는 일을 하는데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매일 헬스를 거르지 않고, 등산이나 산악자전거타기를 힘들 때까지 극기하는 기분으로 한다. 최근에는 모터사이클을 시작하여 재미를 붙이고 있다. 중년의 위기가 아니냐, 위험하지 않냐, 걱정스런 시선들을 많이 보내지만 모터사이클을 타다보면 아직도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음에 자신감이 생기고 집중력이 좋아짐을 느낀다. 병원에서 동료들과 함께 근무하시는 분들도 있겠으나, 업종의 특성상 개원의가 많은 우리 치과선생님들은 혼자 스트레스를 감당하거나 심적으로 외롭게 지낼 확률이 높다. 취미생활을 하여 마음을 힐링하고 건강관리에 각별히 신경 쓰시라고 말해주고 싶다.
홍정욱
DDS,MPH,PhD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겸임교수
미국치주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