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말을 뒤집어 가며 초법적으로 밀어붙이는 의료민영화 정책을 지켜볼 수만은 없다. 이에 대한 국민들의 반대가 큰 상황에서 정부가 계속해 강행하면 정권 퇴진까지 각오해야 할 것이다.”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6차 투자활성화 계획 보건의료부문,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정형준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은 이 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새정치민주연합 의료영리화 저지특별위원회(위원장 김용익)와 의료민영화저지·의료공공성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대표 박석운), 치협과 의협, 한의협 등 5개 보건의약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한 자리로 정부의 보건의료분야 규제 완화 정책이 가져올 파장과 국민 건강권에 미칠 폐해를 다각도로 분석했다.
정형준 위원은 정부가 지난 12일 발표한 6차 투자활성화 계획 중 보건의료부문에서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도 영리병원 추진 ▲메디텔, 영리자회사 규제완화 ▲해외의료투자를 위한 특별법제정 ▲의과대학의 기술지주회사 허용 ▲임상시험규제완화 등을 지적하며 각 항목이 가져올 폐해를 설명했다.
정 위원은 “당초 정부가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에서 제한했던 건강기능식품 판매를 가능토록하고 병원과 분리 설립토록 했던 메디텔의 설립 기준을 완화하는 등 말 뒤집기 식 정책을 펴고 있다”며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해 기준을 완화한다는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도 결국은 내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운영되며 국민들의 의료비 상승을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외의료투자를 위한 특별법 제정 또한 국내 의료체계 상업화를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 정 위원은 의과대학의 기술지주회사 설립 허용이 특허권 남발로 인한 기술교류의 저해, 자회사를 통한 주식배분 등 지나친 영리화로 치닫는 심각한 윤리적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정 위원은 대학의 기술지주회사가 연구 성과를 특허를 통해 사적 소유화하는 모델은 상아탑 자본주의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미국의 ‘베이돌(Bayh-Dole)법’을 따른 것이라고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베이돌법은 특정 연구를 수행한 기관이나 대학이 그 연구에 대한 특허권을 소유하고 이를 민간에게 팔거나 라이선스로 연결하는 권한을 갖게 하는 것으로 당초 입법 취지는 공공의 연구성과를 사회 공공의 이익을 위해 환원하기 위해 추진됐다. 그러나 민간 기업의 로비로 공공의 연구성과가 사적 소유권화 돼 지나친 영리를 추구하는 형태로 변질돼 미국 내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이 밖에도 토론회에서는 임상시험규제완화로 줄기세포, 유전자 치료 등의 위험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채 국민들이 실험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정 위원은 “한국은 지금 의료를 통해 돈을 벌어야 할 때가 아니라 적정 의료수준을 유지하며 국민들에게 국민 의료비를 낮추고 의료의 공공성을 OECD 수준으로 강화해야 할 때”라며 “외국인도 돈벌이 수단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이들의 한국의 의료체계를 부러워하고 배워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최남섭 협회장은 “치과계 내부적으로 정부의 의료영리화 저지 투쟁을 위한 모든 준비를 완료해 놓았다”며 “국회와 시민사회단체와 동참해 정부의 의료영리화 정책을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부 측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참석키로 했던 전병왕 보건복지부 의료정책과장이 불참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조원준 새정치민주연합 보건의료전문위원은 전 과장의 불참을 보고 “야권과 보건의료계, 시민사회단체와의 약속을 깼다. 현 정권의 밀어붙이기식 의료영리화 정책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유감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