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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y Essay 제1865번째] 여성, 그 Sense of Dignity를 위해(상)

Relay Essay
제1865번째

 

여성, 그 Sense of Dignity를 위해(상)


헤아릴 수 없이 오랜 세월동안 저 하늘은 우리의 어머니, 우리 어머니의 어머니에 대한 연민의 눈물을 흘려 왔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눈에 역사의 도도한 흐름은 명확하며 아무도 그것을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유치원에서부터 초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암탉이 울면 나라가 망한다느니, 여자가 나서면 될 일도 안 된다느니, 군대를 다녀와야 남자가 된다는 관례로 굳어져 온 잘못된 신념들은 이미 성차별 발언이라는 ‘죄목’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교육되고 있습니다. 또 이미 어릴 때부터 우리들은 학교에서, 학원에서 그리고 도서관에서 미래의 동량이 되기 위해 남학생이든 여학생이든 상관없이 늦게까지 불을 켠 채로 공부하였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우리 어머니 세대에 갖지 못했던 사회적인 지위를 이 세대에서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노력하고 능력만 있으면,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선택의 기회를 박탈당하지 않는 좀 더 나은 사회에서 살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저는 엄연히 존재하는 남녀 차별을 인식하지도 못했던 단발머리 문학소녀 중학생 시절부터 자랑스러운 치과대학을 졸업하는 그 순간까지 사회 시스템에서 어떻게 여성이 명예스러운 자리에서, 결과적으로 소위 권력이라는 것에서부터 배제되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대학 졸업반 시절에 남학생이 잘못했어도 여학생의 위상이 형편없이 추락되는 사건을 보면서 어렴풋이 무엇인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후 저는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사회생활선택에 제한을 받았습니다. 관계보다는 목표 중심적이었던 저는 제게 요구되었던 ‘당연한’ 관례를 거부하였고 그로 인해 그동안 쌓아왔던 많은 선후배 및 동기 남학생들과의 관계가 일시적으로 단절된 적도 있습니다.


그때까지 무사태평하게 지속되어 온 사회적인 시스템은 몇몇 사람들만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것을 잘 파악하지도 못하고 어리둥절하기만 했던 미숙한 저였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전공과의 선택이 제한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것이 변함없는 저의 신념입니다. 왜냐하면 민주사회에서 보장되는 자유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선택’의 자유이며 ‘기회’의 자유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자유를 가진 사람의 인격에 대해서는 누구도 경솔하게 판단할 수 없으며 자유를 사용하여 ‘선택’한 사람은 노력과 능력에 따른 공정한 결과에 겸허히 승복해야 합니다.


최근 ‘설국열차’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그 열차 안에서 제한된 재화를 가지기 위한 살육에 전율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영화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그토록 폭력적인 이유도 따지고 보면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었다고 해도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유지당하는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 여성들에게 참정권 및 피임의 권리가 인정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여성은 투표할 만한 인격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는 상식에 반기를 들고 노력한, 아니 실제로는 투쟁한 선배들이 없었다면 우리가 너무나 당연시 여기는 선거권 및 피 선거권은 아직까지도 누리지 못하고 있었을 겁니다. 의료수준이 낮아 산욕열로 죽은 산모가 많으며 다산이 건강악화 뿐 아니라 치사율을 높인다는 것을 일찍이 깨달은 마거릿 생어 여사는 ‘어머니가 될 것인가, 되지 않을 것인가를 뜻대로 선택할 수 있게 되기 전에는 어떤 여자도 스스로 자유롭다고 말할 수 없다’고 주창하였습니다. 그 결과로 실정법을 어기는 범죄자로 수차례 망명을 하고 연이어 힘든 법정 투쟁을 하였지만 결국에는 여성의 건강을 보호하는 법 제정의 찬란한 성과가 우리에게 주어진 것입니다. 생어 여사는 임신 출산이 나쁘다고 말한 것이 아니라 선택의 자유를 말한 것이었습니다. 그 때 남성들은 남성의 ‘당연한’ 권리를 거부하는 여성의 어리석은 행위가 민족자멸을 초래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다음호에 계속>

이안나
전 엘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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