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최근에 주로 만나는 사람이 누구인가요?” 누군가 나에게 이렇게 묻는다면, 나는 내가 만나는 사람의 90%는 ‘치과의사’이거나 ‘환자’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루의 절반을 몸담는 치과에서는 진료시간 내내 환자를 만나고 퇴근 후 친구를 만나도 반 이상은 동기나 선, 후배이다. 또한 틈틈이 인터넷이나 책을 뒤져보며 새로운 치과의사 선생님들의 케이스를 만나며, 주말에 듣는 세미나에서 만나는 연자 및 함께 강의를 듣는 사람들도 모두 치과의사이다. 이쯤 되면 치과의사는 정말 세상에서 가장 흔한 직업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만나기만 하겠는가. 만나서 하는 얘기도 어쩜 그리 치과 이야기, 환자 이야기, 진료 이야기인지… 잘한 것은 서로 자랑하고자, 못한 것은 서로 하소연 하느라 동기들과 만날 때 마다 치과 이야기를 떠나보낼 수가 없다. 누가 보면 한 임상 10년, 20년차쯤 되는 치과의사인 줄 오해할까봐 글을 쓰면서 조금 부끄럽다. 하지만 오히려 이제 임상에 첫발을 내딛는 단계에서 동기들끼리 서로 어려웠던 부분, 부족한 부분을 공유해가며 발전해 나가고자 노력하는 초보자의 열정으로 보아주시길 바란다.
나보다 앞서 인생을 걸어가시는 여러 다른 선생님들도 마찬가지 일 것 같다. 가족 외에 가장 많이 만나는 사람은 아마도 환자들이거나 혹은 동료 치과의사 선생님들이 아닐까.
이렇다보면 치과의사가 한편으로는 단순한 내 직업이 아닌 나의 모든 삶이 되어버리는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조금 겁이 나기도 한다. 회사에 다니거나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한 주변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가끔은 내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그들은 의아해 한다거나 일반 회사 생활에 대해 내가 너무 몰라서 그들이 당황스러워 할 때도 있으니 말이다.
나의 직업이 치과의사이므로 치과 분야에 내 열정을 쏟는 것은 물론 매우 중요하며 당연하다. 하지만 이 외에도 한편으로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다양한 취미생활을 함께 하며, 여러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함이 필요하다. 결국 환자들도 다양한 생각을 가진 여러 사람들 중 하나일 테니 말이다. 많이 알고, 진료 잘하는 것이 일차적으로 중요하지만 환자와의 만남과 소통은 단순한 통증 치료 그 이상의 무언가를 필요로 하는 것 같다.
쉬는 날에는 다른 분야의 책도 읽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며 진료실 안에서의 내 직업과 진료실 외의 내 삶 사이에서 나름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아직 먼 이야기이다. 일차적 목표가 ‘임상 잘하기’ 인 나로서는 당장은 내 모든 열정과 시선을 치과학에 쏟아부어도 모자랄 지경인데 균형 유지를 논하는 것은 성급한 이야기일 뿐이다. 아직은 하루 종일 치과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세미나를 좇아다녀야 할 때라는 것을 나도 알고 있는지라, 평소 존경하는 여러 선생님들의 케이스와 책을 보다가 임상 잘하시는 선생님들이 너무 부러워서 약간의 하소연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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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희 이플러스치과의원