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입안에 이가 보이기 시작하면 엄마들은 놀라면서 뿌듯함에 빠진다.
유치가 빠지면 영구치가 나는 것도 엄마는 보게 된다.
아이 입안에서 보이기 시작하는 tooth eruption은 전문용어로 치아맹출 또는 맹출(萌出)이다.
이 맹출이 1980년대까지 한 동안 붕출(崩出)로 통했다. 이 崩자는 무너진다는 붕괴의 ‘붕’이다. 강의에도 논문에도 붕출이라고 하였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책을 저술하거나 문서를 작성할 때 오늘처럼 컴퓨터나 노트북으로 하지 않았다. 탈고된 원고에 따라 등사되었다. 그 당시는 줄판 같은 쇠판 위에 원지에다 철필로 원고대로 쓰고, 먹으로 등사해서 교재를 나누어 주던가 시험지를 밀어내곤 하였다. 도표나 그림도 필경공(筆耕工)이 다 했다. 필경공 또는 필경사는 박학다식(博學多識)했다. 분야별로 용어와 한자들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필경사의 지위는 아는 만큼 대우를 받지 못했다고 본다.
필경사가 萌자와 崩자를 잘못 베껴 써서였는지, 아예 원고에서 한자 맹(萌)자와 붕(崩)자를 오독했던 것인지, 필자까지도 헤아릴 수는 없는 일이다.
필자가 월간 대한치과의사협회지(협회장 김동순, 김인철) 상임편집위원으로 일할 때이다.
특별기획으로, 바로잡는 고정기사(예; 감자→겸자, 백아질→백악질 등)를 매월, 1년 넘도록 냈다.
당시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자체로 월간지 발행이 불가능할 때였다.
이승루 주간에게 위탁해서 발행했고 광고로 매월 협회지가 발행될 때였다. 결간 없이 월간을 내야 했던 이 주간이나 원고를 찾는 일은 내게도 큰 스트레스였다. 무보수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forceps(집게, 겸자)는, 치과영역에서는 dental extracting forceps 그리고 산부인과에서는 forceps delivery(겸자분만)의 경우에 쓴다.
오래 전, 대한의사협회 의학용어위원회에 초청받은 자리에서 필자는 말했다.
“쇠 금(金)변에 달 감(甘)자가 합해진 한자 鉗(잡을 겸)을 누가 말하기 시작했는지 그냥 ‘감자’라고 했다.”이렇게 말하자, 적지 않은 참석자들이 박수를 쳤다. 이의를 제기하거나 말할 수 없는 입장이었던 그들도 그 잘못된 관행을 알고 있었다는 증거이다.
어느 한 작은 섬나라에서 아침인사로 ‘굿나잇’ 하고 밤 인사는 ‘굿모닝’ 하였다.
번역-교정-인쇄, 어느 과정이든 반대로 수 십 년이나 사용한 예도 있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병태 영한한 이치의학 사전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