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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y Essay 제1872번째] 공중보건의 3년을 돌아보며

Relay Essay
제1872번째

 

공중보건의 3년을 돌아보며

 

새내기 치과의사


2010년 4월, 난 그토록 바라던 치과의사로서의 첫 근무를 아산시 보건소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많은 환자 수에 놀라기도 했지만, 그만큼 많은 분들에게 치료를 해 드릴 수 있고 나 스스로도 임상실력을 늘릴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앞으로의 생활이 기대되었다. 물론 보건소에서 할 수 있는 진료범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복잡한 술식들은 거의 없었지만, 스스로 진단을 내리고 치료계획을 세우고 그에 맞는 처치를 해야 하는 상황이 이제 갓 졸업한 나에겐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책을 찾아보고, 선배님들에게 물어보고… 그렇게 치과진료에 조금씩 젖어들었던 것 같다.


보건소를 찾아주시는 환자분들 중 상당수는 집안형편이 어려우신 분, 연로하신 할머니, 할아버지 분들이었다. 그래서 부족한 실력이지만 성심성의껏 진료해드리려 노력하였다. 감사하게도 그런 노력을 느껴주셨는지 양말을 사주시는 할머니, 직접 키우셨다는 포도를 건네주시는 할머니, 비타민 음료를 사주시는 할아버지… 정말 많은 분들에게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인생의 황금기

많은 선배님들은 공중보건의 시절이 인생의 황금기였다고 말씀하신다. 긴 인생을 살지는 않았지만 나 역시 그랬던 것 같다. 일단, 치과대학을 다닐 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여유로운 시간들이 있었다. 1, 2년차 때는 같이 계시는 선배님의 권유로 주중에 골프와 수영을 배웠다. 3년차 때는 내가 어릴 적부터 즐겨했던 축구, 농구까지 모임이 생겼다. 정말 체대생 마냥 운동한 것 같다. 주말에는 대부분 대학시절 자주 보지 못했던 친구들, 섬에서 힘들게 탈출해서 나오는 동기들과 함께 하면서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고 선배님들이 추천해주시는 세미나도 가끔씩 들었다. 그리고 매 년차마다 나오는 연가를 이용해서 해외여행, 국내여행까지….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어릴 적 장래희망이었던 치과의사로서의 진료를 할 수 있었고, 여유롭게 하고 싶었던 운동, 여행을 할 수 있었고, 좋은 친구들과 행복한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다. 추억 가득한 3년이었다.  

  

진로의 고민, 그리고 앞으로 시작될 치과병원 인턴생활


그렇게 꿀 같은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공중보건의 3년차가 되었다. 그동안 같은 지역에서 정들었던 선배님들이 각기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시는 것을 보면서, 나도 공중보건의 이후의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하였다.


대부분의 공중보건의는 전역 후 페이닥터 혹은 개원을 생각한다. 나 또한 그럴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3년 동안 환자를 보면서 수련에 대한 욕심이 문득문득 들곤 했고, 그 욕심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커져만 갔다. 수학문제 마냥 한가지의 정답이 있는 길은 없겠지만, 학생이나 군인 신분이 아닌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인 만큼 나중에 후회되지 않고 미련이 남지 않는 길을 선택하려 신중히 고민했다. 여러 선배님들에게 조언도 구해보고 오랜 생각을 한 끝에, 결국 수련 쪽으로 마음을 잡았다.


다행히 부산대학교 치과병원 인턴에 합격하였고, 이제 일주일 뒤면 치과병원의 최고 막내로서 다시 새로운 출발을 하고 있을 것이다. 빈틈없이 돌아가는 병원 시스템 속에서 많이 힘들고 지치겠지만, 학교 교수님, 수련의 선생님에게 많이 배우고, 인턴 동료들과 함께 힘내서 무사히 수련과정을 마칠 수 있길 바래본다.


김준규
부산대치과병원 진료처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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