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한 TV 프로그램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치과용수에 염색액을 떨어뜨리고 고속으로 회전하는 핸드피스를 작동시킨 후 치과용수, 타액 및 혈액이 섞인 액체가 어디까지 날아가는지 실험을 한 프로그램이었다. 환자의 얼굴이나 술자의 팔부분에만 튀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치과용 chair, 벽, 의사가운 등 생각보다 많은 부분으로 퍼져있었다. 환자가 감염성 질환을 가지고 있었다면 많은 문제점이 나타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치과의사가 되고 난 후 ‘혹시 진료를 하면서 감염매체에 오염이 되었다면 어떻게 해야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양한 질병을 가진 환자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병원에서 감염성 질환에 대한 관리는 더욱 중요하다. 특히 치과 업무 종사자들의 경우 날카로운 기구를 다루는 일이 많고 고속으로 회전하는 기구를 주수 하에 사용하는 관혈적인 술식도 많다. 치과 진료 영역은 각별히 혈액이나 기타 감염 위험이 높은 매개체에 노출되기 쉬우므로, 혈행성 감염을 일으키는 HBV나 HCV, HIV 등에 대한 병력 조사를 되도록 철저히 하고 모든 환자를 대할 때 감염 방지를 위한 철저한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멸균이나 소독을 철저히 하고, 감염 위험이 높은 병원체에 대해서는 노출 시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치과 진료 인력들이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며칠 전, 근관치료 술식을 시행하는 중에 근관세척용 주사기에 손가락을 찔리는 경험을 했다. 근관의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어린 환자였고, 병력조사 결과 이상소견이 없어 알코올로 소독만 시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감염관리에 대한 방침이 존재하였다는 것을 기억하였고, protocol에 따라 감염노출보고서 및 감염내과 진료를 봤고 채혈도 하였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병원 내에 감염원 노출 관리 체계에 대해서 처음으로 접해보게 되었다. 아마 많은 치과 진료 인력들이 이런 경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
종합병원에서 일하는 치과인력의 경우는 병원 내 감염원 노출 관리 프로토콜에 대해 숙지하고, 개인병원의 경우 병원만의 protocol을 만들어 직원들을 잘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에 기본적인 멸균, 소독만 철저히 한다면 치과 감염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치과 진료실이 되리라 생각한다.
노태환 부산대치과병원 소아치과 전공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