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밖 풍경에도 익숙해져야 산다
이찬일
동산치과의원 원장
50여일의 지루했던 장마가 끝나고 연일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재산 환수문제로 세간이 떠들썩 하더니 6년전인 2007년 정상곤 전 부산지방 국세청장으로부터 인사 청탁과 함께 거액의 뇌물을 받아 구속됐던 전군표 전 국세청장이 CJ그룹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과 관련해 최근 다시 구속됐다.
이밖에도 국세청이 지난 1966년 재무부 사세국에서 외청으로 독립된 이래 배출된 국세청장 중 8명은 장관이 되는 영예를 안았다. 하지만 권력과의 유착, 검은 돈의 유혹에 넘어가 각종 비리나 의혹에 연루돼 옥고를 치르거나 불명예 퇴진한 청장도 많았다. 초대 이낙선 청장부터 김덕중 현 청장의 전임자인 19대 이현동 전 청장에 이르기 까지 이중 무려 8명이 구속되거나 검찰 수사를 받는 수모를 겪었다.
복지국가의 슬로건을 내건 박근혜 정부는 재정 마련에 팔을 걷어 부칠 수밖에 없다. 국가의 곳간이 비어 있어 재원 마련에 기댈 수 있는 곳은 국세청이다. 한데 국세청의 수장들이 이렇듯 각종 비리에 연루돼 국세청장 수난사를 재현하고 있어 여러 가지 세원정책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만만치 않다. ‘수신제가 치국 평천하’라고 했다. 자신의 앞가림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국민들에게 메스를 가하는 첨병역할을 할 수 있는 그 몰염치 함은 어디서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
특히 최근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진 고소득 직종에 대한 세금 압박이 드세지면서 의료인들로서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올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국가 4대 권력기관인 국세청을 상대로 대립각을 세워 봤자 달걀로 바위치기일 뿐이다. 그동안 세금 관련 업무에 대한 이해 부족과 지식이 부족했던 의료인이 있다면 이제부터라도 빠른 스터디가 필요한 때다. 세무사에게만 맡기는 시대는 지났다. 아직도 세무사 운운하는 의료인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임을 명심해야 한다. 스스로 챙겨야 한다.
진료실 창밖 풍경은 이처럼 폭염이 무색할 정도로 뜨거운 이슈들로 들끓고 있다. 당장 의료인들의 밥줄에 영향을 미칠 정책들이 등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의료인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너무 몰입하는 것에 대한 견해는 시각차가 있을 수 있다.
몇 해전 대학병원의 일상과 권력에 대한 암투 등 부조리한 단면을 리얼하게 그려낸 ‘하얀 거탑’이라는 의학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굿닥터’라는 의학드라마가 안방에서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방송 첫 회부터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안방 드라마를 평정했다. 드라마 제목처럼 ‘굿닥터’라는 진실에 접근해 낼 수 있을지 사뭇 궁금하다. 의료인들이 현실에서 겪는 이상의 괴리와 딜레마에 깊은 통찰을 기대해 본다.
진료실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의료인들의 삶은 어찌보면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려가는 모습일 수 있다. 환자 보기에도 부족한 시간속에 진료실 밖 풍경 운운하는게 서운하고 답답할 줄 모르지만 2013년 오늘을 살아가는 의료인들은 진료실 밖 풍경에도 익숙해지지 않으면 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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