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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이 정말 화를 낼만한 일인가?

이 일이 정말 화를 낼만한 일인가?


“스님~ 화가 나요. 돈 못 버는 남편 때문에 화가 나고, 아이들 말 안 듣고 공부 안 해서 화가 나요.”


화가 나는 이유를 이렇게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다. 심지어는 지하철에서 옆 사람이 힐끗 쳐다만 봐도 화가 난단다. 이야기를 듣다보면 에너지가 전이되어 나까지 짜증스러움이 밀려온다. 그런데 그 많은 이유가 정말 화를 낼만한 일일까? 나는 생각한다.


‘남편이 돈을 못 벌어서 화가 난다니, 남편이 돈 버는 기계도 아니고, 결혼할 때 배우자가 어느 직장에 다니는지 다 알고 결혼했을 텐데 왜 이제 와서 화를 내는 걸까’하고 말이다.


화를 낼만한 타당한 상황보다 우리의 욕심이 과한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 싶다. 때론 화가 가득해서 말조차 건네기 어려운 이들도 있다. ‘누가 건들기만 해봐라’하는 표정으로 주위를 긴장시킨다. 일이 있으면 있어서, 일이 없으면 없는 대로 화가 난다. 화가 목까지 차서 터지기 직전의 표정이다. 오늘날 우리의 자화상이 이러하다.


그러나 내 생각엔 일상적인 일에 화를 내는 건 결국 제 얼굴에 침 뱉기다. 사소한 일로 인한 화는 그냥 지나가는 게 낫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야지 내 삶을 좌우할 만한 일도 아닌데 어떻게 매번 걸리고 화내고 넘어지겠는가. 사소한 일에 화를 내는 것은 자기 인격을 떨어뜨리는 일이요, 내 삶의 질을 나쁜 방향으로 몰고 가는 헛발질에 불과하다.


더러 화를 참으면 스트레스 쌓인다는 분도 계시다. 하지만 그런 정도의 스트레스라면 자신이 감당해야 한다. 그 정도도 못 견디면서 어떻게 이 치열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질서를 유지하며 산다는 것인가.


정말 분노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매일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데도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한다면 이런 일이야말로 화를 내야 한다. 공정한 배분이 이루어지지 않고 정의롭지 못한 일을 막기 위해 화를 내야지, 옆 사람이 조금 밀었다는 둥 왜 젊은 사람이 앉아 있냐는 둥, 그런 사소한 일들에 대해 낱낱이 화를 내고 살면 어떻게 살겠는가 말이다. 스스로 화가 나도 화를 내서는 안 되는 일들이 세상에는 더 많다. ‘정말 화를 내야 하는 일에 화를 내고 있는가.’이걸 먼저 생각해 봐야 한다.


일상 속의 화는 참고, 좋은 사회를 위한 화는 내도 좋다. 화라는 건, 분노라는 건 기본적으로 ‘이것이 화를 낼만한 일인가? 참고 넘어가도 될 만한 일이 아닌가?’생각했을 때 결정된다. 그래도 화를 다스리기 힘들다면 명상이라도 하고, 호흡이라도 고르면서 마음을 정리해야 한다. 


내가 가진 신념 중의 하나가 이것이다. ‘이 문제가 내 인생에 크게 영향을 끼칠만한 일인가’. 사람들은 항상 ‘갑’이 되어 주도권을 잡으려고 하는데, 그것이 정말 내 인생에서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나서겠지만, 그렇지 않고 남들과 함께 어울려 가는 일이라면 선택권은 대개 상대방에게 넘긴다. 그다지 문제 되지 않는다면 조금 양보하고 손해 보는 게 속편하다. 대세에 지장이 없는 한,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하는 게 화를 만들지 않는 첩경이 아닐까 싶다.

  

원 영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교수아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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