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암동에 동양한의과대학이 있었다. 아침이면 대학생들이 우리 집 앞을 지나 학교로 가곤하였다. 이런 이유로 일찍이 東洋과 漢醫學이라는 말을 들었다. 漢醫學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어렸을 적에 주변에서 한약방과 한의사를 보았기 때문이다. 東洋은 우리, 서양은 막연하나마 미국이나 코큰 사람이 사는 서쪽인 줄로만 알았다.
<치의학의 역사(History of Dentistry)>에 관심을 가지면서, 동양과 서양의 경계가 어디이며 어떻게 구분하는가에 관해 이한수(1929~2013) 박사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이 박사님은 모태신앙인이며 장로여서 성경과 성경관련 지리에도 해박하셨다.
“아마도 동경 70~80도, 인도의 중서부를 수직으로 보면 되지 않을까 해요.”
이 말씀을 역사-문화-인문학 구분을 뜻한다. 지리적으로는 터키 이스탄불로 보기도 한다. 이에 따라 <치의학의 역사>강의를 하기도 했다. 東洋이란 표현은 송(宋)나라 때 처음 출현했다고 전한다.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를 기준하여 동서를 구분했다.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북위 38도라거나 동경 약 127도라고 하는 것은 이전에 만들어진 국제적 약속이고 협약이다.
이에 따라 중국동부-한국-일본은 far east[극동(極東)]이라 한다. 중국은 자국의 바다 건너 있다 하여 고려나 조선을 해동(海東)이라거나 동이(東夷)라 했다. 중화(中華)사상에 젖어 자국의 의학을 중의학(中醫學), 서방세계 의학을 서의학(西醫學), 우리의 전래의학은 자연스럽게 동의학(東醫學)이라 굳어졌다. 이 東醫學은 별개 칼럼에 다룰 예정이다.
이성계가 조선을 세우고 개성을 떠나 한양으로 천도하면서 서울은 방위와 동서남북이 확실한 수도로 매김 하였다. 서울 도성의 4대문을 보자. 동에 흥인(仁)지문, 서에 돈의(義)문, 남에 숭례(禮)문, 북에 홍지(智)문이 있으며, 4대문 문안 중심에 보신(信)각이 있다.
요약하면 仁-義-禮-智-信, 이는 유학의 가르침 오상(五常)이다. 보신각에서는 이경(밤10시, 통행금지)에 28번, 오경(새벽4시, 통행해제)에 33번 종(鐘)을 쳐서 백성에게 시간을 알렸다.
치과치료는 시간, 시간약속(appointment)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우리가 쓰고 있는 시간은 서울(동경 126도 59분)기준이 아니라 일본 도쿄(동경 135도)기준이다. 30분이라는 시차를 겪으면서 100여년이나 지내왔다. 현재도 진행 중이다. 중국과는 한 시간이라는 시차를 두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은 동경 126도 5분에서 127도 5분 사이이고 2500만 명이 살고 있다. 우리의 시간도 챙기지 못하고 있음에 대하여 ‘이제 서울표준시간(SST, Seoul Standard Time)은 도쿄표준시간(TST, Tokyo Standard Time)으로부터 떨어져 나와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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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태 영한한 이치의학 사전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