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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런 치의 강대건 원장 아시나요 - 33년 외길 한센인 진료, 하늘도 감동 ‘교황상’ 수여 (1)

자랑스런 치의 강대건 원장 아시나요


33년 외길 한센인 진료
하늘도 감동 ‘교황상’ 수여

 

한결같은 봉사열정에 전국 환자들 감동
“후배들 봉사 통해 넓은 안목 갖길 희망”

  

한센병 환자들을 위한 33년 봉사가 이제야 세상에 드러났다.


팔순이 넘은 치과의사는 첫 진료봉사를 회상했다. “79년도 포천 나환자촌이었어요. 봉사하는 치과기공사들을 얼결에 따라간 거죠. 그 중 한 분이 나환자를 본 내 얼굴이 백짓장처럼 하얗게 질려있었다고 그러더군요. 태연한 척 했지만 그게 눈에 다 보였나 봐요. 허허허”


그런 강대건 원장(82·강대건치과의원)이 한센인들과 완전히 섞이기까지는 약 2년의 세월이 걸렸다. 양성 환자의 침도 받아내고 음식도 같이 먹으면서 닫혀있던 그들의 마음을 조금씩 열었다. 지금은 전국 각지의 한센인이 강 원장을 찾아가 감사를 표한다.


처음에는 아내도 모르게 봉사를 다녔다. 겸손한 성정 탓도 있지만 소문이 나서 치과에 환자가 끊기는 게 두려웠다. 그런 시대였다. 14년을 봉사한 나사렛마을 초기 1~2년 이후부터는 혼자서 진료를 다녔다. 직접 발치하고 틀니를 제작했다.  33년 간 만든 틀니만 5000여 개, 치료해 준 사람은 1만 5000여 명에 달한다. 두꺼운 진료기록 노트 10권에 그간의 궤적이 깨알같이 담겨 있다. 돈이 되는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가산을 갉아먹는 일이었다. 그렇게 남은 것은 한센인 모임인 ‘한국가톨릭자조회’를 포함한 몇 군데에서 준 감사패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존경.

  

# 역사상 수훈 한국인 10명 남짓


여기에 특별한 표창 하나를 더했다. 지난 11일 명동 서울대교구청 주교관 소성당에서 강 원장은 교황청이 주는 ‘교회와 교황을 위한 십자가 훈장’을 받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착좌한 이래 한국인으로는 처음이고, 한국 가톨릭 역사를 통틀어서도 수훈자는 10여 명 정도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훈장 증서를 통해 “존엄한 교회와 교황을 위한 십자가의 표지로 탁월한 업적과 학덕으로 두드러진 강대건 라우렌시오 형제에게 훈장을 줄 것을 공포한다”고 밝혔다.


훈장을 전달한 염수정 서울대교구 주교는 “저도 신학교 시절 강 원장님께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33년 동안 한결같이 봉사를 하셨다”며 “명의는 몸을 고치고 신의는 영혼을 고친다. 수많은 사람들의 영혼을 고친 강 원장님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축사했다. 강 원장의 소감은 짧았다. “치과의사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보다 더 가난한 사람, 힘든 사람을 위해 살아오려고 노력했다. 감사하다.”

  

# “지독할 정도로 한결같은 사람”


강 원장을 잘 아는 사람들은 입을 모아 그의 ‘지독함’을 말했다. 70년 지기 김영진 씨는 “대건이는 지독하다 싶을 정도로 한결같았어요. 친구들이 그렇게 권해도 절대 드러내지 않고 자기 할 일만 묵묵히 했어요”라고 회고했다.

  

<3면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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