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여름의 단상(斷想)
장마가 시작되었다고 일기 예보가 나온지 한참 되었지만 비는 오락가락 변덕을 부리고있다. 중부에 있다 남으로 내려가서 폭우를 퍼붓고 또다시 폭염에 자리를 물려주고 중부로 왔다. 사람들을 희롱하며 장난치기를 즐기는 것 같다. 잠시 비가 그치고 소강 상태에 있는 날 원장실에 앉아 창 너머로 보니 먼 언덕의 다닥다닥 붙은 빌라며 반대편 고가도로 멀리 목동의 고층건물들도 흐린 윤곽으로 보인다. 계속되는 불경기에 병원에 출근할때도 마음은 늘 편치를 않다. 치과에 환자가 없을때는 아무런 의욕도 안생기는걸 보니 역시 경제적인 문제가 사람들의 모든 행위에 기본적인 토대를 이루고 있는 것 같다.
나에게는 딸 둘이 있다. 고2와 중1. 요즘 아이들 공부와 학원다니는걸 보면 안쓰럽고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에 회의가 들때가 많다. 수험생 부모들은 누구나 그렇겠지만 40대의 나이란 참 다 힘든 시기인 것 같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내가 고등학교다닐때는 5공 시절 과외가 금지된 시기였다. 차라리 그때는 사교육이 이렇게 극성스럽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사교육 시장이 너무 비대해져 중산층의 목을 조르는 것 같다. 부동산과 사교육이 누구에게나 부담스러울 것이다. 물론 경제적으로 전혀 문제가 안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우리나라 같이 자원이 부족하고 40~50년새 단기간에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 정보사회로 수직 상승한 나라에서 가장 확실한 투자는 교육밖에 없었을 것이다. 거기에다가 전통적인 문(文)위주의 사회에서 실제적인 기술이나 실용적 지식보다는 글줄이나 읽고 학벌을 숭상하는 전통을 가진 사회분위기에서 너도나도 자식교육(대학보내기)에 올인했을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같이 천연자원과 자본기술이 부족한 상황에서 국민들이 가진 교육에 대한 열의가 국가적 성공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음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옛날의 교육을 생각해보면 너무 추상적이고 공허했던 것 같다. 독일이나 스웨덴처럼 공부할 사람은 공부하고 여러 다른 분야나 기술에 취미와 재능이 있는 사람은 고등학교 교육만 받아도 이 사회에서 충분히 인정받고 경제적인 풍요도 누리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또한 이제까지의 교육은 너무나 경쟁적이고 삶의 정말 중요한 가치는 가르쳐주지 못했던 것 같다. 같이 공부하는 학우조차도 경쟁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위해서 남보다 더 뛰어나야 되고 남을 밟고 일어서야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교육이 현실이다. 이것은 그대로 사회에 나와서도 계속 이어진다. 이러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했을때 과연 얼마나 이웃을 생각하고 서로가 협동하는 그런 가치관을 가질 수 있을까? 회의가 든다. 자꾸 유럽 이야기를 해서 미안하지만 스웨덴 같은 경우는 항상 뒤처지는 학생들에게도 새로운 배움의 기회를 준다고 한다. 공부만이 최상의 가치가 아니고 또 다른 자신만의 적성과 소질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수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의 교육 시스템은 사회의 기득권층으로 얼마나 학생들을 효율적으로 편입시킬 수 있느냐에 기초하고 있다. 그 사회 기득권과 연관된 시스템의 정점에 대학이 있다. 먼저 대학의 구조조정부터 있어야 할 것이다. 아이들이 공부외에도 적성과 소질, 재능에 따른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사회에 나갔을때 차별없이 적절한 대우와 보상이 주어지는 사회시스템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럴려면 먼저 기업들의 인재 채용방식이 바뀌어야 하고 대학의 개혁이 선결과제다. 참으로 지난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우리의 후세들에게 좀 더 행복한 삶을 물려주기 위해 우리 모두 그 힘든 여정(旅程)을 멈출 수 없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배철민
메트로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